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사연은 2008년부터 매 년 진보 정책 연구소 최초로 <전망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습니다. 경제, 주거, 노동, 복지 분야를 중심으로 세계의 흐름 속에서 한국 사회를 진단하여 사회를 바라보는 시야를 넓히고 새로운 사회로의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2016년 전망 보고서 역시 총 8회에 걸쳐 연재됩니다. (편집자 주)

 

무상보육은 박근혜정부가 약속한 정책 중 하나이지만, 재정 갈등과 해결 과정은 매끄럽지 못했다. 무상보육을 놓고 엎치락뒤치락 해 온 지난 3년동안 한국 복지의 민낯은 여과 없이 드러났다. 2016년 새해에도 어김없이 대통령의 대표 공약인 ‘국가 책임 보육’을 둘러싸고 온 나라가 살얼음판이다. 정부와 시도교육청, 여당과 야당, 유치원와 어린이집 등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이 무상보육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는 만3~5세 공통교육 ‘누리과정’ 예산에 대한 책임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 고래 싸움에 노심초사하며 시설 이용을 포기하는 학부모와 아이들, 예산이 없어 임금도 받지 못하는 교사들, 지원이 중단되면서 존폐위기에 처한 어린이집 등으로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아래로부터 요구 받은 보편복지가 한국에 뿌리내린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2010년 6.2지방선거,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치르면서 복지의 범위가 조금씩 확대되었다. 여당과 야당은 보편복지 공약인 무상보육과 무상급식 등으로 맞불 선거를 치를 정도로, 국민 다수의 요구와 기대에 부응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박근혜정부가 하겠다던 복지마저 제대로 실현하지 못하면서 국민들의 피로감은 다시금 커지고 있다. 지금 온 국민이 내 자식과 손주, 이웃의 문제로 복지 갈등을 지켜보고 있다. 이 과정 속에서 어렵게 진전시킨 보편복지의 경험이 지난 3년간 한 발도 내딛지 못하면서, 정부에 대한 불신과 복지 확산에 대한 우려는 동시에 커져왔다.

아버지가 못다 이룬 ‘복지국가’의 꿈을 이루겠다며 당선된 박근혜정부는 올해로 집권 4년차를 맞는다. 보수 정당의 대통령 후보가 ‘무상 복지’를 전면에 내세워 당선된 것도 이례적인데다, 준비 없는 복지에 대한 걱정도 컸다. 기존 우려대로 박 정부의 국정운영 전반은 ‘불통’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공약마저 후퇴하면서 거센 비판이 가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저소득 과세’ 문제에 주목

박근혜정부가 2%대 저성장에도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못하면서 복지공약은 하나같이 재정복지의 한계를 넘지 못하고 있다. 선진 복지국가에서도 경제 위기에 복지가 주춤거리는 과정이 존재 했으나, 장기침체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실업, 빈곤 및 질병, 그리고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아동과 가족, 노인에 대한 지원은 오히려 강화되고 있다. 경제 위기 상황에서도 과감히 복지 투자에 나서며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말 무상보육만으로 국가 재정이 흔들릴 만큼 한국의 복지지출이 과도한 것인가? 전혀 그렇지 않다. OECD 33개국 평균 공적사회지출은 GDP 대비 21.5%에 이른다. 그러나 우리는 9.0%에 불과해 OECD와의 공적사회지출 격차는 12.5%p나 벌어진다. 한국의 사적사회지출 수준은 OECD 평균과 같고, 순 조세효과는 0%이면서 한국의 총 순 사회지출은 11.6% 정도다. 최근 가족복지에 적극 나선 프랑스는 우리와는 정반대로 총 공적사회지출은 31%로 최상위권이며, 사적사회지출은 3.6%에 조세 효과를 더해 31.3%로 단연 최고다. 한편, 미국은 총 공적사회지출이 19%로 높지 않지만, 사적지출이 10.9%로 높은데다 과세효과까지 더해져 전체 사회지출은 28.8%에 이른다(그림1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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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우리의 사회복지지출이 낮은 데는 개인의 조세 부담이 적기 때문이라는 인식이 일반적이다. 실제로 한국의 조세부담율은 24.3%로, 덴마크 47.6%, 프랑스 45.3%에 비해 절반 이상 낮은 편이다. 이 때문에 세금을 적게 내니 돌려받는 복지도 적을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뒤따른다(그림2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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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 같은 인식이 틀린 건 아니지만, 우리나라의 조세 체계 자체의 문제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선진국에서는 고소득층에 대한 과세가 큰 데 반해, 우리는 임금과 과세의 상관성이 적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단적으로 미혼 임금자와 외벌이 2자녀 가족의 임금과세를 OECD 국가들과 비교해보면, 한국은 이 두 사례 간 과세 차이가 크지 않은 반면, 선진국에서는 이에 따른 과세 차이가 크다. 한국은 미혼과 외벌이 2자녀의 경우 임금 과세 차이가 13%와 11%로 2%P 정도에 그치지만, 독일은 각각 40%와 21%로 19%P로 큰 차이를 두고 있다(그림3 참조).

다시 말해, 한국에서는 오히려 소득이 낮고 자녀가 많을수록 더 많은 세금을 낸다는 사실이 확인된다. 이런 조세 체계에서는 복지 확대를 위한 증세 논의에 전 국민적인 합의와 동의를 얻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설상가상으로 주식 등 비과세 부분이 많아 상위 1~10%가 전체 부의 상당을 차지하는 비율이 점점 커지고 있으며, 소득 하위와의 격차도 심해져 부의 불평등은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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