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연구는 <2015 마을살이 작은연구 공모사업>에 선정되어 “한국형 ‘마더센터’의 성장 가능성 탐색”이라는 주제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필자 주)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회원이자 독일 오스나브뤼크대 대학원에 재학 중인 배지영 연구자의 도움으로 현지 마더센터 탐방 및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원래 오스나브뤼크(Osnabrueck) 마더센터를 방문하려고 했으나, 일정이 여의치 않아 다른 센터를 물색했다. 마침 독일의 대도시 중 하나인 하노버(Hannover)시에 30년 역사를 지닌 마더센터와 연락이 닿아 센터 대표와 인터뷰가 성사되었다. 지금도 운영되고 있는 독일 마더센터의 모습을 보고 듣게 된 점은 본 연구와 마더센터를 만들려는 지역 주민들에게 큰 선물이 아닐 수 없다.

 

30년 역사, 하노버시 마더센터 방문

인터뷰를 위해 마더센터를 방문한 날은 독일 날씨가 으레 그렇듯 비가 내리는 싸늘한 날씨였다. 초행길에 늦지 않으려고 서둘러 집을 나섰고, 생각보다 30분 일찍 마더센터가 있는 곳에 도착했다. 약속시간을 정확히 지키는 걸 중시하는 독일 문화라, 잠시 밖에서 원고에 필요한 사진을 찍으며 기다릴 생각이었다. 주거지에 자리한 마더센터는 건물 입구로 들어가면 사각형 모양의 집들이 모여 있고, 건물들이 마주한 내부에 작은 정원이 있다.

약속시간보다 좀 이른 시간이라 추운 날씨에도 정원이 있는 건물 안을 서성이고 있었다. 그런 나에게 한 여성이 손을 흔들며 들어오라고 손짓을 하였다. 너무 기쁜 마음에 마더센터 사무실 입구로 걸어갔더니, 그녀는 ‘이런 추운날 밖에서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며 반갑게 맞아 주었다. 그녀가 바로 마더센터 대표인 하이케 아이켈베르그-보테(Heike Eickelberg-Bothe)였다. 마더센터에서 27년간 활동한 하이케 대표는 어려운 시기를 함께 해온 당사자로, 마음도 따뜻하고 열정도 가득했다.

센터 문을 열고 들어선 공간은 마치 공동 거실 같았다. 넓은 공간에 넓은 책상(식탁 용도로도 사용),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앉을 수 있는 의자들이 놓여 있었다. 늦은 아침식사를 나누는 두 명의 여성과 함께 사무실에서 한 시간 반 동안 하노버시 마더센터의 지난 30여 년의 역사를 여행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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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출발

하노버시 마더센터는 1985년에 설립되었다. 처음에는 추운 겨울 아이들과 함께 적어도 일주일에 한번 이상 만날 공간을 찾을 요량이었다. 그때 마침 마더센터 설립에 관한 뉴스를 접하고 타 도시에 세워진 센터의 설립 과정을 조사하게 되었다. 하노버시에도 마더센터를 만들 수 있겠다는 신념으로 우선은 사비를 모아 센터로 사용할 집을 임대했다. 설립자들은 어디에서 운영 지원을 받을지도 같이 고민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어쩔 수 없이 각자 출연금을 내고, 참여자들이 낸 돈과 후원금으로 운영했다. 다행히 이후에 하노버시 및 니더작센(Niedersachsen) 주에서도 운영 지원금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집세와 전기세 및 각종 세금만 충당할 수 있는 지원금 정도였다.

사람들을 연결해주는 주된 활동은 요리다. 아침과 점심식사를 함께 할 수 있도록 준비했고, 오후에는 커피시간도 가졌다. 설립 초기에는 대부분의 여성들이 가정에서 육아만 하고 있던 터라 센터에서 자주 만날 수 있었고, 각자 준비한 음식을 가져오기도 했다. 센터에서 아이돌봄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여성들을 위한 다양한 강좌도 열었다. 여성들이 뭔가를 하기 위해 남편이 집에 오기만을 더 이상 기다리지 않을 수 있었다. 잦은 모임을 계기로 서로의 삶을 나누면서, 많은 남성들이 여성이 집밖에서 활동하는 걸 원치 않고, 이를 방해하기도 한다는 사실도 공유하게 되었다.

여성들이 마더센터에 모이면서 많은 변화가 일었다. 여성들 스스로가 남편에 의존하지 않는 독립된 존재임을 알리는 등 기존 통념도 바꿔놓았다. 1980년대 독일에서는 여성 권익 신장을 위한 운동이 시작되었다. 이 활동으로 마더센터는 여성들의 관심사에 맞춰 강좌를 열고 다양한 활동을 이어갈 수 있었다.

 

재정 자립까지 발로 뛴 4년

재정 문제를 해결하려고 설립자들은 정치인들을 찾아다니는 일을 먼저 했다. 시간과 장소를 불문하고 무작정 정치인을 찾아가 마더센터의 설립 목적과 활동 등을 소개하면서 한명씩 설득해갔다. 그렇게 발로 뛰며 노력해 재정 문제를 해결하기까지 4년여의 시간이 걸렸다. 이 결과 하노버시가 센터에 매해 정기적으로 재정지원을 시작했고, 여성들과 아이들을 위해 센터가 필요하다는 인식도 높여갔다.

 

물론 처음에 개인들이 낸 돈으로 운영하던 것보다는 큰 발전이었죠. 1990년 당시 시로부터 받은 1년 예산은 5000~6000마르크(유로화 이전의 독일 화폐)였어요. 차츰 예산 지원이 확대되어 7000마르크까지 되긴 했죠. 그럼에도 이 지원은 공간 운영을 위한 비용 정도밖에 되지 못했어요. 여전히 다른 활동을 위한 운영비는 자체적으로 모아야 했죠.”

