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무너지는 미국 : 도처에서 성조기가 불타는 이유 ]

By | 2018-06-29T17:03:23+00:00 2014.04.22.|

[기획 : 미국, 그리고 한국] 

때는 2013년 11월 4일. 이란 주재 미국 대사관 점거 사건 34주년을 맞아 이란에서 대규모 반미 시위가 벌어졌다. 수천명의 시위대는 이날 테헤란 시내의 옛 미국 대사관 앞에 모여 성조기를 불태우며 ‘미국에 죽음을’, 등의 반미구호를 외쳤다. 

뿐만 아니다. 지난 4월 12일, 러시아 전투기와 미국 구축함이 흑해에서 충돌할 뻔한 사건이 발생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지역에 전운이 감도는 가운데 러시아의 수호이-24가 미국의 도널드 쿡(Donald Cook)을 상대로 고도 150m까지 내려가 90분 동안 12차례나 반복해서 스치듯 위협 비행한 것이다. 미국 구축함은 계속 경고를 했으나 가볍게 무시됐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미국의 체면이 땅에 떨어졌다. 국제 사회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를 구가하던 미국의 지위가 하락하면서 세계 질서도 변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이 세계 질서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었는지에 대한 관심도 올라가고 있다. 

1. 미국의 본성은 제국주의 

미국의 본성은 한 마디로 제국주의라고 할 수 있다. 세계적 지성으로 일컬어지는 촘스키는 “미국은 한마디로 새로운 제국주의”라며 미국의 패권적 행태를 신랄히 비판하였다. 

제국주의란 다른 나라를 군사적, 정치적, 경제적으로 지배하거나 영향력을 확대하는 정책을 말한다. 제국주의의 출발은 유럽으로 볼 수 있다. 유럽 여러 나라들은 자원과 노예 확보를 위해 아메리카, 아프리카, 아시아로 진출해 여러 식민지를 건설하고 약탈을 자행했다. 미국과 일본은 제국주의 대열에 후발주자로 뛰어들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수많은 식민지들이 독립했다. 제국주의 국가들은 더 이상 기존 방식의 식민지배가 불가능함을 깨닫고 정치, 군사, 경제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방향을 전환하였다. 이를 신제국주의라고도 부르며 외형상 독립국이지만 제국주의 국가들의 영향력 아래 있는 나라들을 신식민지라 부르기도 한다. 

왜 미국을 제국주의 국가라 부르는가. 미국의 제국주의적 성격은 팍스 아메리카나라는 개념에서 찾아볼 수 있다. 팍스 아메리카나란 미국의 강력한 국력을 바탕으로 군사 개입과 경제적 통제를 통해 세계 평화를 유지한다는 패권주의 체제를 말한다. 쉽게 말해 힘 센 자가 세상을 지배하면 평화가 찾아온다는 것으로, 바꿔 말하면 평화를 핑계로 세계를 지배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원래 미 제국주의, 줄여서 미제라는 표현은 미국의 제국주의적 속성을 비판하는 용어였다. 심지어 한국에서는 미국을 제국주의라고 주장하는 게 국가보안법 상 처벌의 근거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2001년 9.11 사건 이후 미국 내에서는 제국주의라는 표현을 꺼리지 않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2001년 10월 9일 월스트리트저널에는 ‘테러에 대한 해답은 식민지주의’라는 기사가 실렸는데 신제국주의가 한계에 테러를 막지 못하므로 기존 제국주의처럼 필요한 나라를 군사 점령해 식민지로 삼아야 한다는 과격한 주장이었다. 전직 관료들조차 제국주의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에 주저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은 처음부터 아메리카 원주민들을 학살하며 식민지로 건설된 국가다. 영국에 반란을 일으켜 독립한 후 거듭된 전쟁을 통해 영토를 확장한 미국은 1898년 미국-에스파냐 전쟁을 통해 본격적인 제국주의 국가로 등장한다. 이 전쟁을 통해 괌, 푸에르토리코, 필리핀, 쿠바를 할양받은 미국은 식민지 통치를 통해 제국주의의 단 맛을 보게 되었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 이후 기존의 방식대로 식민지를 통치할 수 없는 조건이 되자 미국은 전 세계에 친미 정권을 세워 간접 통치하는 노선으로 선회한다. 그렇다고 기존 제국주의 노선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여전히 미국은 130여개 나라에 750여개 군사기지 혹은 군사시설을 유지하고 있으며, 각종 분쟁에 개입해 자국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직접 수행하거나 개입한 대표적인 전쟁만 해도 한국전쟁, 베트남 전쟁, 아프간 전쟁 2회, 걸프전쟁, 이라크 전쟁, 코소보 전쟁, 쿠바 침공, 파나마 침공, 그레나다 침공 등 셀 수 없이 많다. 

