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5,600 minutes. 525,600 moments so dear. 525,600 minutes.

525,600분의 시간들. 525,600개의 소중한 순간들. 525,600분의 시간들

How do you measure, measure a year?

당신은 어떻게 헤아릴 건가요, 1년의 시간을?

In daylights, in sunsets, in midnight, in cups of coffee.

햇살로, 노을로, 자정으로, 커피 한잔으로.

In inches, in miles, in laughter, in strife. In 525,600 minutes.

인치로, 마일로, 웃음으로, 갈등으로. 525,600분의 시간들.

How do you measure a year in the life?

인생의 일 년을 당신은 어떻게 헤아릴 건가요?

「 뮤지컬 ‘렌트(rent)’ – Seasons of Love 중 」

앞서 인용한 가사는 뮤지컬 ‘렌트(rent)’에 나오는 노래인 Seasons of love의 일부분이다. 본 칼럼에서는 노동시간의 단축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한다. 그런데 이 노래가사를 인용한 이유는 시간이 절대적이면서 상대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뮤지컬을 영화로 만든 영화 ‘렌트’에서는 이 노래를 주요인물들이 다채로운 화음으로 무대 위에서 부르는 모습으로 오프닝에 사용한다. 가난하고 병든 뉴욕의 예술가인 주인공들이 한 건물에 세입자로 살며 힘든 시간을 어떻게 다르게 보내게 될 지를 암시하는 것이다. 이처럼 1년은 525,600분으로 누구나에게 주어진 공정하고 동일한 수치적 시간이지만, 그 시간이 개인에게 어떻게 소진되는지는 완전히 다른 모양이다. 마치 누군가는 한 잔의 커피와 웃음으로 기억하지만, 누군가에게는 갈등과 투쟁으로 남을 수 있는 것처럼.

때문에 노동자에게 하루의 대부분의 시간을 차지하고 있는 근로시간의 양과 질은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과거 노동운동이 초장시간 노동 철폐를 위한 움직임에서 시작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다. 산업혁명 이후 노동자들은 하루 15시간 이상 초장시간으로 일해야만 했고, 저임금을 비롯한 노동환경 또한 열악했다. 노동자들의 삶은 피폐해져 갔고, 결국 단체행동으로 노동환경 개선 운동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그 결과 19세기 초 하루 8시간 노동을 공식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시작으로 노동자들은 지속적으로 투쟁을 이어갔다. 마침내 1919년에 열린 ILO(국제노동기구)의 첫 총회에서 8시간 노동제를 채택하게 되었다. 주 40시간의 노동시간을 쟁취하는 데 걸린 시간은 무려 100년이고, 1960년대 이후부터는 대부분의 국가가 주 40시간 노동제를 채택하고 있다.

현재 국내 현행법은 주당 근로시간을 주 5일 40시간을 기준으로 노사 간 합의를 통해 초과 12시간을 인정해 최대 주당 52시간 동안 근무할 수 있도록 하였다. 즉 연간 2,000시간에서 2,600시간 동안 일을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연간노동시간은 줄어들고 있으며 2015년 기준 OECD 국가들의 평균 연간 노동시간은 1,766시간이다. 한국의 경우 2,113시간을 기록하여 비교국가 대비 긴 시간 일하는 것뿐만 아니라, 많은 노동자들이 초과근무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2008년까지 OECD 국가들 중 근로시간이 가장 높은 나라였고, 최근 발표인 2015년에도 3위를 기록하였다.

