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합동수사본부는 세월호 침몰의 주요원인으로 화물과적과 허술한 결박을 지적하였다.

<연합뉴스>는 5월 1일과 3일, 합수부가 세월호 화물 결박 시설이 불량한 탓에 세월호 침몰 당시 갑판 등에 실린 컨테이너 수십개가 배가 기울자마자 쓰러졌고, 승용차와 화물차 등이 실려 있던 일부 갑판에는 화물 고정 장치인 콘이 일부만 끼워져 있었고 일부는 아예 없는 채 로프에 묶여 있었다고 보도하였다. 







그러나 세월호의 과적화물은 침몰의 직접적 원인이라고 볼 수 없다. 과적은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사고를 침몰이라는 사태로 악화되게 만든 원인이지 과적 그 자체가 침몰사고의 원인일 수는 없다. 과적이 침몰의 원인이라면 세월호는 출항하자마자 곧바로 가라앉았어야 한다. 



과적은 세월호 침몰의 직접적 원인이 아니라 구조적 배경요인이다. 세월호는 화물이 무거워서 저절로 침몰한 것이 아니라 어떤 이유에서건 배가 먼저 급격히 기울었고, 그 영향으로 화물이 쏟아져 사태가 일파만파 확대되었을 가능성이 훨씬 높다.

1) 보고된 적 없는 세월호의 화물사고

세월호는 2013년 1월 15일부터 인천과 제주를 잇는 항로에 투입돼 주 4회 왕복 운항하고 있었다. <파이낸셜뉴스>에 따르면 세월호는 2014년 4월 16일까지 139차례 과적운항을 해서 총 29억 6천만원을 챙겼다고 보도하였다. 사실상 출항할 때마다 매번 상습적으로 과적을 일삼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껏 139회나 과적운항하는 과정에서, 세월호가 과적으로 운항불능이 되거나 전복한 사례, 나아가 화물이 파손되는 사고는 보고된 적이 없다.

검경합동수사본부에 따르면 4월 16일 사고 당시 세월호에는 총 2142톤의 화물이 적재되었다고 하였으며 청해진해운에 따르면 승용차가 124대, 1톤 화물차량이 22대, 2.5톤 이상 화물차량 34대 등으로 차량 180대가 적재됐다고 했다. 이 가운데 2.5톤 이상 화물차량 중에도 2.5톤 차량은 1대뿐이고 대부분 4.5톤 이상의 중형화물차량이었으며 50톤 이상의 대형 트레일러도 3대가 실려 있었다고 한다.

검경합동수사본부의 판단대로, 세월호가 기울어지기 전에 화물이 먼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다고 가정해보자. 13시간 30분동안 운항하는 과정에서 세월호에 실려있던 180대의 차량은 지속적으로 크고 작은 흔들림에 노출될 것인데 그 때마다 화물과 차량이 움직인다면 차량 접촉사고의 흔적이 확연히 남게 된다. 승용차 운송을 맡긴 차량소유주는 즉석에서 항의하게 된다. 외관이 중요한 승용차를 싣기 때문에 사소한 화물사고라도 차량소유주들과의 대규모 보험소송을 피할 수 없다. 소송이 발생했으면 청해진 해운측은 세월호의 화물결박이 미비해서 소송에서 질 것이므로 이후에라도 화물의 결박장비를 구입해서 화물결박을 충실히 하는 것이 논리에 맞다.

그런데 세월호에는 매번 결박하던 화물결박장치를 4월 16일에 해제한 것이 아니라, 애당초 결박장치를 구비하지 않았다고 한다. 인천항 선박의 화물 결박을 현장에서 직접 담당하는 인천항운노조는 컨테이너 결박에 꼭 필요한 라싱바와 브릿지피팅 같은 전문장비가 세월호에는 처음부터 없었다고 밝혔다.

4월 23일, <연합뉴스>는 세월호 고박(결박) 담당 근로자들이 갑판 고정장치가 매우 부실하다고 말했다고 보도하였다. 고박 담당 인천항운노조의 한 근로자는 “세월호 선박 갑판에는 각각의 컨테이너 4곳의 모서리를 고정하는 ‘콘(cone)’ 시설이 있지만 잠금장치가 없다”며 “화물선이나 컨테이너선이 모두 잠금장치를 갖춘 것과 대조적”이라고 밝혔다. 잠금장치가 없기 때문에 콘 시설은 컨테이너를 고정하는 기능이 아니라 그저 컨테이너를 받쳐 주는 기능밖에 못했다는 것이다.




