시장의 불안과 정책 실패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세 달이 지나지 않아서 부동산 대책만 두 번 발표되었다. 지난 6.19 대책에도 불구하고 서울을 비롯한 일부지역 주택가격 상승폭이 확대되면서 문재인 정부는 보다 강력한 주택정책을 발표하였다. 8.2 부동산 대책으로 명명된 새로운 정책은 “실수요자 보호와 단기 투기수요 억제를 통한 주택시장 안정화”라는 제목으로 발표되었다.

정부의 새로운 정책은 “실수요자 보호와 투기수요 억제”라는 두 가지 과제를 제시하였지만 정책의 중심은 명백하게 투기수요억제에 중심을 두고 있다. 주택시장에 투기수요 유입을 차단하기 위한 정책으로는 투기지구 신규지정과 투기과열지구 확대지정, 분양가상한제 적용기준 개선, 재건축 재개발 규제 정비, 다주택 보유자 양도세 중과 등으로 구성되었다.

8.2 부동산 대책은 지난 6.19 부동산 대책의 실패에 따른 것이므로 세부적인 내용은 지난 6.19대책과 비교하여 훨씬 강화되었다. 우선 투기지구지정과 투기과열지구 확대에 따라 투기지구에서는 다주택자에 대하여 양도세가 기본세율에서 10~20%까지 중과되고, 장기보유특별공제가 배제된다. 투기지역 내 주택담보대출건수가 차주 당 1건에서 세대 당 1건으로 제한되며, LTV∙DTI 기준도 종전 40~70%에서 40%로 제한된다.

특히 투기과열지구 및 투기지역으로 지정된 지역에서 기존 주택담보대출을 1건 이상 보유한 세대에 대해서는 LTV∙DTI 기준이 30%로 제한된다. 또한 서울지역 주택가격 상승을 주도하였던 재건축 아파트의 경우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시행유예를 종료하고 2018년1월 이후 적용하고 재건축 조합원 명의변경 금지와 재개발조합원 분양권 전매제한을 도입하는 것이 추가되었다.

이 밖에 실수요자를 위한 주택공급 방안으로 연간 17만호의 공적임대주택 공급, 공공택지 확보, 청약제도 개선 등의 정책이 제시되었다. 정부의 새로운 부동산 대책의 핵심은 다주택자에 대한 금융대출 강화로 투기수요 유입을 차단하여 주택시장안정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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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국토부

 

8.2 부동산 대책과 시장반응

8.2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2주 정도가 지난 현재 새로운 정책에 대한 시장반응은 차분하다. 대책이 발표된 시기가 8월 여름 휴가철이라는 점에서 아직까지는 시장반응을 측정하기 어렵다는 점이 작용하고 있지만 주택시장은 큰 변화가 만들어지고 있지 않다. 다만 가파르게 상승하였던 서울지역 아파트 시장은 재건축단지를 중심으로 매수수요가 관망으로 돌아서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또한 서울 전 지역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고 강남, 서초, 송파 등 11개 구와 세종시가 투기지역으로 새롭게 지정되면서 이들 지역에서는 급매물이 출현한다는 뉴스와 투기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경기도 신도시지역의 경우 풍선효과가 기대된다는 뉴스가 동시에 나오고 있지만 이들 뉴스가 검증되기에는 시간이 부족한 상태이다. 8.2 부동산 대책의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한 상태이다.

8.2 부동산 대책이 주택시장 안정화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에 대한 판단은 엇갈리고 있다. 다만 새로운 정책이 시장의 실패를 수정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주택시장은 관망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의 목적이 주택시장에 투기수요 유입을 차단하여 시장 안정화를 목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의 주택시장 구조에서 이러한 목적이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할 수 없다.

정부는 현재 주택시장의 문제를 일부 투기수요가 시장에 유입되면서 일부지역에서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가 발생하여 주택가격 불안이 야기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정부의 이러한 현실인식을 인정하여도 현재 국내주택시장의 문제는 투기수요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주택을 소유하면 발생하는 초과이윤이 존재하는 것이 문제이다.