장시간 노동을 지양해야 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노동자들의 삶의 질을 위해서이다. 노동자에게 있어서 일과 삶의 균형이 바로 삶의 질이다. 그 균형은 다양한 여가시간을 통해 유지가능한데, 장시간 노동은 노동자의 여가시간의 다양성을 해칠 가능성이 높다. 짧은 여가시간은 휴식을 정신적인 재생산이 아닌 육체적 회복에만 국한시켜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어려운 환경을 만든다. 두 번째는 노동자들의 생산성유지를 위해서이다. 초과근무가 필요한 상황은 다시 말하면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인원이 부족하다는 의미이다. 노동자는 전기로 움직이는 기계가 아니다. 하물며 기계도 오랫동안 작동시키면 과열되는데, 긴 시간 한 노동자에게 과중한 업무가 주어진다면 필연적으로 과부하가 올 수 밖에 없다. 이는 노동자의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나타내며 새로운 기술이나 정보를 습득하는 능력도 저하시킨다. 즉, 기업이 단기간의 잉여가치를 증가시키기 위해 선택한 노동 시간의 연장이 결과적으로 그 잉여가치를 감소시키는 것이다.

단적인 예로 독일과 연간 평균 근로시간과 구매력 평가 기준의 임금수준을 비교해 보면 한국의 노동자들이 처한 장시간 노동의 현황을 알 수 있다. 조사 국가들 중 근로시간이 가장 짧은 독일은 연간평균근로시간이 1,371시간으로 한국에 비해 742시간 낮은 수치이다. 현재 주 30시간 근무 실험으로 유명해진 스웨덴은 1,612시간으로 501시간 짧다. 반면 구매력 평가 기준 시간당 실질임금은 OECD 평균을 100으로 보았을 때 독일은 118%, 스웨덴은 121%인 것에 비해 한국은 88% 수준으로 근무시간이 짧은 두 나라가 크게 앞서 있었다. 앞서 말한 노동시간이 한국이 연간 4개월 이상 긴 것에 비해 생산성은 떨어지는 장시간 노동의 악순환에 빠져있는 것이다.

스웨덴의 ‘노동의 미래’ 실험지역인 예테보리시의 스바테달레 지역은 뉴욕타임즈를 통해 지난 5월 크게 화제가 되었다. 노동자가 건강해야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이 실험은 기존의 급여를 유지한 채 근무시간을 주당 30시간으로 줄였다. 그 결과 노동자들의 결근이 줄고, 생산성은 높아졌으며, 실제로 근로자들의 건강상태가 개선되었다는 좋은 성과를 보여주었다. 또한 인터뷰를 통해 업무시간에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기위해 노력하고, 외과의사가 더 많은 수술을 집도하였으며, 늘어난 여가시간에 친구를 만나거나 개인 취미를 즐기는 활동을 통해 스트레스가 많이 줄었다는 효과를 선명하게 보여주었다.

국내에도 스웨덴이나 90년대 후반부터 주당 35시간 근무를 하고 있는 독일과 프랑스의 예시를 들어 노동시간을 단축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점차 강화되었다. 이에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표어로 관행처럼 굳어진 잦은 초과노동의 악습을 철폐하고자 노력하였지만, 실제로는 큰 효과를 보고 있지 못하다. 과거에 비해 실제 노동시간이 줄어든 것은 OECD 통계를 통해서도 나타났지만 대기업 및 공공기관 외 중소기업 및 자영업자의 사업장에서는 아직도 주 6일 근무나 초과근무가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새사연은 다양한 노동 및 청년관련 연구활동을 통해 현 시대가 당면한 장시간 노동의 과제를 풀고자 노력해왔으며, 이를 위해서는 자신을 생각하고 돌아볼 수 있는 시간, 즉 절대적인 여유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였다. 실제로 연구활동 중 수행한 인터뷰에서 ‘백수가 세상을 바꾼다’는 말을 듣고 여유 있는 삶이 우리에게 얼마나 어색한 용어인지, 그리고 새사연의 노동환경은 어떠한지를 돌아보게 되었다. 그래서 새사연은 저녁이 있는 삶이 구호로서 그치지 않고 현실화 시키고자 여러 논의를 한 끝에 지난 10월부터 주 30시간 근무제를 실행중이다. 주 40시간 근무를 할 때의 525,600분과 주 30시간 근무를 할 때의 525,600분이 어떻게 다르게 기록 될지 걱정과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