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국회 연설을 통해 법인세 증세도 성역이 될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이처럼 복지를 위한 증세가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가운데 3대 국가 기간 세제 중 법인세가 특히 주목을 받고 있다. 다른 두 개의 기간 세제인 개인소득세와 부가가치세의 경우 각각 납세여력 미비, 소비 침체 부작용 등이 증세의 장애물이 되고 있으나 법인세, 특히 대기업의 법인세는 납세여력이 충분해 소비 침체의 부작용도 우려되지 않는다.

지난 수 십 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법인세는 인하되어 왔다. 법인세를 인하하면 기업이 투자를 늘리고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는 믿음, 글로벌 경제를 주도하는 다국적기업을 국내로 유치하기 위한 국가 간 경쟁이 신자유주의를 배경으로 득세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떠한가? 이러한 맹신이야말로 국민들의 삶에 오히려 질곡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실증적인 사실들이 드러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신자유주의가 전파하는 논리를 비판하기에 앞서 먼저 법인세 증세를 원하는 이유를 재확인하고자 한다. 그러한 논리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의 삶이기 때문이다. 기업 또는 경제의 효율은 국민경제 전체의 삶을 증진시키는 수단일 뿐이기 때문이다.

증세 요구 1. 국민경제에서 기업들의 몫이 갈수록 증가

법인세 증세가 필요한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최근 수 십 년 간 국민경제에서 기업이 가져가는 몫은 갈수록 커지고 가계가 가져가는 몫은 갈수록 작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림 1은 1975년 이후 법인의 영업잉여 추세를 나타낸 것이다. 전체 영업잉여 가운데 법인의 영업잉여 비중을 보면 1970년대 이후 추세적으로 거의 예외 없이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비법인의 영업잉여, 즉 가계와 소규모 자영업자들의 영업잉여가 갈수록 줄어들었음을 의미한다.

1975년 20%대에 불과하던 법인의 영업잉여 비중은 박정희 군사정부 시절 가파르게 상승하여 ‘민주화의 봄’을 맞이했던 1980년에 40% 대를 돌파하고 약 20년 가까이 50% 아래에 정체되어 있었으나 1997년 IMF 외환 위기와 신자유주의 본격화 이후 현재까지 약 20년 동안 또다시 급등하여 현재는 70% 수준에 거의 도달하였다.

해외 선진 자본주의 국가의 경우, 경제성장과 자본주의 경제의 고도화로 인해 법인의 영업잉여 비중이 증가하곤 했다. 예컨대 임노동자가 늘어나고 기업들의 규모가 커지면서 영업잉여가 법인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물론 해외의 역사적 경험이 우리나라에도 적용될 수 있겠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의 몫이 지나치게 커졌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림 1에서 피용자 보수 대비 법인의 영업잉여의 배수가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보자. 1996년 법인 약 3.5배로 최고치를 기록했던 임금의 몫은 1997년부터 크게 감소하기 시작하여 2012년 2.0배 수준으로 역사상 최저였던 1981년의 값으로 떨어졌다. 즉, 법인 중심의 자본주의 구조 고도화의 결과를 인정한다 하더라도 그 과실이 가계로 가지 않았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법인의 소득과 가계의 소득을 직접적으로 비교해 보면 이런 사실을 보다 분명히 알 수 있다. 1975년부터 2014년 현재까지 우리나라의 사회경제 구조를 크게 네 시기로 구분하였다. 표 1에서 IMF 외환위기 이후 기업 vs. 가계의 소득 몫이 급변했음이 확인된다.

1980년 이후 IMF 외환위기 이전까지는 가계의 소득이 1.6배(’80-86), 3.6배(’86-96)로 증가하는 동안 기업의 소득은 각각 1.4배(’80-86), 2.9배(’86-96) 증가하여 가계 소득 증가를 따라 오지 못했다. 그러나 1997년 이후 전세는 완전히 역전되어 가계 소득이 약 20년 동안 불과 1.6배 증가하는 동안 기업 소득은 월등히 높은 3.4배나 증가하였다.

증세 요구 2. 갈수록 하락하고 있는 법인세율, 대기업들에 혜택 집중

최근 20여 년동안 기업의 이익은 커져 갔지만 법인세율은 오히려 지속적으로 줄어들어 왔다. 법인세 최고세율은 1990년 30%에서 1991년 34%로 인상되었으나 이후 꾸준히 인하되어 2014년 현재 22%에 있다. 최고 법인세율이 1950년대에 75%에 이르렀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의 법인세율은 대단히 낮은 수준에 있다고 할 것이다.

이에 따라 실제 납부하는 세율을 의미하는 실효세율도 꾸준히 감소해 왔는데, 명목세율보다 약 4~6%p 낮은 수준에 있다. (평균 실효세율 기준 16.8%) 실효세율이 낮은 것은 각종 조세감면 조치의 영향이 결정적인데 2012년 기준 법인세는 총 45.9조원이 징수되었고 법인세 조세지출액은 8.5조원에 달한다.

그런데 조세감면의 혜택은 자금여력이 풍부한 대기업들에 더욱 집중되고 있다. 소규모 법인을 제외하고 법인세 과세표준 10억 이상 기업들의 실효세율을 그림 3에서 보자. 우리나라의 명목 법인세율은 규모에 따라 10, 20, 22%의 3단계로 구분된다. 기업 규모에 따라 더 많은 세율을 부과하는 누진체계가 일부 남아 있는 것이다.

과세표준 소득 규모가 증가할수록 실효세율은 조금씩 증가하다가 500억 원 이상에서 다시 감소하고 있다. 특히 5,000억 원 이상의 초대기업은 불과 17.1%의 실효세율을 부담하고 있을 뿐이다. 지나친 조세감면 혜택을 막고자 최저한세율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데, 대기업의 최저한세율이 17%이므로 사실상 가능한 최대치의 조세감면 혜택을 받고 있는 셈이다.

조세감면 혜택이 대기업에 집중되면서 5천억초과의 대기업들의 명목세율-실효세율 격차는 약 5%에 이른다. 10억 이상의 법인들에 대해 최고치를 기록하는 구간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