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우 개선은 박근혜 정부의 대선 공약 중 하나이다.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다른 유력 후보들과 마찬가지로 이명박 정부의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며 고용불안과 저임금에 직면해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숫자에 매몰되어 일자리 몇 만개를 만드는 것보다 좋은 일자리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이야기하였으며,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시정제도를 도입하고, 대기업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관행을 개선하겠다고 하였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2년이 끝나가고 있는 지금도 여전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하고 무분별한 비정규직 고용을 줄이기 위한 구체적인 정부의 정책은 나오고 있지 않고 있다. 고용률을 높이기 위한 시간제 일자리를 확대시키는 정책이 발표된 바 있지만, 약속했던 전일제 좋은 일자리를 확충하는 정책이나 상대적으로 차별받고 있으며 처우가 좋지 않은 비정규직 일자리에 대한 개선 정책은 아직까지 발표되지 않았다.

 

바뀌지 않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실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이전 정부에서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고용은 불안정하고, 정규직 노동자들에 비해 낮은 임금을 받고 있다. 2014년 8월 경제활동인구 조사자료를 이용한 통계청과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의 분석 모두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규직 노동자들에 비해 100만원 이상 낮은 임금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사회보험의 직장가입 또한 정규직 노동자들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고용 불안정과 저임금에 직면하고 있는 동시에 사회보험지원에 있어서도 차별을 받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중요한 사회적 문제로 부각된 것은 오래되었다. 그러므로 지난 대선 박근혜 정부 역시 이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하고, 비정규직 일자리를 줄이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취임 후 2년이 지났지만, 실행된 공약은 없고, 비정규직들의 현실은 바꾸지 않고 있다.

 

중규직?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으로의 회귀하나?

이런 상황에서 최근 정부는 오히려 이전 정부의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을 지속하겠다는 의중을 내비치고 있다.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규직 노동자들의 경직된 고용관행이 일자리 확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한 데 이어, 중규직 일자리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중규직 일자리에 대해서는 정부가 사실무근이란 입장을 밝히기는 했지만, 이와 같은 최근의 사건들은 곧 발표될 것으로 보이는 비정규직 일자리 대책에 대한 우려를 갖게 하는 것이 사실이다. 국민과의 약속과 달리, 이전 정부와 마찬가지로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을 유지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그것이다.

노동시장을 더욱 유연화하는 정책은 최근 최경환 장관이 주장한 내수활성화를 통한 경제성장과도 부합되지 않는 정책이다. 거시경제상황이 불확실한 가운데 고용불안정성을 강화하는 정책은 투자촉진보다 소비위축으로 이어져 경제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 대선 박근혜 대통령도 비판적이었던 노동시장 유연화를 통해 기업의 투자를 촉진한다는 정책이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1990년대 이후 우리나라의 노동시장이 지금보다 더 유연할 때가 있었을까?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 개선은 대통령의 약속이기도 하지만, 경제적으로, 정치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2014년 8월 현재 비정규직 노동자의 규모는 정부추산 607만 명, 노동계 추산 852만 명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집권 3년차인 내년부터는 정규직 노동자의 고용의 질을 악화시키는 하향평준화가 아니라,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의 질을 개선하는 상향평준화를 통해 이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직면하고 있는 노동시장 내 차별을 개선하는 정책이 시행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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