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은 무조건 남는 장사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자. 아래 표는 소득별 국민연금 수익비(= 총 연금수령액/ 총 보험료 납입액)이다. 현행 국민연금 요율과 연금액 산식을 기준으로 만든 것이다. 독자 여러분도 각자 자기 위치를 찾아보기 바란다. 아래 표에서 수익률은 최대 14.1배에서 최소 3.6배로 모두 납부한 것보다 훨씬 많은 연금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아무리 제도 개혁을 한다 해도 낸 것보다 많이 받는 국민연금의 본질을 훼손할 수는 없다.

표 1. 국민연금 소득별 수익비 모델   (단위: 연, 만원, 배)

표1

 ※ 이 표는 매우 단순하게 가정한 모델이며. 실제 수익비와는 다를 수 있음 .
주 1) 전체 평균소득 250만원, 임금노동자로만 구성된 것으로 가정
2) 65세부터 20년간 받는 것으로 가정

‘무조건 남는 장사’라는 것이 바로 이 국민연금이라는 제도의 본질이다. 재정 고갈을 들이밀면서 국민들에게 공포감을 심어주기에 앞서 명백한 이 사실을 널리 알리고 동의한 바탕 위에서 제도 개혁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어야 한다. 낸 것보다 더 받아 가는 것에 대해 아직도 의심스러운가? 그런데 이게 가능한 것인가? 가능하다면 어떻게 가능한 것인가?

국민연금을 설계할 때는 민간보험과는 달리 받을 금액(연금액)을 먼저 결정하고 낼 돈(보험요율)을 맞춘다. 그리고 이 때 언제나 낸 것보다 더 많이 받도록 제도를 설계하고 정기적으로 조정한다. 그렇다면 떠오르는 또 다른 의문. 이런 식이라면 재정고갈이 어차피 올 수밖에 없지 않는가? 하지만 재정고갈은 필연적이지 않다. 아니 재정고갈은 절대 안 된다고 가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 배경을 세 가지만 언급하자.

첫째, 기업들이 보험료의 반을 납부하기 때문이다.
둘째, 납입기간은 길지만 연금수령 기간은 짧기 때문이다. 혹은 경제활동인구가 연금수령 인구보다 훨씬 많기 때문이다.
셋째, 경제는 성장하기 때문이다. 당신이 연금을 받을 시점이 되면 우리나라 경제는 훨씬 더 큰 지급여력을 갖게 된다. 혹은 훨씬 더 많은 보험료를 징수하게 된다. 언제나 우리와 우리의 아들딸 세대, 그리고 손자손녀 세대 사이의 연대가 이를 가능하게 만든다.

적립금 감소의 충격은 국민연금이 아니라 금융시장에서 발생한다. 국민연금 적립금의 감소가 제도의 재설계를 요구하는 것은 사실이나 그 자체가 제도의 존립을 좌우하지는 못한다. 전 세계 모든 국가, 특히 우리보다 경제규모가 훨씬 큰 국가들이 이와 같은 어려움을 예외 없이 겪었으나 무사히 헤쳐 나갔다. 지출이 늘어나는 만큼 적립금은 줄이고 수입은 늘려서 해결하면 된다. 수십 년 후에 지급해야 할 급여를 지금 쌓아 놓을 필연적 이유는 없다. 정말 우려해야 할 점은 앞서 언급한 고 수익률을 가능하게 만드는 근거, 기업 부담의 정체, 인구 구성의 변화, 그리고 경제성장률의 둔화 등이라 할 수 있다.

한편 세계 최대 규모의 적립금이 감소한다면, 문제는 국민연금 제도가 아니라 금융시장에서 발생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은 국채와 초우량 회사-그래서 대기업들- 주식, 그리고 자원과 인프라 같은 곳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이러한 투자를 통해 주식, 외환, 국채 시장의 안정성을 높이고 해외 자원인프라에의 장기투자를 가능하게 한다. 국민연금의 투자 행태에는 금융시장을 안정화시키고 수익률을 유지시키려는 신자유주의 정부의 정치적, 정책적 의도가 상당 부분 들어 있다.

금융시장에 묶인 막대한 국민연금의 적립금을 어떻게 할 지에 대해서 논의되어야 한다. 현재 쟁점이 되고 있는 소득대체율 상승 논의는 보험료율 뿐만 아니라 적정한 적립금 규모와 함께 논의되어야 하는 것이다. 일본의 5년, 독일의 1년 이내 적립금과 비교했을 때 35년 후는 너무 먼 이야기이다. 이러한 사실은 제쳐 두고 정부가 세금폭탄을 언급하는 것이야 말로 건강한 논의를 막는 공포마케팅 아닌가?

hwbanner_610x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