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에서 살아남기’ 시리즈는 불평등, 분배, 경제민주주의까지 총 3개의 대주제를 가지고 대한민국의 경제구조를 낱낱히 파헤치는 연구 간행물입니다. 헬조선에서 살아남기 시리즈 제1부 “천조국의 불평등 따라하기”는 총 6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본 시리즈는 새사연 홈페이지에서 주 1회 연재될 예정이며 프레시안에 동시 게재됩니다. (편집자 주)

 

청와대 권력 2인자로 간주되는 우병우 민정수석은 2014년 임명 시 423억의 재산을 신고했다. 하지만 우병우 가족의 재산이 1천억이 넘는다는 증거가 계속 폭로되고 있다. 소득세 등 각종 세금을 회피하기 위해 합법을 가장한 편법을 동원한 증거들이 폭로된 것이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인 조윤선 전 민정수석 역시 매년 수십억 단위에서 오락가락 하는 수상한 신고 재산 및 예금액과 연간 5억원에 달하는 수상한 소비지출로 2016년 9월 초의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논란이 되었다. 우병우와 조윤선 같은 이들은 대한민국 상위 0.01~0.1%에 해당하는 억만장자들(billionaire)이다.

2016년 6월 새로 출범한 20대 국회에서 새로 등록한 새누리당 국회의원의 신고 재산 평균액이 26억원이라는 사실이 잘 보여주듯, 대부분의 새누리당 의원들은 대한민국 상위 1% 부자들이다. 30억 이상 재산을 신고한 20대 국회의원 중 32명(58%)이 새누리당 또는 친 새누리 무소속 의원이다. 또한 19대 국회에 입성한 새누리당 국회의원의 절반이 서울 강남 3구에 고가 부동산을 가지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 측근 권력에도 강남 3구에 상가와 빌딩 등 고가 부동산을 보유한 이들이 많다.

통계청의 2015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2015년 평균 가계 자산은 3억4천만원이다. 살고 있는 자가주택(시세) 또는 전세주택(전세보증금)과 그리고 약간의 예금이 재산 전부라고 할 수 있다. 평균적인 국민의 재산과 비슷한 국회의원이 있는 정당은 정의당 뿐이다.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가 2016년 8월 26일 공개한 20대 국회(2016년 6월 1일 출범) 신규 의원 154명의 재산 내역에 따르면 국회의원 1인당 평균 신고 재산액은 새누리당 26억5824만원, 더불어민주당 16억1736만원, 국민의당 14억7338만원, 정의당 3억8461만원의 순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수치는 김병관 의원(2341억)을 제외한 수치이다. 지난 19대 국회 신규 의원 183명의 재산 평균액은 15억원, 제18대 국회 161명은 32억원이었다.

재산 50억원 이상의 신규 국회의원은 12명(7.8%)이었고 20억∼50억원 27명(17.5%)이었다. 앞서 보았듯이 우리나라에서 백만장자로 대접 받으려면 부동산과 금융자산 합계 20억 이상을 보유해야 하는데, 20대 국회 신규 의원의 1/4인 39명(25.3%)이 20억 이상을 보유한 백만장자라고 할 수 있다. 신고재산 10억∼20억인 국회의원도 37명(24.0%)이다. 그밖에 5억∼10억 34명(22.1%), 5억 미만 44명(28.6%)이었다. 신규 국회의원의 절반은 재산이 10억이 넘게, 다른 절반은 10억 미만이다.

국회의원 후보자들은 자신의 재산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한다. 지난 4월 13일(2016년)의 국회의원 선거에 즈음하여 여야 간에는 때 아닌 재산 논쟁이 벌어졌다. 안형환 새누리당 대변인이 ‘김종인 더민주당 대표가 시가 3억2천만 원 상당의 금괴 8.2kg와 4천만원짜리 손목시계를 보유하고 있으며 또한 재산이 8년만에 무려 22억이 늘어났다’고 비난한 것이다. 김종인 대표가 자신이 재산 내역을 투명하게 중앙선관위에 신고했기에 벌어진 일이다. 이에 대해 더민주당 측은 “이미 투명하게 밝혀진 재산 시고 내역을 가지고 치졸한 정치 공작을 벌인다”며 반박했다. 김종인 대표는 선거에 즈음하여 88억6천만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대한민국 상위 1% 부자 중에서도 상위권에 속할 높은 수준의 재산이다.