2. 군사력 우위로 세계 지배 

제국주의로서 미국의 특성은 정치 공작과 테러, 암살을 통한 개입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다른 나라를 장악해 자신의 영향력을 확대한다는 점이다. 

미국은 한 해 국방비로 2013년 기준 6820억 달러, 한화로 723조 원을 사용했다. 전 세계 국방비의 39%를 차지하며 2위 중국의 4배가 넘는다. 미국이 이처럼 막대한 국방비를 쏟아 부어 세계 1위의 군사력을 유지하는 이유는 전 세계에 미군을 배치하기 위해서다. 

미국은 수많은 나라에 기지를 건설하고 미군을 파병하고 있다. 2011년 기준 미국 본토 군인은 122만여 명인데 해외 주둔 미군은 25만 명을 넘는다. 135개 나라에 820개 부대가 산개해 있다. 전체 군인의 약 17%가 해외에 주둔 중이다. 게다가 해외에서 전쟁이 터지면 언제든 본토 군인이 투입되는데, 예를 들어 한반도에 전쟁이 나면 작전계획 5027에 따라 미국 본토에서 69만 명의 증원군이 투입된다. 

미국은 전 세계에 흩어진 미군을 관리하기 위해 아예 군 체계도 세계적 규모로 구성하였다. 북미대륙을 담당하는 북부사령부, 중남미대륙을 담당하는 남부사령부, 아프리카·대서양 동쪽·인도양 서쪽·서남아시아를 담당하는 중부사령부, 유럽을 담당하는 유럽사령부, 동아시아·태평양·인도양 동쪽을 담당하는 태평양사령부 등 5개 사령부가 존재한다. 

또한 원활한 해외 군사작전을 위해 해외주둔 미군을 신속배치군 형태로 전환하고 있으며, 세계 최대 규모인 17만여 명의 해병대 병력을 통해 공격형 군대 체제를 갖추고 있다. 특히 해병대는 해병원정군(MEF:4만 명 규모)-해병원정여단(MEB:1만 명 규모)-해병원정대(MEU:2천 명 규모)으로 구성되어 있어 언제든 전쟁 지역에 긴급 투입돼 즉시 군사작전을 펼칠 수 있는 체제를 갖추고 있다. 

이런 군사력을 토대로 미국은 세계 곳곳에서 자국의 영향력을 펼치고 있으며 필요한 경우 주저 없이 침공을 강행하고 있다. 특히 동북아, 중동 등 지정학적 요충지나 중요한 자원 산지에 군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미국의 막강한 군사력과 공격성은 미국의 제국주의적 특성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를 차지한다. 

3. 경제력 우위로 세계 지배 

군수산업을 토대로 막강한 부를 축적한 미국은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앞세워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본질은 막대한 투기자본들이 쉽게 다른 나라를 약탈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도록 하는 것이다. 미국은 1970년대 중반부터 선물, 옵션, 스왑 등 투기자본의 이윤을 극대화할 수 있는 새로운 금융공학 상품을 개발해왔다. 