 

그러다가 마더센터는 정부와 EU의 협력으로 진행하는 ‘여러 세대의 집 (Mehrgenerationshaus)’사업에 참여하게 되었다. EU의 협력은 2013년까지 이루어졌고, 이후에는 독일 가족부의 프로젝트 사업으로 진행되었다. 이 사업 지원을 통해서 1년에 약 4만유로(한화 약5천만 원) 정도의 운영비를 확보할 수 있었다. 이 운영비의 절반은 인건비로, 마더센터 대표자가 시간제로 일하면서 받는 급여다. 나머지 절반은 운영비로 사용한다. 이렇게 마더센터의 재정은 차츰 해결되어 가고, 동시에 사회적 위상도 확대되었다.

 

마더센터가 여러 세대의 집사업에 참여하는 이유는 현실적으로 재정적 자립을 위해서였어요. 그렇다고 이 사업이 완전히 새로운 활동은 아니었죠. 1989년 센터 차원에서 해오던 여러 세대를 아우르는 활동이 정부가 주체하는 사업으로 확장되면서 더불어 센터의 재정에도 기여할 수 있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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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센터를 운영하는데 정부 지원 운영비 이외의 모든 것들은 자발적인 참여로 해결한다.

 

대표자인 저만 시간제로 일하며 임금을 받아요. 앞서 말한 대로 4만유로의 절반인 2만유로가 운영비로 확보되어 있어요. 정부 지원금으로 해결하는 집세 및 각종 세금을 제외하고는 활동가들의 자발적인 참여에 기댈 수밖에 없고, 그 외 비용은 자급자족하고 있어요.”

 

많은 사람들이 마더센터를 이용하고 있지만, 회비는 받지 않는다. 센터에 오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득이 낮은 취약 계층인데다 센터의 존립 목적이 그들을 돕는데 있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들이 센터를 방문한다. 성별이나 연령, 자녀의 유무와 상관없이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온다. 예를 들면, 이력서를 쓰는데 어려움이 있는 사람들도 센터를 방문해 자원 활동가의 도움으로 이력서를 쓰기도 한다. 집을 구하기 어려운 이들도 오면 돕는다. 부부 문제가 있거나, 정서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 등 다양한 사람들이 센터를 들른다. 마더센터에서는 각자의 어려움을 꺼낼 수 있고, 같이 고민하면서 해결하려고 노력한다.

 

‘아침엔 타인, 점심엔 친구, 저녁엔 가족’이 되는 활동

하노버시 마더센터는 ‘아침엔 타인, 점심엔 친구 그리고 저녁엔 가족’이 되는 센터(Morgens Fremde, mittags Freunde, abends ein Zweck der Familie)라는 기치로 시작되었다. 주요 활동은 2007년부터 독일정부의 가족·노인·여성·청소년부 산하의 ‘여러 세대의 집(Mehrgenerationenhaus)’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되면서, 하노버시의 많은 사람들(나이가 다른 여러 세대 및 다양한 사회 계층)을 지원하게 되었다. 주로 세대의 통합(아동, 청소년, 성인 그리고 노년층, 특히 젊은 노년층과 도움이 필요한 노년층), 세대를 통합하는 프로그램, 아동돌봄 서비스, 자원봉사 활동을 통한 사회적 유대 형성, 지역사회에서 정보와 서비스를 제공, 지역사회 경제와 연대 활동, 카페나 간이식당을 통한 만남의 장소 등 다방면으로 활동하고 있다.

센터가 지속하는 일 중의 하나가 아침식사 서비스다. 또 매 해 정부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기 위해서 사업 신청서를 가족부에 제출하는 일도 한다. 만일 센터가 정부 사업 지원을 받지 않으면 운영을 더 이상 지속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주된 사업은 ‘여러 세대의 집’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 밖의 활동은 현재 어려운 상황이에요. 어떤 활동과 사업을 계획하면 많은 일들을 다른 활동가의 도움을 받지 않고 직접 해야 되거든요. 저는 이미 여러 세대의 집사업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고 있어서 현실적으로 다른 활동에 집중할 여유가 없긴 해요.”

 

시기마다 새로운 관심사가 생기면 참여와 조직화가 자발적으로 이뤄진다. 현재 주된 관심사 중의 하나는 난민이다. 센터도 난민들이 지역사회에 안정된 생활을 찾도록 다양한 가능성을 살피고 준비하고 있다. 다른 단체와 연대한 지원 체계도 고민하고 있다. 그 첫 걸음으로 난민들이 머물 집이나 공간을 마련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공간이 마련된다면 난민들을 위한 독일어 수업, 아이들의 놀 공간, 지역사회와의 교류 등을 마련해 도우려고 한다. 센터가 할 수 없는 일들은 타 단체와 협력해 연결해준다.

아동돌봄서비스는 여전히 제공하고 있으나, 지금은 많이 줄었다. 예전에 센터에서 15명의 아이들을 돌보려고 했으나, 센터 공간이 법적으로 10명의 아이들만을 수용할 수 있었다. 그래서 지역 유치원과 연대해서 15명의 아이들을 그곳에 보냈고, 지금도 아이들이 이용한다. 현재 센터가 직접 제공하는 서비스는 없지만, 많은 여성들이 아동돌봄서비스를 필요로 하면 다시 제공하고 싶다. 그러나 요즘 들어 아동돌봄서비스에 대한 욕구가 그리 높지는 않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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