<연합뉴스>는 근로자들이 세월호에는 다른 선박과 달리 쇠줄로 강하게 조여 화물을 고정하는 ‘턴버클’ 장비도 없었다고 전했다고 보도하였다. 이 때문에 컨테이너 위를 쇠줄이 아닌 밧줄로 두르고 바닥에 있는 고리에 묶는 것 외에는 화물을 고정할만한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결론적으로 세월호는 지난 139회의 운항동안 한결같이 화물결박을 규정이하로 하지 않은 채 운항하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세월호에는 아직까지 심각한 화물파손사고, 차량접촉사고가 없었다. 심지어 이번 운항에서는 4월 16일 새벽, 군산앞바다에서 세월호가 10도에서 15도 가량 급격히 기울었다는 생존자의 증언이 있다. 배가 기울 때마다 화물이 움직였다면 군산앞바다를 지나온 4월 16일 아침, 탑승객들은 화물칸에서 이리저리 뒹굴거리는 승용차들이 발견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보고는 아직 없다. 결국 세월호가 10도에서 15도 가량 기울었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화물이 쏟아져 내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2) 사고나지 않을 만큼의 교활한 결박

세월호는 과적에도 불구하고 심각한 화물사고가 없었다. 이는 세월호에 규정이하의 허술한 결박이라도 나름대로 해놓았다는 것이 하나의 변명거리가 될 수 있다. 컨테이너 4곳의 모서리를 고정해 잠그는 잠금장치는 없었지만 모서리를 고정하는 콘(cone) 시설은 있었다. 차량의 경우 바퀴 4개를 모두 결박해야 하지만 날림으로 바퀴 2개만 결박했다는 것이다. 컨테이너 위를 쇠줄로 묶지는 않았지만 밧줄로 두르기는 했다는 것이다. 더구나 4월 16일의 해상은 파도도 높지 않았고 인천앞바다에 안개가 꼈던 것을 제외하면 기상도 양호한 편이었다. 세월호가 세차게 요동칠 날씨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세월호는 연안 인근에서 조심조심 운행하는 방식으로 편법운항한 결과, 지금까지 139회 과적운항에도 불구하고 화물사고가 보고되지 않았다고 추정할 수 있다.

결국 4월 16일, 세월호가 변침을 하자 배가 기울면서 화물이 어느 시점부터 한쪽 난간으로 우르르 쏠려 배가 급격히 기울었다는 가설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세월호는 규정미달의 허술한 결박이지만 전혀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3) 화물이 회전원심력에 의해 쏟아질 가능성

세월호 화물이 자연적으로는 쏟아져내릴 수 없더라도 때마침 사고시각에 세월호는 급격히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었으므로 그 회전원심력에 의해 화물이 쏟아져내릴 경우도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 항적기록에 의한다면 세월호가 가장 급격하게 회전하던 8시49분37초에 세월호의 속도는 5노트 정도로 이미 감속되어 있었다. 이는 통상 초속 2.6m로 어른이 걸어가는 수준에 불과하다. 사실상 세월호는 정지해 표류하는 상태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JTBC>는 이런 상황에서 세월호가 초당 2.6도의 속도로 오른쪽으로 돌았다고 보도하였다. 세월호가 제자리에서 오른쪽으로 뱅글뱅글 돌았다고 가정하더라도 세월호 상갑판 화물의 원심가속도는 0.07㎨으로 중력가속도의 140분의 1에 불과하다. 이처럼 세월호의 속도가 미약한 상황에서는 회전원심력이 작용하기 어렵다. 결과적으로 세월호가 회전하는 원심력에 의해 화물이 떨어져 나갔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세월호가 균일한 속도로 방향을 틀지 않고 한순간에 갑자기 방향이 확 틀어지는 경우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일례로 <YTN>은 4월 26일, 세월호 항적기록을 타 선박과 비교하며 세월호가 1초에 10도가량을 급선회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하였다. 이 경우 세월호 갑판 위 화물에 작용하는 원심가속도는 1.03㎨으로 중력의 10분의 1이 되어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 결국 세월호 화물이 쓰러지려면 세월호가 한순간에 갑자기 방향이 확 틀어져야 한다.

