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생존자들은 한결같이 배가 “쿵” 소리가 나면서 급격히 기울었다고 증언하고 있다. 구조된 정 모양은 “여객선 2층 방 안에 있었는데 ‘쿵’ 소리가 나더니 갑자기 배가 기울기 시작했고, 밖에 나와 보니 나를 비롯해 아이들이 중심을 못 잡고 휘청휘청하다가 넘어졌다”고 증언했다.




이는 세월호가 한순간에 급격히 기울었다는 것을 나타낸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가.

1) 불안한 로로선

세월호는 일명 로로선이라 불리는 기종이다.

수송선은 컨테이너를 싣는 방식에 따라 두 가지로 나뉘는데, 첫째는 일반적인 화물적하방식으로 크레인을 이용해 컨테이너를 하나하나 쌓는 방식이다. 이를 리프트 온, 리프트 오프(lift-on lift-off) 방식이라 한다. 원양무역에 동원되는 컨테이너선들은 대부분 크레인을 이용해 화물은 선적한다.

이와 달리 크레인을 이용하지 않고, 배의 꼬리 또는 머리부분에 램프(출입문)를 만들어 놓고 그 문을 내려 차량을 직접 싣는 방식도 있다. 이를 roll-on roll-off 방식이라 하며 이런 방식으로 화물을 선적하는 배를 로로선(RO/RO Vessel)이라 한다. 로로선의 최대 장점은 선적과 하역을 매우 빠르게 할 수 있어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또한 화물칸의 상부에 여객까지 탑승할 수 있어 화물전용, 또는 여객 전용선에 비해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다.

이러한 로로선은 램프를 여닫는 구도로 되어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무역선에 비해 해상사고에 취약하다. 출입문에 수밀처리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은 경우, 바닷물이 침수해 들어올 수 있으며 높은 파도와 풍랑에 출입문 램프가 떨어져나가게 되면 대형사고로 직결될 위험성도 존재한다.

특히나 로로선의 상부에 여객을 추가할 경우에는 승객의 승차감을 위해 무게중심을 올리게 되거 배의 복원력이 더 위험해질 수 있다.

2) 복원성이 취약한 세월호

배가 선체 바닥부분이 물속에 잠긴만큼 물을 밀어내면 선체가 물을 밀어낸 총 부피만큼의 부력이 발생한다. 이 부력이 선체의 무게보다 크면 배는 물 위에 뜨게 된다.

모든 선박이 해상에 안정적으로 운항하기 위해서는 부력 뿐 아니라 복원력도 보장되어야 한다. 복원력은 배가 운항 중 일시적으로 기울었을 때, 마치 오뚜기처럼 저절로 수평상태로 돌아오는 힘을 말한다. 






복원력은 위 [그림 1]과 같이 배의 무게중심 G와 부력 작용점 Z와의 관계에서 나타난다. 배가 일시적으로 기울면 배의 무게중심은 여전히 G이지만 물이 배는 받치는 부력의 중심은 중앙에서 Z로 이동하게 된다. 이 경우 [그림 1]과 같이 무게중심G가 낮게 형성되어 있어 Z보다 안쪽에 있으면 배는 일시적으로 기울어도 원위치로 돌아올 수 있다. 그러나 [그림 2]와 같이 배의 무게중심 G가 높아서 부력 작용점보다 위에 있다면 배는 복원력을 잃고 뒤집어지게 된다.

결과적으로 무게중심을 낮게 설계하면 복원력이 커지며 무게중심을 높게 설계하면 복원력은 작아진다. 복원력이 크게 설계된 대표적 선박이 바로 군함이다. 전투 중 어떤 정황에서도 침몰되는 상황만큼은 피해야 하는 군함은 일반적으로 복원력이 매우 크게 설계한다. 그러나 복원력이 너무 크면 순식간에 일어서는 오뚜기마냥 배가 자그마한 진동에도 크게 반동을 일으켜 오히려 승차감이 떨어지는 약점이 있다.

쾌적한 승차감이 중요한 여객선에서는 복원력을 크게 설계할 수가 없다. 복원력이 너무 크면 약간의 기울어짐에도 배가 즉시에 반동을 일으켜 선체가 오히려 출렁거릴 수 있다. 이 경우 여러 승객이 탑승할 수 있는 여객선은 승객들이 배멀미를 호소할 수도 있다. 여객선 탑승객이 멀미를 할 정도면 여객선 취항이 어렵다. 그래서 여객선은 대체로 선체의 무게중심을 높게 잡아 복원력을 작게 설계한다. 배가 일시적으로 기울어지더라도 원상태로 돌아오는 힘을 매우 작게 만들어 승객이 배의 진동을 최대한 느끼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다.

아래 그림은 세월호의 설계도를 바탕으로 뒤에서 바라본 세월호의 모습에서 세월호의 무게중심과 부력중심을 나타난 모식도이다. 여객선은 무게중심을 다소 높게 설계한다. 폭 22m, 굴뚝을 제외한 높이 27m의 세월호도 최초 설계시에 무게중심이 배바닥에서부터 11.27m 지점으로 다소 높게 설계되어 있다.




그런데 세월호는 2012년 8월 29일부터 2013년 2월 6일에 이르기까지 뱃머리부위의 램프(출입문)을 제거하고 객실을 증설하는 공사를 벌였다. 전체적으로 5층 꼭대기에 239톤이 증축된 것이다. 이 공사로 세월호의 무게중심은 배바닥으로부터 11.78m 지점으로 0.51m가 높아져 위 그림에서 G점에 이르렀다.

