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부과체계가 문제인가?

건강보험 부과체계 개편이 드디어 가시화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12년 단일 보험료 부과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국민건강보험공단쇄신위원회』에서 『소득 중심의 보험료 부과체계 단일화 방안』을 제출했고, 박근혜 정부에서는 「건강보험료 부과체계개선기획단」을 운영해왔다. 복지부는 9월 11일, 개선기획단이 그동안 진행했던 연구의 대략적 내용을 공개하면서 최종보고서와 복지부 안을 9월말 발표하겠다고 했지만, 10월 8일 현재, 아직 보고서의 구체적인 내용과 복지부 안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부과체계 개편은 매우 뜨거운 이슈이다. 한국사회 보건의료 정책에서 가장 굵직한 사건을 들자면, 2000년 동시 추진되었던 ‘건강보험통합’과 ‘의약분업’으로, 이는 건강보험 통합 보건의료 제도의 가장 큰 이슈였다. 쟁점은 직장·지역 가입자의 재정·관리를 통합하는데, 부과기준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것이었다. 즉 수십 개 조합으로 나누어져있던 건강보험조합들은 가입자와 조합의 경제수준에 따라 매우 다른 보험료 납부와 혜택을 받아 왔는데, 이를 단일 재정으로 통합하고, 보험 혜택도 단일화한 것이다.

하지만 이때, 소득이 100% 파악되는 직장가입자와 소득파악률이 낮은 지역가입자간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어 직장과 지역가입자 부과체계는 통합하지 못한 채, 분리되어 있었다. 즉 지역가입자는 소득파악이 잘 안 된다는 판단 하에 소득이외의 종합소득, 재산(부동산), 자동차, 평가점수 등에 부과를 해왔고, 직장가입자는 근로소득에만(여러 직장이 있어도 한 곳만) 부과를 해왔다.

 

부과체계, 바꾸는 게 맞다.

그 결과, 양쪽 모두 불만이 누적되어 왔다. 직장가입자는 100% 노출되는 근로소득 전부에 부과된다는 불만과, 반면 근로소득 이외의 소득-다른 직장의 근로소득, 사업(임대)소득, 금융소득, 양도소득, 상속·증여소득 등에 부과하지 않음으로 해서 사실상 제대로 보험료를 내지 않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역가입자의 경우, 사실상 소득이 없거나 낮지만, 집이나 자동차가 있는 경우, 지나치게 높은 보험료를 낸다는 불만과, 반면 여전히 낮은 소득신고율로 인해 제대로 보험료를 내지 않고 있다는 비판 역시 받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부과체계가 통합되지 않은 상황에서 제도 간 허점을 이용한 보험료 회피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고소득을 올리는 사업자가 소액의 근로소득만 신고하고 최저액의 직장보험료만 낸다든지, 역시 고소득층이 피부양자로 남아있어 한 푼도 안낸다든지 하는 식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고소득을 올리던 사업가 시절, 직장보험료 2만원만 냈던 것이 대표적 사례이다.

이 외에도 통합이 추진되었던 시기에 비해 근로소득보다 자산에 의한 소득, 즉 사업(임대)소득, 부동산 양도소득, 금융소득의 비중이 크게 증가한 것도 변화된 조건 중 하나이다. 예전엔 근로소득이 주가 되었다면 2000년대 들어, 자산집중이 심화되고 금융시장이 커지면서 자산보유와 이전으로 인한 소득이 크게 늘었다. 이러한 배경이 부과체계 개편논의가 시작된 배경이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가장 중요한 배경이 낮은 건강보험 보장률과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이라는 점이다. 의료비의 55%정도만을 보장해주는 현재의 건강보험과 보장성은 OECD 꼴찌임에도 가장 높은 수준으로 폭증하는 의료비와 고령화 속도는 건강보험 규모를 키우고 안정적 부과기반을 마련하는 것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는 원인이다. 보수·진보를 막론하고 건강보험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이 부과체계 개편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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