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포1. 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 / 김수영

왜 나는 조그만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50원짜리 갈비가 기름 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한번 정정 당당하게
붙잡혀간 소설가를 위해서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월남 파병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20원을 받으러 세번째 네번째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중략)

그러니까 이렇게 옹졸하게 반항한다
이발쟁이에게
땅주인에게는 못하고 이발쟁이에게
구청직원에게는 못하고 동회직원에게도 못하고
야경꾼에게 20원 때문에 10원 때문에 1원 때문에
우습지 않느냐 1원 때문에

모래야 나는 얼마큼 적으냐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마큼 적으냐
정말 얼마큼 적으냐….

 

메타포2. 시경(詩經)위풍(魏風) 석서(碩鼠) 번역 : 큰 쥐

큰 쥐야, 큰 쥐야/ 내 기장을 먹지 마라/ 삼년이나 너를 알고 지냈건만/ 내 처지를 돌아보려 않으려 하니/
이제 나는 너를 떠나/ 저 즐거운 땅으로 떠나련다/ 즐거운 땅(樂土)이여, 즐거운 땅이여/ 거기서 내 살 곳을 얻으리라.
큰 쥐야, 큰 쥐야/ 내 보리를 먹지 마라/ 삼년이나 너를 알고 지냈건만/ 내 사정을 봐주지 않으려 하니/
이제 나는 너를 떠나/ 저 즐거운 나라로 떠나련다/ 즐거운 나라, 즐거운 나라/ 거기 가면 내 편한 곳 얻으리라
큰 쥐야, 큰 쥐야/ 내 곡식 싹 먹지 마라/ 삼년이나 너를 알고 지냈건만/ 나를 위로하지 않으려 하니/
이제 나는 너를 떠나/ 저 즐거운 들로 떠나련다/ 즐거운 들판, 즐거운 들판/ 거기서는 한숨 질 일 없으리라

 

메타포3, 한국사회의 큰 쥐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4대강 사업30조 원, 해외자원외교 사업에 40조 원, 방위력개선사업에 40조 원 등 모두 100조 원을 넘는 혈세가 들어간 것과 관련해 이 같은 비용을 현실적으로 회수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이명박 5년간 날린 혈세 손실규모 추정하기도 힘들어」, 미디어오늘 , 2014년 11월 23일)

포스코가 인도네시아 일관제철소 건설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100억 원대 비자금을 조성했고, 이중 일부가 포스코 최고위층에 전달된 정황을 검찰이 파악한 것으로 17일 알려졌다.

(「포스코 비자금 100억 설…인니 제철소에 무슨 일이?」, 프레시안 , 2015년 3월 17일)

 

메타포4. 한국사회의 우스운 옹졸함

복지 과잉론을 띄운 당사자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다. 그는 5일 한국경영자총협회 초청 강연에서 복지 수준의 향상은 국민의 도덕적 해이가 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복지 과잉으로 가면 국민이 나태해지고, 나태가 만연하면 부정부패가 필연적으로 따라온다고 말했다.

(「얼토당토않은 복지 과잉론」, 한겨레, 2015년 2월 6일)

홍준표 경남지사는 11학교는 공부하러 가는 곳이지 밥 먹으러 가는 곳이 아니다라며 다음달부터 무상급식을 전면 중단하겠다는 방침을 거듭 분명히 했다. 홍 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정책의 판단기준은 국가의 이익,국민의 이익에 있다. 국민의 최대다수 최대행복이 정책선택의 기준이 될 수 밖에 없다라고 무상급식 중단의 당위성을 주장하며 이같이 말했다.

(「홍준표 “학교에 공부하러 가지, 밥 먹으러 가나”」, views&news, 2015년 3월 11일)

세월호 유가족들이 특별법 시행령안 폐기와 선체 인양 공식 결정 때까지 배·보상 절차를 전면 중단하라고 요구하며 단체로 삭발했다. (중략) “이들은 정부가 시행령안 폐기와 선체인양 촉구 여론을 잠재우고 유가족들이 돈을 받아내려고 농성하는 것처럼 호도하려는 의도로 뜬금없이 배·보상 기준을 발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배·보상절차 전면 중단하라”…세월호유가족 단체삭발」, 연합뉴스, 2015년 4월 2일)

 

메타포5. 잔인한 4

엘리엇(T. S. Eliot) “황무지” 제1부 “죽은 자의 매장” 중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기억과 욕정을 뒤섞으며,
봄비로 잠든 뿌리를 뒤흔든다.
차라리 겨울은 우리를 따뜻하게 했었다.
망각의 눈[雪]으로 대지를 덮고
마른 구근(球根)으로 가냘픈 생명을 키웠으니.

 

4월이다. 봄꽃이 날리고 옷차림이 가벼워지지만 봄을 맞는 마음은 잔인하다. 큰 쥐들에게 분노하지 못하고 작은 것에만 분노하는 옹졸한 우리에겐, 황무지에서 싹을 틔우는 새싹 같은 잔인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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