특히 현재와 같은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조건에서는 평균적인 수익률보다 높은 수익이 발생하는 주택시장의 구조가 주택시장에 투기수요를 유입시키는 유인이 되고 있다. 저금리에 따라 시장에 풀려진 자금은 더 높은 수익률을 따라 이동하고 있으며, 주택시장의 수익률은 시장평균 수익률보다 높게 형성되어 있다.

정부가 서민층의 주거안정과 주택시장 안정화라는 정책적 목적을 가지고 있다면 주택시장의 수익률이 시장평균보다 높게 형성되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를 변화시켜야 한다. 주택시장의 수익률이 시장평균보다 높게 형성되어 있는 상태에서 주택을 투자의 대상으로 보지 말라는 국토부장관의 경고는 공허한 메아리처럼 느껴질 뿐이다.

 

주택시장에서 투기수요억제는 가능한가?

문재인 정부는 주택시장의 문제를 투기수요 유입에서 찾고 있다. 하지만 주택시장의 수익률이 시장평균의 수익률보다 높게 형성되어 있는 상태에서 주택시장으로 자금의 유입은 당연한 흐름이다. 자본은 항상 더 높은 수익률을 따라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성장시대에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의 유동자금이 주택시장에 들어오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현재의 시장구조에서는 시중의 유동자금이 주택시장으로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는 것은 시장의 구조를 변화시키지 못하면 불가능해 보인다.

주택시장의 구조변화는 다양한 정책으로 접근되어야 한다. 우선, 신규공급주택의 공급가격을 통제하여야 한다. 국내 주택공급은 주택착공 시점에 수분양자를 모집하여 건설자금을 조달하는 선분양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선분양제도는 주택공급의 절대량이 부족했던 시기에 주택공급을 촉진하기 위하여 건설업자에게 제공하였던 특혜였다. 선분양제도에 대한 반대급부는 분양가를 제한하는 분양가 상한제였다. 분양가를 통제하지 않는 선분양제도는 건설업자와 토지소유자에게 터무니없는 초과이윤을 보장하는 구조로 활용되고 있을 뿐이다. 선분양주택에 대해서는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하여야 한다.

주택금융정책도 대대적인 개편이 필요하다. 다주택자가 저금리로 주택가격의 60% 이상을 대출 받아 주택을 매입하여 할 수 있는 금융구조를 차단하여야 한다. 자기소득의 40% 이상을 원리금 상환에 사용하는 것을 적정기준으로 판단할 수 없다.

다음으로 주택임대소득에 대한 비과세를 폐지하고 보유세를 인상하는 등의 조세정책이 도입되어야 한다. 주택시장의 임대자는 전세에서 월세로 급속히 전화되고 있지만 주택임대사업자에 대한 등록의무는 도입되지 않고 있다. 주택으로부터 얻는 임대수익에 대해서 한 푼의 세금을 내지 않는 다주택소유자가 넘쳐나고 있다. 주택임대소득에 대한 과세와 보유세를 인상하지 않으면서 투기세력과 전쟁을 선포하는 것은 다주택소유자에게 버티면 된다는 인식을 심어줄 뿐이다. 보유세를 인상하지 않으면 주택을 팔지 않고 보유하고 있다가 정책이 바뀌기를 기다리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으로 인식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공공이 공급하는 공공주택의 비중을 확대하여야 한다. 저소득층이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의 공급을 확대하여야 한다. 임대시장의 임대료가 안정되지 않으면 주택시장의 불안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민간분양주택보다 낮은 가격으로 공급되는 공공분양주택의 공급도 확대하여야 한다. 2009년 도입되었던 보금자리주택은 주변시세의 50~70% 수준에 공급가격이 책정되면서 큰 인기를 모았다. 주변시세의 50~70% 수준에 공급되는 공공주택이 지속적으로 공급되는 이윤추구를 고리로 운영되는 민간공급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투기세력이 문제가 아니라 초과이윤을 보장하고 있는 주택시장의 구조가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