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새누리당이 사회적경제기본법을 발의하였다. 사회적경제에 관심이 없어 보이던 집권 여당이 나서서 기본법을 발의했다는 사실 자체는 우선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막상 사회적경제 당사자들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법안 발의 다음날인 2일에 한국협동사회경제연대회의에서는 “사회적경제 조직과 충분한 협의 없는 졸속 입법은 중단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담은 성명서를 발표했다. 사회적경제 조직이 반대하는 사회적경제기본법?사회적경제기본법이 제정되면 국가 차원에서 사회적경제를 추진해야 할 목표로 설정하고 이를 공식화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 법을 통해서 정부는 사회적경제를 위한 예산과 인원을 편성할 수 있게 된다. 잘 만든 법은 사회적경제가 성장해나가는데 필요한 좋은 울타리나 길라잡이가 되어줄 수 있다. 그러나 자칫 잘못하면 성장을 저해하는 장애물이 될 수도 있다. 현실에서 사회적경제는 훨씬 더 다양한 모습이고, 앞으로도 계속 변화하고 발전해 나갈텐데 법조문에 이를 다 담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법으로 제정된 기준들이 활동영역이나 범위를 제약하여 사회적경제를 위축시킬 수도 있고, 혹은 그 기준에 충족되지 못하는 내용은 배제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의 사회적경제기본법은 사회적경제를 “구성원 상호간의 협력과 연대, 적극적인 자기혁신과 자발적인 참여를 바탕으로 사회서비스 확충, 복지의 증진, 일자리 창출, 지역공동체의 발전, 기타 공익에 대한 기여 등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모든 경제적 활동”으로 정의하고 있다. 향후 발전가능성을 염두에 둔 포괄적 정의이다. 여기에 경제적 양극화, 사회적 불평등과 배제, 생태문제 등까지를 사회적경제의 활동으로 명시적으로 포함한다면 더욱 풍부할 것이다. 법 때문에 배제되는 이들이 없도록그런데 그 다음에 나오는 사회적경제 조직에 대한 정의에서는 ‘사회적기업육성법’, ‘협동조합 기본법’, ‘국민기초생활보장법’, ‘도시재생활성화및지원에관한특별법’ 등 16개 개별법에 정의된 조직들을 포함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이렇게 될 경우 사회적경제 조직의 폭이 좁아질 수 있다. 2007년에 사회적기업이 처음 도입될 때 고용노동부에서 인증하는 방식으로 시작한 결과, 사회적기업의 폭이 매우 협소해졌다. 사회적가치를 추구하는 기업이라 해도 인증을 받지 못하면 사회적기업에서 배제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사례는 협동조합 쪽에서도 있었다. 동자동사랑방공제조합의 경우 동자동 쪽방촌 주민들의 금융협동조합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지만, 현재 법 체계상 금융협동조합을 허용하지 않고 있어서 협동조합에 포함되지 못하고 있다. 이외에 대통령직속 사회적경제위원회를 만든다고 되어있는데, 위원장은 대통령이 임명하고 부위원장은 기획재정부 장관이 되는 식이어서 민간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과정이나 통로가 부족해 보인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관중심의 ‘새마을운동’이 되어버릴 수도 있다. 1996년 사회적경제 선포한 퀘벡도 2013년에야 법 제정 캐나다 퀘벡의 경우 1996년 샹티에라는 협의체에 민간의 다양한 주체들과 지방정부가 함께 참여하여 6개월여 동안 논의를 한 끝에 사회적경제에 대한 정의, 가치, 원칙을 합의했다. 그 후 합의한 내용에 따라 무수한 실험을 하고, 그 성과를 정리하고 공유하는 과정을 거친 후 최근인 2013년에야 사회적경제법을 만들었다. 우리도 당장에 사회적경제기본법을 만들기보다는 더 시간을 갖고 논의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시간을 들여서 사회적경제 주체들의 목소리를 많이 들어야 한다. 특히 협동조합의 경우 만들어지기 시작한 지 1년밖에 안되었기 때문에 사회적경제 주체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모아가고, 어떠한 내용들이 법에 담겨야 현실을 잘 반영할 수 있을지 판단하기에는 부족한 시간이다. 그렇다고 새누리당 의원들이 너무 김빠져 하지는 않기를 바란다. 만들어 놓은 초안을 바탕으로 계속해서 토론하고 의견을 모아가는 작업을 해가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