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에서 살아남기’ 시리즈는 불평등, 분배, 경제민주주의까지 총 3개의 대주제를 가지고 대한민국의 경제구조를 낱낱히 파헤치는 연구 간행물입니다. 헬조선에서 살아남기 시리즈 제1부 “천조국의 불평등 따라하기”는 총 6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본 시리즈는 새사연 홈페이지에서 주 1회 연재될 예정이며 프레시안에 동시 게재됩니다. (편집자 주)

 

한국은 서방 7대 자본주의 강국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 원화가치 변동에 따라 등락을 거듭하고 있지만 – 2015년 말에 2만7천 달러를 넘었으며 2016년 말에는 3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부와 언론은 우리나라가 곧 ‘3050’ 그룹, 즉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이면서 동시에 인구 규모가 5천만 명이 넘는 나라들에 속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인구가 5천만 명 넘으면서 동시에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는 나라는 미국과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등 6개국뿐인데 여기에 한국이 합류할 경우 7개국으로 늘어난다. 다시 말해서, 한국의 종합적인 경제력은 세계 7위권이다.

한국의 종합적인 과학기술 능력 역시 세계 7위권이다. 특히 국내총생산(GDP) 대비 과학기술(R&D) 투자액의 비율은 4.3%(2014년)로 세계 1위이며 세계 2위인 스웨덴의 4%보다 높다. 연구개발(과학기술) 투자의 절대액수 역시 세계 6위로 이탈리아를 앞서고 있다. 또한 기업 부문에 한정해 보더라도, 기업들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R&D) 투자비 비율에서 한국의 기업들은 3.4%로 세계 1위이다. 기업부설 연구소가 3만5천개에 달할 정도로 민간 기업들에서의 기술능력이 높다. 예컨대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차가 생산하는 제품들의 기술 및 품질 수준은 이미 글로벌 선진업체의 그것과 비등해졌거나 어떤 영역에서는 더 앞서고 있다.

또한 한국의 군사력은 세계 9위권이다. 세계 106개국의 무기와 병력, 국방비 등을 평가하는 웹사이트인 글로벌 파이어 파워(Global Fire Power)는 세계 군사력 순위에서 한국을 세계 9위로 평가했다. (. 또한 현대 군사력의 핵심인 군사 과학기술 면에서 한국은 세계 9위이며 이탈리아(10위)보다 앞섰다. 참고로 군사 과학기술의 세계 순위는 미국, 프랑스, 러시아, 독일, 영국, 일본, 중국, 이스라엘, 한국, 이탈리아 순인데, 즉 군사 과학기술 면에서도 한국은 – 러시아와 중국, 이스라엘을 제외할 때 – 서방 G7에 속하는 강국이다.

중국 사회과학원은 2006년에 이어 2012년에도 한국의 종합 국력을 세계 9위로 평가했다. 또한 그 동안 ‘선진화’ 담론을 이끌어온 한국의 ‘한반도선진화재단’ 역시 2015년에 한국의 종합 국력을 세계 9위로 평가했다. 세계의 강대국 순위는 1.미국, 2.중국, 3.일본, 4.인도, 5.독일, 6.영국, 7.프랑스, 8.러시아이다. 러시아 다음의 세계 9위가 한국이다. 주목할 점은 서유럽의 이탈리아, 북미의 캐나다의 국력이 한국의 그것보다 낮게 평가받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탈리아와 캐나다는 그간 서방 7개국 정상회담(G7)의 일원으로서 국제사회에서 강대국 행세를 해왔다.

이렇듯, 전세계적 차원에서 볼 때 한반도 남쪽에 위치한 대한민국은 이제 G9 또는 서방 G7에 속해 마땅한 강국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한국을 약소국으로, 개발도상국으로 여기는 사고관습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는 먼저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4대 강국인 미국과 일본, 중국과 러시아가 세계 최강국에 속한다는 점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일본과 러시아에 비교할 때 한국은 경제력 또는 군사력 등에서 열위이다.

하지만 한국이 동북아시아의 끝이 아닌 서유럽의 한가운데 속한다고 상상해보라. 서유럽에서 인구 5천만이 넘는 나라는 영국(6천만)과 프랑스(6천만), 독일(8천만), 이탈리아(6천만) 뿐이다. 스페인(4천만), 네덜란드(2천만), 스웨덴(1천만) 등이 있지만 모두 인구수에서 한국보다 적다.

물론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는 서유럽 평균(4만 달러)보다 아직 적다. 그렇지만 인구수와 그에 따른 경제력의 전체적 규모는 매우 중요하다. 중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아직 8천 달러(2015년)인데도 불과한데도 불구하고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초강대국 취급을 받는 것은 그 인구수 때문이다. 인구 규모와 함께 전체적 경제력과 과학기술능력, 군사력 등을 감안한다면 한국은 서유럽에서 바로 이탈리아를 제치고 독일과 프랑스, 영국에 이은 서유럽 4대 강국으로 떠오른다.