이렇듯 재산 20억이 넘는 백만장자 국회의원에는 주주자본주의 방향의 재벌개혁과 시장주의 방향의 경제민주화를 외쳐온 김종인 같은 이들도 포함되어 있다. 박영선 의원 또한 33억8천만원의 재산을 신고했는데, 자신이 거주하는 주택 8억 이외에 13억 가치의 수익형 부동산, 14억8천만원 가치의 금융자산, 2억2천만원 가치의 골프장 회원권도 신고했다.

 

박근혜의 배신의 정치 – 박정희 경제 정신을 짓밟다

부익부 빈익빈의 경제 불평등이 본격 심화된 것은 1990년대 중반부터이며 더구나 1998-2007년 집권한 민주 대통령 치하에서였다. 이 기간 중에 가장 가난한 소득 1분위(하위 20%)의 실질임금이 크게 줄었으며, 더구나 중산층 즉 2분위 및 3분위(소득 20-60%)의 실질임금 역시 줄거나 정체했다. 취업과 연애와 출산을 포기한 삼포 청년세대가 등장했다.

그래서 노무현 정부 말기에는 “민주주의가 밥 먹여주냐?”는 비아냥거림이 보수 세력에서 인기를 끌었고 선거 때마다 한나라당(새누리당) 후보들이 승리했다. 이른바 ‘박정희 향수’ 분위기가 넘실거렸고 박근혜는 일약 ‘선거의 여왕’으로 등극했다. 많은 서민들, 특히 가장 가난한 서민들은 과거 소득, 재산이 꾸준히 상승하던 개발독재 시절을 그리워했다.

그런데 과연 이명박+박근혜 대통령과 한나라당+새누리당의 통치 하에서 지난 9년간 서민들의 생계가 나아졌던가? 결코 그렇지 않다. 낙원은 상위 1% 백만장자들과 상위 0.01% 억만장자들에게만 허락되었고, 대다수 서민과 청년들에게는 지옥의 문이 열렸다. 다들 알다시피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서민 살림살이 개선이 아니라 부자 살림살이 개선에 집중했다.

여기서 제기되는 하나의 의문이 있다: 왜 1960-80년대의 30년간 군부독재 시기에는 상대적으로 공평한 소득분배와 함께 빠른 경제성장까지 달성되었는데, 그에 반해 이명박/박근혜 보수 대통령 및 보수정당 집권 치하에서는 빈익빈부익부가 더 심해질 뿐만 아니라 경제성장에서도 형편없는 성적을 내고 있는 것일까?

그 의문에 대한 답은 오늘날의 이명박-박근혜 대통령과 그 측근들의 머릿속에 박힌 경제철학과 경제정책이 과거 박정희-전두환-노태우 대통령 시절의 그것과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즉 과거 개발독재 30년간 한국경제를 이끈 인물들이 중상주의 또는 국가주의의 경제 담론과 정책의 프레임을 가지고 있었다면 오늘날 이명박-박근혜 대통령과 그 측근, 그리고 한나라당-새누리당 인사들의 머릿속을 지배하는 것은 이른바 시장주의(신자유주의)이며 반(anti) 중상주의, 반 국가주의이다. 자유시장(free market)과 자유기업(free enterprise)을 지고지순한 원칙으로 내세우는 자유기업원의 정신, “민중은 개·돼지에 불과할 뿐”이라고 믿는 뉴라이트의 정신이 이들의 영혼이다.

박근혜와 박정희는 경제에 관한 한 정반대이다. 딸이 아버지의 정신을 배신한다. 아버지를 이끌었던 경제 정신과 경제성과, 경제정책의 기조를 완전히 뒤집어엎고 정면으로 부인한다. 그리고는 건전한 보수, 따듯한 보수의 정신으로 부자증세와 복지 확대, 경제민주화를 내세운 유승민 의원 같은 이들을 “배신의 정치”라고 비난한다. 박근혜 대통령 본인이야말로 자기 아버지 박정희를 배신하는 배신의 정치의 극단적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아무 의식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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