그런데 합동수사본부는 4월 16일, 세월호가 항행 당시에 화물을 2142톤을 실어 1065톤을 과적하였고 배의 밑바닥에 채웠어야 할 평형수는 반대로 1308톤이나 빼 버린 채로 운항했다고 밝혔다. 이 경우 세월호의 무게중심은 12.81m로 G점보다 1.03m가 높아져 G’점에 이르게 되었다. 반면 세월호가 해수면 아래 잠긴 부분으로부터 받는 부력의 중심점 B는 해수면 아래 2.9m 지점에서 형성되어 있다. 위 그림에서 보듯 G’점은 해수면으로부터 7m상에 위치해 세월호의 무게중심은 세월호의 선체 중앙에 거의 근접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3) 갑자기 기울 수 없는 세월호

세월호의 무게중심이 다소간 높게 형성되었다 하더라도 그것이 세월호 선체의 중심에 잡혀 있는 이상, 세월호가 순식간에 뒤집어질 수는 없다.




만일 위 단면도가 시계방향으로 기울어진다고 생각해보자. 세월호가 기울면서 세월호의 무게중심 G’이 오른쪽으로 휩쓸릴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세월호를 떠받치는 부력중심 B도 함께 오른쪽으로 이동한다. 그래서 세월호를 무너뜨리는 회전력은 세월호가 기울어져도 그리 크지 않게 된다. 세월호는 기울어져도 서서히 기울어질 수밖에 없다.

이는 사고 후 출동한 해경자료로도 나타난다. 정부는 세월호의 사고가 처음으로 접수된 시간이 8시 52분이라고 했다. 그런데 세월호가 9시 30분경에 45도로 기울었는데 아래 자료에 의하면 10시 17분에 108도까지 기울어졌다. 정부측의 주장에 의한다면 세월호가 45도에서 108도로 63도 기울어지는데 무려 47분이 걸린 것이다. 평균적으로 살펴보면 세월호가 1도 기울어지는데 45초가 걸렸다.




4) 그러나 갑자기 기울어진 세월호

그러나 생존자의 증언은 이와 다르다. 정 모양은 “여객선 2층 방 안에 있었는데 ‘쿵’ 소리가 나더니 갑자기 배가 기울기 시작했고, 밖에 나와 보니 나를 비롯해 아이들이 중심을 못 잡고 휘청휘청하다가 넘어졌다”고 증언했고 생존자들은 이구동성으로 갑자기 기울었다고 증언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세월호가 조타미숙으로 침몰하였다는 합수부의 견해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조타실수로 세월호가 기울어졌다면, 선체가 1도 기울어지는데 45초 가량의 시간이 소요되는 상황에서, 선체가 30도 기울어지는데에는 22분이 걸리게 된다. 세월호가 가령 30도 정도로 쓰러지는 상황동안 조타실은 아무 조치를 하지 않은 꼴이 된다.

조타실이 22분 동안 세월호의 균형을 잡지 못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결국 세월호는 생존자의 증언대로, 조타실이 어찌할 수 없을 정도로 순식간에 기울었다.

물론 선령이 20년이 넘은 세월호는 조타기가 고장날 수도 있다. 한국해양대학교 공길영 교수는 “선령 20년 이상의 선박엔 릴레이스위치와 기름 유착으로 고장이 나는 경우가 잦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8625톤 규모의 세월호는 조타기 고장에 대비해 예비 조타기를 갖추고 있으며, 평형수탱크를 조절해서 선체의 균형을 유지할 수도 있다. 만일 세월호가 조타실수로 균형이 무너지고 있는데 조타기도 고장났다면, 그 22분동안 조타실은 평형수탱크를 조절해 선체의 균형을 잡을 수 있다. 세월호에는 좌우에 2개의 스크류가 달려 있는데 좌우 스크류의 회전속도를 조절하면서 배의 균형을 잡을 수도 있다. 세월호가 복원력을 상실했고 설상가상으로 조타기가 고장났다고 가정하더라도 배가 기울어지는 22분 동안 얼마든지 예비조치가 가능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세월호가 예상보다 급속히 빨리 침몰했다고 하지만 그래도 세월호가 침몰하는 데에는 2시간이나 걸렸다는 사실은 너무나 명백하다.

무엇보다 배에 복원력이 없으면 곧바로 쿵 하고 기울어 침몰한다는 논리가 사실이라면 그 동안 증축에 과적을 일삼아 온 세월호는 2014년 4월 16일이 되기 전에 진즉 침몰했어야 맞다. 세월호 운항횟수가 무려 139회에 평균 운항시간이 자그마치 13시간 30분이다. 세월호는 총 1876시간, 78일 밤낮을 운항했지만 지금껏 단 한 번도 뒤집어지지 않았다. 세월호가 과적으로 설령 복원성이 상실될 만큼 기울었다 하더라도 그때마다 조타실의 운전조작으로 다시 수평을 잡으며 항행을 해왔다고 추론할 수 있다.

이젠 당연히 외부적 요인을 고려해야 한다. 세월호가 이제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상황이 되었는데 8시 52분 경에 카운터 펀치에 해당하는 상황이 발생해 침몰하였던가, 세월호가 8시 52분경에 외부로부터 강력한 충격을 받았던가 두 가지 상황이 동시에 제기된다.

세월호의 중량이 6825톤인데 6825톤짜리 선체를 갑자기 기울게 한 힘의 근원은 무엇인가? 6825톤규모의 선박을 한순간에 쓰러트리는 충격량을 운전조작으로 어떻게 만들어낸단 말인가.

합동수사본부는 8시 48분 이전에 세월호가 어떤 상태였는지, 사고수역에서 세월호에 어떤 일이 일어났던 것인지, 명백히 밝혀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