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이후 서울을 중심으로 지옥고(반지하·옥탑·고시원)라 상징되는 청년주거빈곤이 사회문제로 대두되자, 지난 2016년 서울시는 문제해결을 위한 방법 중 하나로 ‘역세권 2030 청년주택’(이하 역세권2030)을 제안하였다. 역세권2030은 민간 참여를 유도하는 역세권 고밀도 개발을 통해 임대주택을 건립하고 이중 일부를 청년에게 시세 60~80%(공공임대) 혹은 90%(준공공임대)로 공급하는 정책으로, 전체 계획물량 5만호 중 1만호를 공공임대로 공급할 계획이다. 역세권 토지가 대부분 민간 소유이기 때문에 민간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용적률 완화, 세금 감면 등 각종 유인책이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정책 발표 이후 역세권의 임대료 시세가 워낙 높기 때문에 시세 60~80%일지라도 저소득 청년들이 부담하기 어려운 수준일 것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실제로 지난 1월 서울시가 발표한 삼각지역 역세권2030의 경우 1인 단독(19㎡) 기준 보증금 3,950만원 월임대료 38만원이 책정되었고, 2인 셰어(39㎡)의 경우 인당 보증금 3,750만원 월임대료 35만원, 3인 셰어(49㎡)의 경우도 인당 보증금 2,840만원 월임대료 29만원으로 책정되어 저소득 청년들이 부담하기에 매우 높은 수준임이 드러났다.

당장 목돈이 없고 소득도 낮아, 지옥고에서 월 20~30만원으로 거주하는 이들에게 역세권2030의 임대료는 입주희망을 품기 어려운 수준이다. 이로 인해 서울시는 보증금 대출과 주거급여를 지원하겠다며 후속조치를 발표하였으나 아직 구체적인 조건이 확정되지 않아 미지수다.

현재의 역세권2030을 생각하면 한 세대(30년) 전에 공급되었던 ‘근로청소년 임대아파트(이하 청소년아파트)’가 떠오른다. 청소년아파트는 1980년대 당시 대도시의 주거불안이 심각해지자 정부가 근로청소년들의 주거환경개선을 위해 전국 각지에 국고로 임대아파트를 건립하고 임대한 것이다. 서울의 경우 1982년 영등포(200가구 1,000명), 1986~1988년 구로(450가구 총 2,500명), 1988년 노원(170가구 1,020명), 1991년 중랑(134가구 804명) 등 총 5차례에 걸쳐 총 954가구, 5,324명 규모로 공급되었다.

가구당 5~7명이 같이 사는 방식으로 요즘 말로 ‘셰어하우스’방식인데, 입주대상은 생산·제조업체에 근무하는 29세 이하 미혼 여성 노동자였다. 이 중 유일하게 현존하는 중랑의 경우, 2017년 현재 3명 셰어(49㎡) 기준 인당 보증금은 142만원 월임대료는 6만원으로 건립된 지 26년이 지났다는 점을 감안해도 매우 저렴하다.

역세권2030과 청소년아파트는 한 세대의 시간간격을 두고 있지만 각자 시대의 새로운 주거취약계층으로 대두된 청년(2030)과 청소년(29세 이하)을 대상으로 공공의 자원을 투입하여 주거지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하지만 유사한 상황에서 공공의 자원을 투입하는 방식은 매우 대조된다.

먼저 역세권2030의 경우 직접 정부의 재정을 투입하는 방식이 아니라 용적률 완화, 세금 감면 등 간접적인 방식으로 주택공급을 유도하지만, 청소년 아파트는 건축비를 모두 국고로 충당하여 정부가 직접 공급했다. 또한 역세권2030은 주거소요의 양상이 이질적인 저소득 청년 1인가구와 신혼부부를 청년주택이라는 틀로 묶었기 때문에 성격이 비교적 모호하지만, 청소년 아파트의 경우 저소득 근로청소년인 여성 1인가구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성격이 명확하다. 마지막으로 역세권2030의 임대료는 시세 기준으로 책정되어 입주자의 경제상황을 고려하기 어렵지만, 청소년아파트는 입주자의 소득을 고려하여 임대료를 책정하였다. 위와 같은 차이점은 결국 임대료의 차이에 반영되었을 것이다.

물론, 청소년아파트의 경우 저소득 주거취약계층의 주거지로 낙인찍혀 입주자들이 지역에서 고립될 수 있다는 점과, 공공임대주택이 아닌 청소년시설(기숙사)로 보았기 때문에 예외적인 사례로 간주되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또한 지난 2015년에 행복주택 시범사업이 정부의 약한 의지와 주민들의 극심한 반대로 인해 취소되었던 사례에서 보듯이 대규모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기 어려운 현실적인 이유도 고려할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역세권2030의 경우 공공임대주택뿐만 아니라 민간주택, 근린생활시설들이 섞여있기 때문에 주민들의 반대를 완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분명히 고려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서울처럼 임대료가 비싼 대도시라도 경제력을 갖춘 이들만 살아가는 것이 아닌, 서울을 생활공간으로 살아가는 누구라도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서울은 집주인, 건물주들의 공간에 지나지 않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 세대 전의 청소년아파트가 현재의 역세권2030와 대조되어 떠오른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