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의 ‘킹핀’과 유보된 위기

최경환의 ‘킹핀’과 유보된 위기

By | 2014-10-29T15:35:38+00:00 2014.07.24.|

안녕하세요? 경제의 맥을 짚어 드리는 프레시안 도우미 정태인입니다.

각 언론은 실세 부총리가 박근혜 정부 제2기 정책기조를 어떻게 세울지에 관한 보도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최경환 부총리의 ‘킹핀’?7월 10일 자 <주간프레시안뷰>에서 짚어 드린 대로 최경환 부총리의 경제정책 기조는 부동산 경기 활성화에 의한 내수 확대입니다. 두 번째로 추가된 것이 기업의 현금유보를 시장으로 끌어내겠다는 것이죠. 가장 획기적인 것은 스스로 ‘정책 대전환’이라고 부른 일견 ‘소득 주도 성장’으로 보이는 정책이었습니다.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서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등 가계소득을 늘려야 한다는 거죠. [관련글] (☞ 최경환 선장의 ‘세월호’, 걱정된다)

우선, 부동산 경기활성화에 관한 최경환 신임 부총리의 일성은 “LTV·DTI의 업권·지역별 차등을 조정하겠다”는 것입니다. 지역과 금융업권에 따라 다르게 책정돼온 LTV를 일괄적으로 70퍼센트(%)로 늘려주고 DTI도 서울지역을 60%로 상향 조정하는 정책이 곧 나올 겁니다. “빚내서 집 사라”는 이 정책이 가계부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이미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즉, 최경환 팀은 가계부채라는 ‘거시건전성’ 문제를 무시하고 있는 겁니다. 이 주제와 관련해서는 <경향신문>의 보도가 눈길을 끕니다. LTV·DTI 규제 완화 때문에 전세금 회수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규제완화를 해도 집값이 계속 하락한다면 집주인들은 집을 팔아서 은행 빚을 갚을 수밖에 없는데, 전세값이 워낙 오른 상태라서 빚을 갚고 난 뒤 전세 보증금을 온전히 돌려줄 수 없는 ‘깡통 전세’가 속출할 수 있다는 거죠.즉, 금융 규제완화에 대해서 일반 시민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해도 집주인들의 행동에 따라 전세보증금을 떼일 수 있는 처지로 몰릴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기사에는 생략되어 있습니다만, 금융 규제완화는 전셋값이 오르는 걸 뒷받침할 수 있습니다. “빚내서 전세금 내라”라는 얘기이기도 하니까요. 그런데도 집값이 오르지 않는다면, 결국 전세보증금을 떼이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습니다. 이제 전세를 들 때는 집주인의 재무 상태도 확인해 봐야 하는 시절이 된 겁니다. [관련기사] (☞ 집값 떨어지는데 대출한도 높여…‘깡통전세’ 세입자 보호 뒷전)

