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이하 하청협력업체의 경우는 여전히 법률상 중소기업들이 훨씬 많다. 따라서 불공정한 하청납품거래에서 문제는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재벌계 원천 대기업과 1차 하청협력업체 간의 거래가 아니라 1차 하청납품업체와 2차, 3차 하청납품업체간의 하도급 거래인 경우가 많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여, 몇 년 전에는 하도급법을 개정해 하청기업 보호법의 적용 범위가 2차, 3차 업체들로도 넓혀졌다. 그럼에도 대다수 야권 인사들은 이러한 사실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에는 현대차와 삼성전자로 대표되는 수출제조업의 하청 납품거래를 한번 깊이 살펴보자. 노무현 정부에 이어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추진되는 대기업-중소기업 동반성장 또는 상생협력 정책은 하나같이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재벌계 수출제조업 대기업을 주요 대상으로 삼고 있다. 그리고 일부 야권 경제학자들은 한 목소리로 이들 수출제조업 대기업의 높은 수익성(영업이익)의 원천은 무자비한 납품 단가 인하와 기술탈취 등 불공정한 거래에 있다는 듯이 비판한다. 이들과 거래하는 하청협력업체들의 수익성(영업이익)이 낮은 것은 이 때문이라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앞선 글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전자와 자동차의 경우 1차 하청협력업체들의 수익성이 의외로 높다. 이 점에 대해서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먼저 전자와 자동차 제조업의 1차 협력 하청기업들의 경우 이미 상장 대기업으로 크게 발돋움한 회사들이 많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삼성전자 1차 협력업체’ 또는 ‘현대차 1차 협력업체’라고 찾아보라. 상당수의 상장 대기업들이 검색될 것이다.

야권 경제학자들이 제기하는 대기업-중소기업 간 격차와 불평등 심화의 문제는 주로 재벌계 대기업에 비해 중소기업들의 수익성이 낮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논의에서 간과된 점이 있다. 재벌계 대기업에 납품하는 1차 협력업체들의 상당수가 이미 법률상 대기업으로 성장해있다는 명백한 현실이다.

대기업-중소기업 간 수익성 격차를 비판하면서 재벌계 대기업의 갑질 하청 횡포에 대해 말하는 거의 모든 기존 연구는 ‘법률상 중소기업’과 ‘법률상 대기업’ 사이의 수익률 격차 및 임금 격차를 연구 대상으로 삼는다. 하지만 그런 연구에서 사용하는 데이터에 반영된 격차는 재벌계 대기업과 그 1차 협력하청 업체 사이의 납품 거래가 아니다. 오히려 1차 협력업체 대기업들과 2차 협력 중소기업 사이의 격차일 확률이 훨씬 더 높다. 앞에서 본 곽정수(2010)의 삼성전자, 현대차와 그 부품업체들 간의 수익성 격차 분석 역시 ‘법률상 중소기업’으로 분류된 부품 제조업체들을 대상으로 분석한 연구의 결과이다.

2차 이하 하청협력업체의 경우는 여전히 법률상 중소기업들이 훨씬 많다. 따라서 불공정한 하청납품거래에서 문제는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재벌계 원천 대기업과 1차 하청협력업체 간의 거래가 아니라 1차 하청납품업체와 2차, 3차 하청납품업체간의 하도급 거래인 경우가 많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여, 몇 년 전에는 하도급법을 개정해 하청기업 보호법의 적용 범위가 2차, 3차 업체들로도 넓혀졌다. 그럼에도 대다수 야권 인사들은 이러한 사실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이미 대기업으로 성장한 많은 1차 협력사들의 경우 국내에 둔 생산공장만 해도 전국에 여러 개다. 더구나 법률상 독립된 중소기업으로 신고된 여러 개의 동종 부품 제조·납품 공장들도 그곳을 실제로 방문해 보면 하나의 오너 경영 하에 있는 여러 개의 하청기업들이 하나의 기업그룹(중소기업 그룹)을 이루는 경우도 많다. 이런 경우는 그 회사를 직접 방문하지 않고서는 알 수가 없다. 이러한 현실은 기업의 재무제표 수치와 이의 통계 처리에 의존해온 기존의 대기업-중소기업 간 매출액-수익성 분석 연구에서 드러나지 않은 채 은폐되어 있다.

더구나 이들은 해외에도 여러 개의 생산 공장을 가지고 있다. 예컨대 현대·기아차와 삼성전자, LG전자에 납품하는 1차 하청협력업체들은 이미 15년 전부터 중국과 인도, 유럽, 미국, 베트남, 태국 등지로 현대·기아차 및 삼성전자, LG전자 등과 함께 현지에 동반 진출하였다. 중국과 베트남 등지의 현대·기아차 공장 및 삼성전자 공장 인근에 이들 1차 협력하청 업체들이 납품 공장을 지어 놓고 현지 매출을 늘리는 것이다.

예컨대 현대자동차가 기아자동차와 통합한 직후인 2000년까지만 해도 현대기아차는 아직 해외 공장을 본격적으로 늘리지 않았고, 당시만 해도 현대기아차와 해외에 동반 진출한 부품 협력사는 28개 사에 불과했다. 그러나 2011년에는 1차 협력사 233개와 2차 협력사 197개 등 총 430개의 자동차 부품 협력사들이 현대기아차와 해외에 동반 진출해 현지 법인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지역별로는 중국에 277개사가 같이 진출했고, 인도에 60개, 미국에 40개, 유럽에 27개, 러시아 11개사, 브라질 8개, 터키에 7개 회사였다.

이들 하청 협력업체의 매출액은 해외 현지공장 매출을 합하여 수천억 원에 달하며 전 세계 매출이 1조 원이 넘는 경우도 꽤 많다. 게다가 해외 현지 공장들에서 일하는 종업원들 숫자도 수천 명에 이르러 종업원 수가 1만 명이 넘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중국에 있는 여러 공장에 종업원 3000명, 인도의 여러 공장에 2000명, 체코 공장에 2000명 등이다. 이렇듯 현대기아차와 삼성전자, LG전자 등 자동차와 전자산업에서 활동하는 1차 협력업체들의 상당수는 사실상 이미 10년 전부터 글로벌 중견기업(대기업)으로 성장하였다.

해외에 동반 진출한 업체들 간에는 공통점이 있다. 먼저, 자체 기술력과 품질관리 능력이 뛰어나다. 그들의 기술력과 품질능력을 국내외 완성차 업체들, 즉 최종 원청업체들이 인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SL의 경우 자동차 헤드라이트 제조의 기술력 및 품질에서 세계 6위에 올라있다. 자동차용 공조기(냉난방기)를 제작하는 한라공조 역시 세계 5위권의 우수한 기술력과 품질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들 1차 협력업체들은 세계적인 수준의 기술력과 품질능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세계적 기준의 R&D를 수행한다.

게다가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세계 수준에 도달한 이들 1차 협력업체들은 현대차와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1960-80년대의 국가주도 경제성장 시기에 국가의 전략산업 육성 및 전략기술 육성정책(산업정책 또는 산업육성정책)을 충실히 따르면서, 그리고 자체 기술력 및 품질능력을 키워온 현대차와 삼성전자 등에 납품하는 과정에서, 이들 원청업체와 함께 공동으로 기술개발과 공동 R&D를 수행하면서, 그들 업체 역시 자체적인 기술력 및 품질능력을 키워왔다는 사실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