미국이 세계 경제를 장악할 수 있는 바탕에는 국제통화로 통용되는 달러화가 있다. 쉽게 말해 미국은 달러만 찍어내도 부자가 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해놓은 것이다. 미국은 1944년 브레튼 우즈 협정을 통해 달러화를 기축 통화로 만들고 국제통화기금(IMF)과 국제부흥개발은행(IBRD)을 설립해 세계 금융을 틀어쥘 수단을 마련했다. 그리고 1971년 달러를 금으로 바꿔주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미국은 마음껏 달러를 찍어낼 수 있게 되었다. 

1997년 한국에서 벌어진 IMF 사태는 미국의 투기자본이 한 나라의 경제를 어떤 식으로 약탈하는지 잘 보여준다. 먼저 금융 장벽을 낮춘 다음, 투기자본들이 몰려 들어가 주식시장을 활성화시킨다. 경기가 상승하면서 기업들은 달러 대출을 늘린다. 그러다 갑자기 미국이 신용평가기관들을 활용해 신용등급을 떨어뜨리고 투기자본들은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경제가 무너지면서 정부는 금융 장벽을 더 낮추고 우량 공기업들을 투기자본에 헐값으로 매각한다. 대기업과 금융기관들도 투기자본에 팔려나간다. 경기가 다시 살아나면 투기자본들은 막대한 차익을 남기고 이른바 먹튀를 한다. 

이처럼 미국은 달러라는 기축 통화를 바탕으로 복잡한 금융기법들을 활용해 다른 나라들의 경제 명맥을 틀어쥐고 무자비하게 약탈한다. 이 과정에서 피해국은 경제가 붕괴하고 미국 경제에 더욱 깊이 편입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가장 큰 피해는 서민들이 입게 된다. 

4. 문화적 침탈로 세계 지배 

문화제국주의란 자국 문화를 우월하게 보면서 다른 나라에 적용시키는 것을 말한다. 주로 경제적으로 우위에 있는 나라의 문화가 후진국 문화에 지배적 영향을 미치면서 문화식민지로 전락하게 만드는 현상을 뜻한다. 

미국이 문화제국주의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문화가 군사적·경제적 침탈 과정에서 당사국 국민들의 저항을 무마하는 효과적인 무기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군사적·경제적 수단의 보조수단으로 활용되었던 문화가 최근에는 동급 수준으로 성장할 만큼 뛰어난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문화도 산업화하여 문화산업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만들고 이를 통해 다른 나라 국민들의 반미의식, 저항의식을 거세하고 이윤도 챙기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리고 있다. 

막강한 배급망을 이용해 전 세계 영화관을 독점하고 있는 할리우드 영화들은 미국의 침략전쟁을 미화하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3 같은 영화는 무려 127개국에서 같은 날짜에 개봉했다. 선정적인 화면으로 사람들의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미국 드라마 역시 미국식 문화의 우월성을 선전하는 도구다. 코카콜라와 맥도날드는 민족 고유의 음식문화를 파괴하고 있다. 언제부턴가 양복을 정장이라 부르며 전통의상은 시대에 뒤떨어진 옷차림으로 간주하고 있다. 

이처럼 미국은 막강한 자본과 유통망을 통해 자국 문화를 수출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미국 문화를 우월한 것으로 인식시켜 반미의식을 제거하고 개인주의를 유포한다. 

5. 정치 공작으로 세계 지배 

미국의 군사적·경제적·문화적 침략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미 중앙정보국(CIA)를 중심으로 한 정보기관들의 정치공작이다. 미국은 세계 곳곳에서 반미정부를 친미정부로 전복하는 쿠데타를 일으켰으며, 반미인사들에 대한 테러, 암살을 자행하고 있다. 

