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이름만큼이나 뜨겁고 무더웠던 지난 7월 8일 화요일, 대전시 탄방동의 icoop 한밭생협에서 새사연의 이은경 연구원과 함께 하는 <분노의 숫자> 강연회 및 대담회가 있었습니다. 날도 덥고 이른 시간이라 열여덟 분이 모인 비교적 작은 규모의 자리였지만 강연회와 대담회의 열기는 날씨만큼이나 뜨거웠습니다.불평등이 날의 주제는 다름이 아닌 ‘불평등’ 이었습니다. 강연회와 대담회는 <분노의 숫자>를 통해 한국 사회의 불평등을 구체적으로 알아보고, 이에 대한 의견을 함께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한국 사회의 불평등은 1990년대 중, 후반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심화되었습니다. 외환위기는 한국 경제가 신자유주의로 방향을 전환하여 극심한 불평등의 늪으로 우리 사회를 인도했습니다. 노동시장의 유연화와 대기업 감세 정책은 ‘트리클 다운’, ‘낙수효과’를 외치던 신자유주의자들의 의도를 비웃기라도 하듯 침체된 경제를 야기했습니다. 정책의 도움으로 이윤을 확대한 기업들은 투자와 고용의 확대를 하지 않았고 생산한 제품이 소비되어지지 않아 경제침체로 이어졌습니다. 또한 기업이 노동자의 임금으로나 세금으로도 그들이 취한 이윤을 나누지 않고 있는 현상이 심각한 사회안전망의 부재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충분한 임금을 받지 못한 사람들이 목돈이 들어갈 상황을 맞아 쉽게 빈곤층으로 떨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불평등은 경제성장을 가로막습니다. 신자유주의는 더 이상 대안이 아닙니다. 전 세계적으로 이미 시장만능주의와 신자유주의를 폐기하고 재산과 소득을 재분배해야 한다는 의견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 불행히도 대한민국은 해당사항이 없습니다. 한국 사회가 이 점을 자각하고 변화하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는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범위에서 벗어날 정도의 홍역을 치러야 할 것입니다. 강연회 이번 모임은 이은경 연구원님의 강연으로 문을 열었습니다. ‘한국사회를 숫자로 보자’ 라는 <분노의 숫자>의 집필 목적에 대한 간단한 설명 후, 한국 사회의 모순점들을 분석해보고 그에 대한 대안을 찾아보는 순서로 강연은 진행되었습니다. 강연은 처음부터 끝까지 참석해 주신 분들께서 쉬지 않고 반응해 주실 만큼 많은 공감과 이해로 에너지가 넘쳤습니다. 참여해 주신 분들께선 한국 사회의 안타깝고 답답한 현실과 모순점들을 구체적인 수치와 함께 한국사회의 현실에 대해 이해하셨고 또한 진심으로 분개하셨습니다. 강연 중 큰 공감과 호응을 얻었던 부분들을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복지의 시장화복지의 시장화는 우리나라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크게 교육, 보육, 의료 세 가지 사회적 서비스가 시장의 영역에 포함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국가가 복지에 돈을 쓰면 쓸수록 시민들도 돈을 같이 더 쓰게 되는 아이러니 한 복지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국가는 현명한 예산 관리를 하지 못해 예산의 쏠림 현상이 일어나고 노인복지와 같은 부분에 대한 지원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국가 지원 예산이 엉성한 규율로 인해 사기업의 주머니로 고스란히 들어가는 현상을 막지 못해서 일어난 폐해입니다. 우리나라 교육의 현실은 세계 청소년 스트레스지수 1위라는 수치로 나타났습니다. 첫 직장이 인생 전체를 좌우한다는 생각도 우리 사회 전체에 이미 만연합니다. 의료, 형식적인 보육의 문제는 한국 사회의 사회적 서비스를 형식적 서비스로 만들어버린 주요 원인입니다. 뿔 키우기(합리적 비합리성)한국 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뿔 키우기, ‘합리적 비합리성’ 입니다. 사실 이것을 한국 교육에서 발생한 모든 문제의 근간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입니다. 합리적 비합리성의 핵심 내용은 과도한 경쟁으로 인해 높은 기준이 당연한 것으로 사회에서 받아들여진다는 것입니다. 큰뿔사슴들이 힘의 상징인 뿔을 키우는 데에만 열중하여 자신들의 모든 에너지를 뿔 키우는 데에만 쏟았듯이 한국 사회에서 ‘학위’라는 가치에 합리적 비합리성이 들어가면서 석사, 박사, 유학 등 교육에 대한 무조건적인 집중이 과도해졌습니다. 사람들은 배움에 대한 본래 가치와 의미를 상실한 채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는 삶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교육을 넘어서 직장도 이미 합리적 비합리성의 영향력 안에 있습니다. 20대가 스펙 쌓기에 여념이 없고 사회에 나가 일을 하지 않습니다. 첫 직장이 인생 전체를 좌우한다는 생각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지 오래입니다. 합리적 비합리성의 특성상 한 번 경쟁의 물고가 터지면 합리적 비합리성은 무서운 속도로 자라납니다. 우리는 이런 현실을 확실히 자각해야 합니다. 큰뿔사슴들은 계속해서 뿔을 키우다가 결국 멸종을 맞이했습니다.대담회이어진 대담회에서는 강연회의 열기가 그대로 전해졌습니다. 참석해 주신 모든 분들께선 대담회 내내 적극적이고 열정적인 자세로 참여하셨습니다. 모두들 강연회에서 듣고 느낀 바에 대해 자유로운 의견들을 펼치셨고 우리나라 사회의 여러 문제점들과 그에 따른 다양한 해결책들을 나누었습니다.