 

한국은 자본주의 7대 강국

이제 한국은 세계 7대 자본주의 강국이다. 우리나라의 야권과 진보는 이러한 명명백백한 사실에 상응하여 자신의 세계관을 새롭게 일신해야 한다. 무엇보다 한국 경제와 한국사회를 전근대 또는 반(半)봉건 사회 하물며 ‘식민지 반(半)봉건 사회’라고 보는 관점을 내던져야 한다. 한국은 1960년대 이래 근대화와 공업화 즉 자본주의적 근대화와 공업화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나라에 속한다. 그것은 매판적 또는 종속적(예속적) 산업화가 아니라 자주적이고 자립적인 산업화였고 그 결과 자립적인 한국 자본주의가 세계시장에 등장하였다. 오늘날 세계인들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민족 자본’(national capital)으로서 삼성과 현대, LG와 SK, 같은 재벌계 대기업들과 그리고 포스코 같은 과거 국영기업을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한국 경제에 있어 민족주의(nationalism)의 과제는 자본주의자들(capitalists)에 의해, 특히 대자본가들(big capitalists)에 의해 성공적으로 수행되었다. 자본주의적 민족주의(capitalistic nationalism)가 성공적으로 자신의 임무를 완수한 것이다. 세계 시장에서 ‘자본주의적 민족’으로서의 한국인을 대표하는 전형적인 모습이 문화적으로는 한류(韓流) 열풍이다. 문화적 현상으로서의 한류 자체가 상업적 즉 자본주의적 기획사들에 의해 주도되었으며 한류의 내용 역시 매우 현대적=자본주의적=물질적으로 바뀐 한국적=민족적 문화이다.

우리나라보다 훨씬 근대화 즉 자본주의적 산업화(특히 자립적 산업화)가 덜 된 태국과 필립핀, 인도네시아를 방문해서 한류 드라마에 등장하는 현대적 한국인의 삶(주로 부유층의 삶에 관한 것인데)을 동경하는 그곳 사람들에게 “한국은 전근대 사회이며 한국을 지배하는 삼성그룹 역시 봉건적 기업이다”라고 말하는 모습을 상상해보라. 만약 한류 TV 드라마에 등장하는 부유층과 재벌 일가의 상류층 문화(‘갑질’ 문화도 포함)가 ‘전근대적 봉건성’의 증명이라면, 태국과 필립핀, 인도네시아 부유층들의 그것은 전근대보다도 못한 미개 야만 국가의 그것이라도 된단 말인가? 그런 말을 듣는 태국과 필립핀, 인도네시아인들은 아마도 모멸감을 느끼거나 아니면 그렇게 말하는 한국인을 자기 나라의 ‘치부’에 몰두해 과장을 일삼는 정신 나간 사람으로 치부할 것이다.

 

자본주의적 특권, 자본주의적 갑질

모든 통계는 1990년대 중후반부터 지금에 이르는 20년간 우리나라에서 부자들은 더 부유해졌는데 가난한 이들은 더 가난해졌다는 점을 보여준다. 왜 그런 것일까?

자유주의(liberalism) 또는 시장 자본주의(free market capitalism)의 근대성을 신뢰하는 야권의 경제학자들은 그 원인으로 여전히 덜 완성된 근대화 즉 덜 완성된 고전적 자유주의를 지목한다. 즉 한국경제에서는 여전히 과거 개발독재 중상주의(mercantilism)의 유산인 재벌그룹 체제와 관치경제의 지배가 유지되고 있으며 그 때문에 빈부격차와 갑을 관계(갑질) 같은 온갖 경제사회적 충돌과 대립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재벌그룹 개혁과 관치경제 타파를 핵심 내용으로 하는 개혁, 즉 서방 선진국들이 17-19세기에 수행한 고전적 자유주의 개혁을 수행하는 것이 21세기 현재의 한국 자본주의 발전 단계 즉 중상주의, 또는 봉건제 말기 단계에 상응하는 역사적 진보라는 것이다. 이들은 그러한 역사적 진보를 내용으로 하는 경제 철학을 자유주의적 진보 즉 진보적 자유주의라 부른다.

정치적으로는 민주주의, 경제적으로는 고전적·개혁적 자유주의 또는 진보적·평등적 자유주의 입장에 서있는 이들 야권의 논자들은 한국경제를 여전히 ‘근대화-합리화-시장화’가 덜 된 사회로, 한마디로 말해서 시장 자본주의가 덜 발전한 경제로 보며 따라서 ‘합리적 시장’ 즉 시장 자유주의의 원리를 더욱 강화하는 내용의 경제구조 개혁, 즉 자본주의를 더욱 자본주의답게 만드는 시장개혁이 필요하다고 한다고 말한다. 깨끗하고 투명한 자본주의, 약간의 복지와 약간의 노동권+인권을 가미하되, ‘공정한 시장질서 즉 경쟁적 시장질서’를 핵심으로 하는 ‘자유주의적 자본주의’(liberal capitalism)가 이들이 꿈꾸는 유토피아이다.

하지만 한국경제의 기본적 대립선 즉 모순을 ‘전근대적이고 봉건적인 중상주의’ 즉 재벌그룹 + 관치경제 VS ‘투명하며 경쟁적인 공정시장 자본주의’ 사이의 대립으로 사고하는 자유주의의 기획이 무엇을 낳았던가? 그들의 구상과 기획은 실제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 치하에서 거의 모두 실시되었다. 자유주의적 경제관료들과 그들이 협력하여 진행한 ‘시장 개혁’이 바로 깨끗하고 투명한 공정시장 자본주의로의 전환이었다. 물론 과거에 비해 투명하고 깨끗해졌다. 분명 좋은 일이며 훌륭한 성과였다. 박수와 갈채를 받아 마땅하다. 그런데 그것과 동시에 가난한 이들은 더 가난해지고 부자들은 더 부유해졌다. ‘착한 투명한 자본주의’라는 가면을 내걸고 자본주의다운 자본주의가 등장했다. 노골적인 이윤추구와 금융투기 재테크, 저임금의 알바-비정규직 증가와 삼포세대 청장년, 노인 빈곤층의 증가와 같은 전형적인 자유시장 자본주의 현상이 도처에서 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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