1953년 석유자원을 국유화한 모사데크 정권을 붕괴시킨 이란의 쿠데타, 1954년 토지개혁을 주도한 아르벤스 정권을 전복한 과테말라의 쿠데타, 1961년 4.19혁명의 성과를 유실시킨 한국의 쿠데타, 1965년 비동맹외교에 앞장 선 수카르노 정권을 축출한 인도네시아의 쿠데타, 1973년 사회주의를 추진한 아옌데 정권을 무너뜨린 칠레의 쿠데타, 2002년 신자유주의 정책에 반기를 든 차베스 정부를 공격한 베네수엘라의 쿠데타 등 CIA가 지원하거나 개입한 쿠데타는 수도 없이 많다. 

미국 의회 청문회에서 드러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비밀명령에 따르면 CIA는 제3세계에서 선동, 경제전, 태업, 혁명 예방조치, 반군 지원, 요인 암살 등 비밀활동을 하도록 되어 있으며 미국 정부의 개입을 은폐하는 조항도 들어 있었다. CIA 암살 공작이 논란이 되자 1976년 포드 대통령은 행정명령 12333호를 통해 암살 공작을 금지한다. 그러나 물밑에서는 여전히 암살 공작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특히 9.11 사건 이후 CIA 암살 공작은 다시 합법화됐다. CIA는 암살 공작을 ‘더러운 전쟁’이라 이름 붙였다. 

CIA와 함께 전 세계 도청망을 구축한 국가안보국(NSA) 역시 미국의 정치 공작을 위한 핵심 기구 가운데 하나다. 한 해 예산이 8조 원에 달하는 NSA는 미국 정보기관 가운데 가장 큰 규모와 막강한 정보수집력을 자랑하며 전화 도청은 물론 인터넷 정보도 감시하고 있다. NSA를 통해 수집한 정보는 미국의 군사·외교 분야는 물론 비밀공작에도 널리 활용되고 있다. 1968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푸에블로호도 NSA의 통제를 받았다. NSA는 1992년 비밀보고서를 통해 푸에블로호 사건이 미국 역사상 최대의 정보 유출 사고라고 평가했다. 

2004년 출간된 ‘경제 저격수의 고백’이란 책은 NSA가 펼치는 비밀공작의 한 단면을 잘 보여준다. 저자 존 퍼킨스는 NSA에서 훈련을 받고 ‘경제 저격수’가 되었다. 그는 국제 컨설팅 회사 직원으로 위장하고 개발도상국에 들어가 정·재개 요인들을 만나 미국 차관을 도입하면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설득한다. 이 과정에서 회계부정, 선거조작, 뇌물 등 갖은 방법들이 다 동원된다. 개발도상국이 미국 차관을 도입하면 그 차관으로 이뤄지는 모든 사업은 미국 기업에게 돌아간다. 경제성장 예측은 모두 엉터리이기에 그 나라 경제는 무너지고 국부는 미국 기업에게 넘어간다. 만약 경제 저격수의 설득이 실패하면 그 다음엔 CIA 암살자 ‘자칼’이 등장해 반대파 요인들을 암살한다. 그래도 공작이 실패하면 군대를 동원해 전쟁을 일으킨다. 

이처럼 미국은 방대한 정보기관들을 활용해 정치공작을 일삼으며 자국의 영향력을 확대해왔다. 

이처럼 미국의 개입 때문에 전 세계적 차원에서 반미시위가 끊이지 않는다. 미국의 제국주의적 정책 때문에 중동에서, 유럽에서, 한반도에서 민중들은 반미투쟁을 멈추지 않으며, 분노한 민중들에 의해 성조기가 불탄다. 

미국의 제국주의적 실체를 정확히 인식해야 국제 질서에서 미국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 또한 한반도에서 미국은 과연 어떤 존재인지 깨달을 수 있다. 미국에 대한 환상이나 공포가 결국 제국주의 국가로서 미국을 지탱해주는 수단임은 분명하다. 21세기를 평화와 공존이 보장되는 탈제국주의 시대로 만들어나가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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