대담회에서 나누었던 이야기들 중 몇 가지를 소개해드릴까 합니다.-“우리들의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공감이 필요하다. 생협의 조합원들의 소득 수준은 좋은 편이므로 진정한 공감이 없이는 한국 사회의 모순들을 제대로 보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용을 늘려야 경제가 살아날 것이지만 고용의 확대를 대기업에게 강제할 수는 없다는 딜레마가 있다. 사실 경제가 어느 정도 돌아가면 기업이 고용을 늘려야 하는데 이 부분에서 비정규직이라는 교묘한 수를 쓴 것이다.”-“우리나라 사회의 모순들이 존재한다는 것은 알겠는데 이에 대해 시민의 입장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모르겠다. 정책의 중간과정들을 알 수 없고 일반인의 입장에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통로가 없다. 그렇다보니 상황이 악화되는 것을 그저 보고만 있어야 하는 이 상황에 답답함을 느낀다.”-“많은 사람들이 직선제가 시민권력의 최종결과라고 생각하고 안심했었다. 그 틈을 타고 신자유주의가 들어서는 것을 우리는 경계하지 못했다. 정책적인 부분에 나 자신의 의견을 내야지 대의민주주의가 시민주체의 끝이 아니다. 대의민주주의로 뽑은 후보가 국민의 뜻을 반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대한 대안으로 나오는 것이 직접민주주의, 참여민주주의이다.”-“삶이 어려워지면서 시민의 정치참여도가 감소했다.”-“노인돌봄서비스를 시행하면 좋을 것이다. 일본이라는 성공사례가 있는데 성공의 가장 큰 요인은 정부의 지원이었다. 정책을 개발했을 때 담당해 줄 수 있는 사회적 조직의 존재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네트워킹이 너무 약하다. 구체적인 분야를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단체들은 있지만 이 단체들을 연합시키는 축이 없다.”이와 같은 의견들을 비롯해 대담회 시간엔 다양한 의견들과 생각들이 나왔습니다. 그 동안 내 나라 사회에 대해 혼자만 가지고 있던 생각들을 서로 나누며 사회를 보는 관점들을 공유하고 다시 한국 사회의 부조리에 맞설 힘을 충전해 갈 수 있는 자리가 아니었나 싶습니다.오전 10시 30분에 시작하는 강연이었고 주중에 이루어진 시간이었기 때문에 참석해주신 분들이 비교적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이날 강연회와 대담회를 통해 한국 사회의 모순을 향해 함께 분노할 수 있었습니다. <분노의 숫자> 라는 책을 통해 대한민국 사회의 모순들을 적나라하게 파헤치면서 몰랐던 사실들과 그 동안 안다고 생각하고 간과해왔던 사실들에 대해 다시금 인식의 끈을 바짝 조일 수 있었습니다. 또한 강연회와 대담회 시간 동안 참석해주신 분들의 더 나은 사회에 대한 열정 역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열정이 더 나은 사회를 여는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로 나누며 힘을 얻어갈 수 있었던 시간, 무더위를 잊을 만큼 귀한 시간이었습니다.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PDF 아이콘을 눌러 파일을 다운로드 받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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