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앞으로 진짜 경제민주화를 논의할 때 혁신산업과 약탈산업(이권산업)을 구별하는 관점에서 대기업 및 재벌그룹에 관한 설명을 보완해갈 것이다. 역으로 야권 경제학자들의 재벌개혁론 및 경제민주화론에도 혁신경제와 약탈경제(이권경제)를 질적으로 구분하는 관점이 결여되어 있기는 마찬가지이다. 현실 통계를 보면, 혁신산업과 수출제조업 보다는 내수산업 안에서 재벌을 포함한 대다수 대기업들이 하청 중소기업을 쥐어짜는 약탈적 경영을 일삼아왔다.

대다수 대기업들이 하청 중소기업들을 쥐어짜며 약탈하는 것은 명백하다. 그런데 정운찬과 장하성, 홍장표 같은 야권 경제학자들은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로 대표되는 수출제조업 대기업들이 하청기업 쥐어짜기의 주범, 따라서 근로소득 불평등의 주범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현대자동차 1차 하청업체의 임금은 현대차의 60% 수준이고 2차 하청기업의 임금은 그 1/3 수준이며, 3차 하청기업의 그것은 1/4 수준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단계적 임금 격차는 왜 발생하는 걸까? 야권 경제학자들은 입을 모아 재벌계 수출 대기업들의 ‘하청 갑질’이 대기업-중소기업 간 임금소득 불평등의 궁극적 원인이라고 성토한다. 그런데 과연 그게 사실일까?

우리나라에는 약 50만 개의 기업이 있고 그 50만 개 회사의 총매출액에서 재벌그룹 소속 100대 대기업의 매출은 29%를 차지한다. 그런데 이들 100대 재벌 대기업이 고용한 노동자는 전체 노동자의 4%에 불과하다. 반면에 중소기업은 전체 노동자의 72%를 고용하고 있는데도 기업 총매출액의 35%만을 차지한다. 가장 심각한 불균형은 순이익인데, 100대 대기업이 모든 기업 순이익의 60%를 차지하는 반면에 중소기업의 순이익은 35%에 불과하다.

이런 이유에서 많은 양식 있는 이들이 ‘대기업-중소기업 간의 수익성 격차가 중소기업의 지불능력을 압박하고 있고 그 때문에 중소기업의 임금이 낮다’고 주장한다.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로 측정한 수익성에서 중소기업의 영업이익률은 대기업의 1/2 수준, 생산성은 1/3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에 대기업-중소기업의 임금 격차가 벌어졌다는 설명이다.

요약하자면, ‘중소기업에 만연한 저임금의 궁극적 원인은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재벌계 수출대기업들의 불공정한 하청 단가 등 불공정 거래’라고 대다수 경제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성토한다. 대기업-중소기업간 하청거래의 최정점에 있는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초대형 재벌 제조업체들이 일자리는 만들어내지 않으면서 하청 단가 인하를 통해 하청기업 수익마저 빼앗아버리며, 해서 절대 다수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는 중소기업들의 수익성이 떨어지고 이로 인해 그 회사들이 저임금 밖에 지급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대기업의 높은 수익성은 하청업체 쥐어짜기 덕분?

먼저 짚고 넘어갈 질문이 있다. 과연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의 높은 수익성이 하청업체를 쥐어짠 덕분에 발생한 것인가?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첫째, 현대차와 삼성전자가 2009〜2013년간 벌어들인 막대한 수익의 원천은 수출시장 즉 세계시장에서의 매출 호조 덕분이다. 여기에서 수출시장은 경제학자들이 가정하는 완전경쟁 시장에 가깝다.

둘째, 만약 현대차와 삼성전자에서 발생한 고수익의 원천이 원·하청 거래의 불공정성에 있다면 현대차와 삼성전자와 납품하는 1차 하청업체들의 수익성이 그만큼 낮아야 마땅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실제 그렇지 않다. 이 점에 대해서는 뒤에서 볼 것이다.

셋째, 하청업체의 수익성이 원청 대기업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곳은 현대차와 삼성전자 등이 속한 수출제조업이 아니라 건설과 통신, 유통, IT서비스(소프트웨어) 등의 내수산업 특히 내수서비스 업종이다. 이들 업종에서는 원청 대기업의 수익성이 비정상적으로 높은데 반하여, 이에 반비례해 1차 및 그 이하 하청기업들의 수익성은 비정상적으로 낮다. 정치인 안철수가 유명세를 탄 계기인 이른바 ‘삼성 동물원’ 문제도 이들 업종에서 유별나게 심각하다. 즉 삼성동물원 문제는 삼성전자보다는 삼성SDS(IT서비스), 삼성전기보다는 삼성물산(건설) 등 특정 업종에서 나타난다. 이 점에 대해서도 바로 뒤에서 살펴볼 것이다.

넷째, 이런 맥락에서 보면 원청 대기업들에 의한 하청기업 쥐어짜기의 약탈적 경제가 가장 크게 문제되는 것은 수출제조업이 아니라 주로 내수산업에서다.

약탈경제 대 혁신경제, 내수산업 대 수출제조업

수출제조업과 내수산업 간에는 질적 차이가 크다. 자동차와 전자 등 수출제조업은 세계시장의 완전경쟁 상태에 노출되어 있으며 따라서 기술력과 품질능력이 핵심능력(core competence)이고 기술혁신이 풍부하게 일어나는 혁신 산업(innovation industries)이다. 이에 반해 건설과 통신, 유통, IT서비스 등의 내수산업은 세계시장이 아닌 내수시장에서 주로 경쟁이 일어나며 기술력과 품질능력보다는 인건비 절감을 통한 비용절감 능력과 그리고 인허가 획득 및 규제완화를 위한 공무원 및 정치인과의 정경유착 능력이 기업의 핵심 경쟁력으로 등장하는 약탈적 산업(predatory industries)이다.

우리는 기술혁신이 주된 경쟁력 있는 산업(주로 제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동시에 저임금 약탈과 하청업체 약탈, 금융고객 약탈 등 약탈과 수탈을 주된 경쟁력으로 삼는 산업(주로 내수 서비스업)을 억제해야 한다. 혁신경제와 약탈경제를 구별하면서, 혁신경제 영역은 키우고 약탈경제 영역은 해체시켜 나가야 한다. 이것은 그 산업의 주역이 재벌그룹이건, 일반 대기업이건, 아니면 중소기업 또는 벤처기업이건 상관없는 일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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