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1. 약 한 달 전 주민센터

나 : 안녕하세요, ‘희망두배 청년통장‘ 신청하러 왔는데요, 여기 서류들이요.

상대방 : 준비해 오신 서류 말고도 여기에도 서명을 해주셔야 해요.

나 : 이게 뭐죠?

상대방 : 복지 수급 신청서예요. 이제껏 수급 혜택 받으신 적 없으시죠? 그럼 이걸 작성하셔야 해요.

나 : 네, 알겠습니다.

상황2. 주민센터로부터 온 전화

상대방 : 지금 연봉이 0000만원인데요, 그러면 지원 자격에서 떨어지실 수도 있으세요.

나 : 지원 금액이 월 수입 200만원 이하 아닌가요? 실수령액은 000만원인데..

상대방 : 문제가 없으면 면접 연락이 가겠지만, 그래도 지원자 중에서는 부유하신 편이세요.

나 : 네, 알겠습니다. 만약 저보다 더 어려운 친구들이 있으면 당연히 그 친구들이 먼저 받아야죠.

상황3. 면접

면접관 : 지금 월급이 얼마시죠? 그 돈을 한 달에 어떻게 쓰시죠?

아버지께서는 뭐하시죠? 어머니께서는 가정주부신가요?

동생은 학생인가요? 동생 직장은 어디죠?

만약에 통장에 적립을 할 수 없는 상황이 오면 누가 낼 수 있나요?

나: ……

 

위의 세가지 상황은 ‘희망두배 청년통장’을 필자가 신청하는 과정에서 실제로 일어난 대화이다.

‘희망두배 청년통장’은 서울시가 60%를 부담하고 나머지 40%는 민간후원금으로 충당한 재원으로 ‘청년들의 미래 그리기’를 지원하는 저축액 매칭 지원 프로그램이다. 만18∼34세의 청년 참가자가 근로소득을 통해 저축하는 금액의 1/2 금액을 근로장려금으로 지원하여 경제적 자립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돕는 사업이다. 단기적으로는 저소득 청년들이 교육비, 주거비, 창업자금, 결혼자금을 마련하고 장기적으로는 경제적 자립기반을 마련해 빈곤층에 편입되는 것을 방지하는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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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마침 나는 서울시가 제시한 조건에 적합한 청년이었고, 교육비, 주거비, 결혼자금 등 어떤 목적을 붙여도 자립기반으로 쓸 돈이 부족했기에 좋은 기회로 생각하고 신청하였다. 하지만 신청에서부터 면접까지 전 과정에서 내가 느낀 핵심 감정은 ‘당혹감’이었다. 신청 단계에서 주민센터에서 요구한 서류를 통해 내가 ‘복지수급 대상자’라는, 미처 알지 못했던 ‘나의 가난’을 깨달아서 당혹스러웠고, 통화 중에 나의 가난이 상대적으로 부유한 가난(?)임을 알고 당황했으며, 면접에서는 내 가난의 수준에 대해(서류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캐 묻는 상황과 그 상황 속에서 내 가난의 적합성을 증명하고자 무던히도 노력하는 나를 보니 참으로 당혹스러웠다.

면접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여러 가지 생각이 나를 휘감았다.

생각의 첫 번째는 ‘오늘 내가 증명하고자 한 나의 가난에 과연 내가 기여한 부분이 얼마나 될까?’이다. 2015년 대한민국에서의 나를 포함한 청년들의 가난 결정권은 소위 금수저, 흙수저로 표현되는 태생적 환경에 달려 있으며 부익부 빈익빈을 추구하는 매몰찬 사회구조가 이를 강화시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굳건한 콘크리트 시스템 속에서 청년 개인의 노력은 과연 얼마나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인가?

두 번째는 복지 수급을 받는 것에 대한 생각이었다. 복지는 좋은 건강, 윤택한 생활, 안락한 환경들이 어우러져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상태를 뜻한다.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대한민국에서 복지 혜택을 받는 것은 국가의 수혜가 아니라 세금을 내는 국민의 권리 중에 하나이다. 하지만 나는 내가 복지 수급 대상자가 된 것에 ‘너는 가난해’ 라는 공식적 낙인이 찍혔다고 느꼈고, 내 생각을 확신이라도 시켜주듯 면접관은 나를 시종일관 가여움과 안타까움의 태도로 대했다. 심지어 같은 날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은 서울시가 추진 중인 청년활동비 사업을 ‘범죄’로 몰며 활동비를 받는 청년들을 마치 ‘범죄자’인 냥 취급하는 발언을 하여 마치 청년들의 가난이 ‘죄’인 것처럼 느껴지게 하였다.

사회심리학 이론에 따르면 태도(Attitude)는 행위 의도(Intention)에 영향을 미치며 이는 행동(Behavior)에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청년과 가난 그리고 복지에 대한 우리의 태도는 어떠한가? 기성세대와 정부가 가여운 마음에 어쩔 수 없이 제공하는 수혜적인 사업이 아니라 사회적 약자로 분류되는 청년세대에 대해 책임을 느끼고, 대한민국 국민으로 함께 살아가기 위한 방법으로 봐야 되지 않을까? 나 포함 청년들 역시도 주눅이 들기보다는 내가 필요한 것들을 당당히 찾고 요구하는 태도를 바탕으로 행동해야 하지 않을까? 청년의 가난은 청년들의 잘못이 아니다. 변화된 태도 변화를 바탕으로 한 행동을 통해 청년들이 보다 자신 있고, 마음 편히 살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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