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연구기관, 수많은 보고서, 그 안에 시민은 있는가? 가끔 이력서를 챙겨야 할 때가 있다. 출강을 하거나, 어떤 연구과제에 연구자로 참여할 때 제출해야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내 이력서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은 그 동안 참여했던 여러 연구과제의 목록이다. ‘어느 기관에서 언제부터 언제까지 이런 연구를 수행하였으며, 주요 역할 및 담당은 무엇이었다’는 식의 글들이 빼곡하게 적혀 있다. 그런데 이력서를 보고 있노라면, ‘저 많은 연구들이 이 사회에서 무슨 의미가 있었을까’라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다. 주택재개발사업을 다룬 어떤 보고서에는 지금은 애물단지로 전락한 뉴타운사업이 담겨있었고, 서울 인근의 지방연구원에서 수행했던 어떤 보고서의 주요 주제는 기존의 시가지를 부수고 새롭게 건설하겠다는 도시재생사업이었지만 몇 년이 지난 지금 제대로 추진되고 있는 것은 없다. 참으로 다행이다. 실토하자면, 연구를 수행하면서 수많은 사업계획을 다루었지만 성공하기를 바란 것은 몇 개 되지 않는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완공된 후 몇 년이 지나도록 한산하기만 한 수도권의 어떤 운하에 대해서 B/C비가 1 정도 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것을 보고 크게 놀란 적이 있었다. 하긴 강바닥을 긁어내고 보를 쌓고 그 옆에 자전거도로를 설치하는 것이 거의 전부인 사업이 경제적 타당성을 얻기도 하니 놀랄 일이 아니었는지도 모르겠다. 모두 둘째라면 서러워할, 우리나라에서 넘버원을 다투는 연구기관들의 작품이다. 분석이라는 것은 전제와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 대통령이 밀어붙이는 사업에 부정적인 결과를 냈다가 두고두고 핍박 받는 것보다 융통성을 발휘하는 것이 현실적일지도 모른다. 힘 있는 사람들이 무엇을 좇고 있는지 부단히 살피는 이유일 것이다. 그런 연구 속에 시민의 삶까지 녹인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지금과 같은 구조에서 기업에서 운영하는 경제연구소나 공공연구기관이 시민이 원하고 시민에게 필요한 연구를 수행한다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대해진 관료체계와 거대자본에 얽힌 정경유착관계 속에서도 바른 연구를 위해 고행을 자처하는 여러 연구자들에게 진심으로 경의를 표한다……. *표 및 그림을 포함한 보고서 전문을 보시려면 PDF 아이콘을 눌러 파일을 다운로드 받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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