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의 고립감, 마을에서 풀어

이웃이 이사 오고 가는 일이 흔한 도시 생활에서도 오며 가며 인사를 나눌 이웃의 정이 그립기는 마찬가지다. 생애주기별로 보면 자녀가 성장해 독립하고, 결혼을 하면서 가족이 늘었다가, 자녀의 독립으로 가족이 단출해지거나, 사별의 과정을 거친다. 예전과 다르게 최근 가장 늘어난 가족 형태가 1인 가구다. 우리의 십여 년 전과 비교해도 다른 모습이다. 1인 가구는 전국적으로 453만 가구로 늘어, 전체 가구의 25%(2012년)를 훌쩍 넘어섰다. 전 세계적으로도 1인가구는 전 가구의 30%에 이를 정도로 증가하는 추이다.

가족이 줄면서 고립감도 배가 되나, 그 대안으로 지역주민이나 이웃과 함께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이웃공동체, 지역공동체, 마을만들기, 마을살이 등 저마다 부르는 용어도 다양하다. 도시생활에서 불가능해 보이는 ‘마을의 귀환’, 그 가능성과 기대감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옆집에 누가 사는지 모르고 몇 년을 살아오다 마을공동체로 마당발이 됐다는 말도 심심찮게 전해 듣는다. 마을과 함께 사는 사람들 덕에 웃고, 울고, 떠들고, 고민하고, 나누는 등 예전보다 관계망도 풍성해지고 있다.

이동의 가장 큰 요인, ‘주택

그러나 마을살이가 얼마나 지속될까 하는 불안감도 적지 않게 품고 산다. 나를 둘러싼 여러 변화들이 있다. 직장, 주거, 가족, 교육, 환경 등으로 어쩔 수없이 정 든 마을을 떠나야할 가능성이 크다.

시도 내와 시도 간 이동 현황을 보면, 지역 이동의 가장 큰 요인은 다름 아닌 ‘살 집’ 때문이다. 서울시만 보면, 한 해 157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이동을 한다. 그 중에서 절반 가까운 사람들은 주택 문제로 이동하며, 뒤이어 가족(21.6%), 직업(18.7%) 등의 이유로 옮겨 다닌다. 특히 서울시내 안에서의 이동 요인의 83%는 주택 때문이며, 이로 인해 타 지역으로도 5만 명이 빠져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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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교육을 받고 취업을 할 10대~20대까지는 서울이 매력 있는 생활공간일지 모르나, 결혼을 해 가족을 꾸리고 노후생활을 보내기에는 녹록지 않은 생활권이다. 서울시에서 타 지역으로 전출하는 사람이 한해 8만 7천 명 가량인데, 20대까지 전입이 늘던 분위기와 다르게 30대 들어서는 서울 인근 지역으로 빠지는 수가 4만 명으로 급증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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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전세가, 오르는 임대료

서울시 집값이 고공행진을 해 온 것도 마을살이를 가로막는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최근 서울시 주택 매매가 못지않게 전세가격이 기형학적으로 오르면서, 빚을 내어 살 집을 마련해야할 형편은 비슷해졌다. 서울시 주택가격 종합지수(매해 7월 기준)를 살펴보면, 주택매매가격 상승세는 2008년부터 조금은 주춤해진 반면, 전세가는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서울시 주택전세가격은 2008~9년에 잠깐 제자리걸음을 한 것을 빼고는 끝을 모르고 오르고 있다. 서울시 주택전세가격은 매해 월평균 0.14%정도 올랐고, 올해는 월평균 0.68%나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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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생활권에서는 마을 정착을 꿈꿔보기도 전에 더 저렴하고 안정적인 집을 찾아 떠나야한다. 마을에서 엄마들이 아이를 같이 키우고 싶어도 선뜻 마음을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언제 동네를 떠나야할지 모르는데 애써 시간과 마음을 낼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한켠에 있다.

지역 주민들의 놀 공간으로 성장한 공간협동조합들도 고민에 빠지긴 마찬가지다. 이들도 매년 오르는 월세를 감당하지 못하고 떠날 처지에 놓여있다. 전국 상가임대차실태조사를 보면(2013년, 중소기업청), 임차인의 평균 계약기간은 2.6년이며, 평균 1.6명이 일하는 영세한 구조다. 이들은 임대료 인상 상한 9%의 법적 보호를 받고 있으나, 상가임대차보호법의 기한도 5년이면 끝난다. 전국 평균으로 보면 이 기간도 못 채우고 문을 닫는 상가가 많고, 설사 5년을 채우더라도 그 이상은 기약할 수 없는 구조다.

협동조합이 마을공동체 활성화에 뛰어들어 자리 잡는데 5년은 짧다. 이들이 겨우 동네에서 자리를 잡아도 임대료 인상을 견디지 못하고 다른 공간으로 쫓겨나야하고, 법적 테두리 안에서 보호받을 어떤 장치도 없다. 고립된 도시가 살맛나는 마을로 거듭난다는데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마을에 사는 사람과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주거나 공간 불안이 해소되지 않고서는 ‘마을의 귀환’은 가시밭길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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