그러나 1초에 10도씩 회전하는 만큼의 급변침은 세월호의 조타한도를 크게 벗어나는 수치이다. <YTN>보도대로 세월호가 방향을 급격히 바꾸려면 세월호의 외부나 내부에서 상당한 충격이 있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4) 화물은 침몰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

외부에서 아무런 작용이 없다면 화물은 생각만큼 쏠리기 어렵다. 비스듬히 기울어진 화물이 미끄러지는 것은 중력이 화물에 작용하는 힘이 마찰력을 능가했기 때문이다. 화물은 흔히 최대정지마찰력을 넘어야 비로소 미끄러지기 시작한다. 우리가 옷장을 밀 때, 정지한 옷장을 처음 밀 때는 힘이 들지만 일단 옷장이 움직이면 그 다음은 그리 힘들지 않게 밀고 갈 수 있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이는 물체가 운동하는 상태에서의 운동마찰력보다 정지한 상태에서의 최대정지마찰력이 더 크기 때문이다.




세월호의 배가 기울어져서 화물이 중력에 의해 비스듬히 미끄러지는 힘을 받았다고 할 때 세월호의 화물들은 화물의 최대정지마찰력을 능가할만큼 기울어져야 비로소 미끄러지기 시작한다. 게다가 세월호 화물들은 (형식적이긴 하지만) 초보적인 결박도 없지 않았다. 외부에서 아무 작용이 없다면 세월호 화물이 조금씩 미끄러지다 배의 무게중심이 기우는 것이 아니라 전혀 미끄러지지않고 최대정지마찰력에 이를 때까지 버티다 상당한 각도로 기울게 되면 일단 한번 미끄러지기 시작하며 한번 미끄러지면 이후 걷잡을 수 없이 쏟아져내리는 상황이 일반적이다.

더구나 쇠줄로 연결하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콘테이너 모서리를 고정하는 콘(cone) 시설이 있었는데 컨테이너가 얼음판위에서 미끄러지듯 갑판이 조금 기울었다고 흘러내릴 수는 없다. 더구나 화물칸 내의 차량들은 바퀴를 2개씩은 고정시켜 놓았다고 했다.




위 그림과 같이 비스듬한 경사에서 마찰력(μN)은 경사각(mgcosθ)과 바닥면의 상태(μ)에 의해 결정되며 이 때 중력이 화물을 아래를 미끄러뜨리는 힘(mgsinθ)이 마찰력(μmgcosθ)보다 더 커야 비로소 미끄러지기 시작한다. 결국 경사각의 기울기(tanθ)가 바닥면의 상태에 의해 결정되는 최대정지마찰계수(μ)보다 커야 물체는 비로소 미끄러지기 시작한다.

합성수지와 철의 마찰계수가 0.3-0.35라서 이 경우 경사각이 20도로 기울어야 미끄러진다. 그러나 세월호에는 모서리 고정콘이 있은 데다가 허술하다 하더라도 밧줄로 묶어놓았으니 20도보다 훨씬 더 기울어야 갑판위의 컨테이너들이 미끄러졌을 것이다. 타이어와 길바닥의 마찰계수는 1이어서 경사각이 45도가 될때까지 차량은 미끄러지지 않는다.

물론 이런 최대정지마찰력은 전체 시스템에 외부 힘이 작용하지 않는 경우에서만 의미가 있다. 만일 세월호에 외부나 내부에서 충격이 가해졌다면, 경사각의 기울기가 훨씬 낮은 상황에서도 화물은 쏟아져내린다. 다만 합동수사본부의 5월 15일 의견처럼 세월호 운항에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고 강조하면 화물이 쏟아져내린 상황을 설명하지 못한다.

5) 선체 외부 혹은 내부의 충격 가능성

가만히 있던 화물이 저절로 미끄러져서 배가 뒤집어지는 것은 불가능하다. 세월호의 화물은 선체의 외부나 내부에 무시할 수 없는 충격을 받아야 쏟아질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배가 급격히 돌거나 30도 이상으로 높은 각도로 기울어져야 쏟아져내릴 수 있다. 해수면이 잔잔한데 세월호가 30도 이상으로 기울어지는 것도 외부나 내부의 충격이 있어야 하며 조타능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승객들의 증언도 크게 다르지 않다. 승객들은 이구동성으로 “쾅” 소리가 나고 배가 갑자기 기울었고 이후에 “와당탕”소리가 났다고 진술하였다. 갑판위엔 60개의 컨테이너가 있었다고 한다. 이들 60개의 컨테이너가 떨어져내리며 갑판난간과 부딪히면 “우당탕탕” 소리가 나지 “쾅”하며 단절음 형태로 소리가 발생하지 않는다.




결국 세월호 화물은 “쾅”소리가 나고 이후에 “와당탕”하면서 화물이 쏟아져내린 것이지 화물이 먼저 쏟아지고 나서 배가 기울었다고는 보기 어렵다.

합동수사본부가 이러한 의혹을 반드시 밝혀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