두 번째, 기업의 현금유보와 관련해서는 아직 최 부총리가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습니다만 <조선일보> 17일 자 1면 ’10大기업 곳간에 104兆 쌓여있다’라는 기사가 눈길을 끕니다. 두 번째라면 서러워 할 만한 친재벌 성향의 언론으로선 파격이 아닐 수 없으니까요. [관련기사] (☞ 최경환, ‘축소균형’ 공식 언급…”확장적 거시정책, 가계소득 증대로 극복”(재종합))이 신문의 기획 시리즈 ‘한국경제, 골든타임이 지나간다’를 살펴보면 최경환 팀의 경제정책 기조와 관련해서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상·중·하 세 번으로 예정되어 있는 이 시리즈의 첫 번째 기사는 부동산 경기 활성화였습니다. 그런데 16일 자 두 번째 기사는 ‘킹핀(kingpin 핵심 목표, 원래는 영화 <스파이더맨>의 등장인물이죠^^)’이라면서 첫째 “부동산을 살려라”, 둘째 “기업이 쌓아 둔 자금을 투자·배당으로 끌어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관련기사] (☞ [한국 경제, 골든타임이 지나간다] [中] 일자리·가계소득·內需 모두 키우는 善순환의 ‘킹핀(kingpin·핵심 목표) 효과’ 노려야)기획 중 ‘심층 인터뷰’에 참여한 경제전문가의 면면을 보면, 전 부총리(강만수·강봉균·권오규) 등 전직 경제관료들, 그리고 관변 경제학자들 간에 일정한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보입니다. 기사 내용에서 사내유보금을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금 중 정부에 낸 세금과 주주에게 돌아가는 배당을 제외하고 기업 안에 쌓아두는 돈”이라고 규정해서 그 규모를 지난해 6월 말 기준 477조 원이라고 주장한 것은 명백한 잘못입니다. 사내유보금에는 설비투자에 쓰인 돈도 포함되기 때문이죠.
하지만 최근의 설비투자 증가율이 ‘0’에 가까운 걸 보면, 사내유보금 대부분이 현금으로 쌓여 있으리라 짐작할 수 있겠죠. 이 돈을 어떻게 투자로 이어지게 할까요? 박병원 은행연합회장(전 기재부 차관)은 이렇게 말합니다. “서울 시내에 호텔이 들어오도록 해 주든지, 영종도에 카지노를 제대로 되게 해 주든지, 제주도에 중국인 병원이 들어오게 하든지, 케이블카를 설악산에 놓도록 해 주든지 뭐라도 하나 해야 한다.” 즉, 온갖 규제완화를 통해서 대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돈이 풀려 나오게 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최경환 부총리가 청문회에서는 기업의 현금 유보를 임금 인상에 사용할 수 있다고도 말했습니다만, 신문은 배당으로 끌어내는 것만 언급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기업이 배당에 인색한 건 사실입니다. 해서 우리의 전문가들은 배당수익률을 높여서 기업이 가진 돈을 주주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하는 겁니다. 기사에 따르면, 배당수익률을 1%포인트 높이면 외국인 주주들이 가져가는 몫(34%)를 빼고도 약 8조 원이 국내 주주들에게 돌아간다고 합니다. 물론 일반 시민의 몫은 극히 미미할 것이고 자산가들의 수입이 늘어나겠죠. 즉, 최경환 부총리의 두 번째 무기인 ‘기업 자금 끌어내기’도 결국 ‘규제완화=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일환인 셈이고, 이에 덧붙여 배당을 늘려서 자산가들의 소비를 유도하자는 얘깁니다.여기에는 최 부총리가 ‘정책 대전환’이라고 부른 세 번째의 무기, 임금인상과 사회적 대타협에 관해서는 한 마디도 없습니다.
지난주에 말씀드린 대로, 이 세 번째 무기는 ‘소득주도 성장’이라고 할 만합니다만, 최 부총리는 아직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박 대통령이 폐기한 ‘경제민주화’를 과연 실세 부총리가 되살릴까요? 이명박 정부 시절에 신현송 청와대 국제경제보좌관이 ‘거시건전성 규제 3종 세트’를 도입한 것과 같은 일이 벌어질까요? 경제학자들의 불길한 예언제가 누누이 말씀드린 대로, 세계경제와 한국경제는 2008년 금융위기 이래 장기침체에 빠져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기업과 가계의 부채가 누적되면 언제든 이 침체는 위기로 돌변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 한 톨의 모래에 의해서도 산사태가 일어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최근 <경향신문>에 ‘재벌개혁론자’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전성인 홍익대 교수, 김상조 한성대 교수가 나란히 경제위기론을 실었습니다.[관련글] (☞ ‘제2의 외환위기’ 막으려면)[관련글] (☞ [김상조의 경제시평]재벌도 양극화되고 있다)전성인 교수는 ‘제2의 IMF 외환위기’라는 자극적인 용어까지 사용해서 1997년 상황과 지금을 비교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원화 절상이 일어나고 있는 사실, 두 번째, 삼성·현대를 뺀 나머지 기업들이 부도 위기에 처하고 있다는 사실, 세 번째, 1997년 위기 때와 달리 가계부채와 공공부문 부채가 쌓이고 있다는 사실을 들었습니다. 따라서 기업과 가계부채 규모를 줄이는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는 것이고, 구체적으로 부실을 은행으로 모은 뒤 통화증발(즉, 인플레이션)과 세금을 투입하는 방안(즉, 공적자금 투입)을 제시했습니다. 김상조 교수의 글 제목은 ‘재벌도 양극화되고 있다’입니다. 범 4대 재벌을 제외한 나머지 그룹의 절반 정도가 부실(징후) 상태에 있다는 겁니다. “이미 5개 그룹은 워크아웃·법정관리 등의 구조조정 절차에 들어갔다. 또한 부채비율이 200%를 넘어 재무구조가 불안정한 가운데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감당하지 못할 만큼 수익성이 저조한 부실징후 그룹이 10개나 된다. 더구나 (5개 구조조정 그룹을 제외한) 부실징후 그룹의 숫자가 2010년 2개 → 2011년 5개 → 2012년 10개로 빠르게 늘어났다”는 겁니다.따라서 정부는 4대 재벌로의 경제력집중을 막는 동시에 부실(징후)그룹의 구조조정을 촉진해야 하는데, 이는 공정거래법만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겁니다. 김 교수는 상법을 개정해서 기업 구조조정의 법적 근거를 마련함으로써 투명성과 책임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시점이 언제일지, 외환위기로까지 발전할 것인지에 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침체 속에서 언제 위기가 터질지 모른다는 점에 관해서는 저도 두 교수의 견해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두 교수는 미시적인 기업 구조조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더불어서 거시적인 정책도 필요합니다. 위에서 아래로 돈이 흐르는 것이 아니라 아래에서 위로 돈이 흘러야만(당연히 정부가 해야 합니다), 경제가 급전직하(急轉直下)하는 걸 조금이라도 막을 수 있을 테니까요. 바로 ‘소득 주도 성장’, 최경환 부총리의 세 번째 무기가 그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최 부총리는 과연 그런 정책을 구체화할 수 있을까요? 예상 적중률에 신경을 쓰는 ‘예언가’라면 당연히 ‘아니요’라고 답할 수밖에 없지만, 서민들이 겪어야 할 고통을 생각한다면 억지로라도 ‘예’라고 대답하고 싶습니다. *본 글은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의 칼럼지인 <프레시안 뷰>에 기고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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