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펀치 408호 : ‘행동하는 엄마들’이 세상을 바꾼다세월호 민심

‘미친 교육’ 막아서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세월호 참사에 분노하는 40대 ‘앵그리맘’의 표심이 크게 주목을 받았다. ‘앵그리맘’의 분노가 이번 선거에 얼마나 반영이 되었는지 가늠하기는 어렵다. 다만 보수가 앞세워온 개발이나 성장만능, 무한경쟁을 멈추고, ‘안전’이나 ‘사람’을 중심에 놓는 정책으로 그 방향을 돌린 것만은 분명하다. 못다 핀 아이들을 잃은 죄책감, 그리고 정부와 정부부처를 향한 분노는 코앞에 치러진 6.4 지방선거에서 ‘교육’에 대한 남다른 기대로 모아졌다. 전국 17개 시도 교육감 중 무려 13곳에서 진보 교육감이 당선되었다. 지금의 경쟁교육 환경에서는 살아있는 아이들조차 죽음으로 내몰 수 있다는 울림이 크게 작용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교육에 대한 보수와 진보의 정책 방향은 전혀 달랐다. 보수의 교육 방향은 그야말로 아이들을 과열경쟁으로 내모는 지금의 정책과 별다르지 않았다. ‘영어유치원-사립초-국제중-자사고, 특목고’로 줄 세우는 서열화 교육을 바꿔낼 개선책은 어디에도 없었다.

대신 진보 교육감의 정책방향은 학생-부모-교사가 모두 행복한 교육의 성공사례로 꼽히는 ‘혁신학교’ 확대와 일반고 발전에 맞춰졌다. 지금 한국의 교육 수준은 처참할 정도다. 우리 아이들의 성적은 세계적으로 최상위 수준이지만, 학교생활 안에서의 행복감은 가장 낮으며, 성적을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아이들도 매년 늘고 있다. 내 옆의 친구를 밟고 올라서야 이길 수 있는 경쟁교육이 낳은 불행한 결과들이다. 세월호 참사는 이 같은 미친 교육에서 우리 아이들을 탈출시켜야 한다는 부모들의 열망을 모아냈고, 그 열기는 고스란히 교육감 선거결과로 이어졌다. ‘분노’를 넘어 ‘행동’하는 엄마들 비단 ‘앵그리맘’ 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약자일 수 있는 엄마들이 ‘분노’를 넘어 행동하면서 한국의 정치지형을 바꾸고 있다. 2008년 유모차에 아이를 태운 엄마들이 미국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집회 현장에 나타났다. 아이의 안전한 먹을거리를 주장하는 엄마들의 비폭력 평화 시위는 국민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던 한미FTA 사안을 재조명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번 세월호 참사에 눈물짓던 엄마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유권자로서 지방선거에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고, ‘노란손수건 엄마’들은 세월호 합동분양소나 지역 곳곳에 노란 손수건 펼침막을 들고 정부의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아이를 태운 유모차를 밀고 경찰과 대치하는 게 과연 엄마로서 옳은 행동이었는지 묻기도 한다. 또 보수 언론에서는 과거 정당활동 이력을 들춰내며 평범한 엄마들을 불순한 세력으로 몰아가기도 했다. 그러나 이 모두 폭 좁은 해석으로 보인다. 행동하는 엄마들의 ‘힘’ 엄마들의 직접 행동은 제도 정치가 외면해온 중요한 이슈들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2008년 잠잠하던 한미FTA는 광우병 사태로 전환기를 맞고, 2010년 무상급식이 선거의 승패를 갈랐고, 2014년 세월호 참사에 대한 분노는 한국 교육의 방향을 바꿔내는 등 국면마다 엄마들의 문제제기가 중요했다. 그야말로 행동하는 엄마들은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아이들이 건강한 음식을 먹고, 제대로 된 교육환경과 안전한 국가에서 자라기를 바라는 건강한 의식에 기초하고 있다. 혹자의 말대로 대한민국은 엄마를 위한 나라는 아니다. 그렇다고 엄마들의 한숨이 헛되게 여겨지는 나라도 아니며, 이를 위해서 더 많은 엄마들의 ‘분노’와 ‘행동’이 모아져야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