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바뀔 즈음에 보통 사람들이 토정비결을 보듯 나는 경제전망 통계를 들여다본다. 유엔 경제사회국(UN DESA),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들의 2014년 세계경제 전망치는 작년보다 확실히 나아졌다. 구매력지수를 사용하는 유엔의 경우 3.0%, 그리고 나머지 둘은 3.6%인데 어느 쪽이든 2013년 전망치(3분기까지의 실적 반영)보다 약 1%포인트 높여 잡았다.세 기관이 보는 2014년 전망을 한마디로 줄이면 모두 “꽤 나아지겠지만 하방 위험은 상존한다”는 것이다. 작년보다 확실히 좋아 보이는 지역은 미국이다. 양적완화로 인해 풀린 돈이 주가와 부동산 가격을 부추기고 달러 가치가 떨어짐에 따라 수출도 늘어났기 때문이다. 셰일가스 특수 또한 확실한 플러스 요인이다. 하지만 이미 시작된 양적완화 축소는 작년 5~6월 같은 대혼란을 일으키지야 않겠지만, 미국의 내수와 수출 증가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고 공화당은 사사건건 정부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이들이 2012년 말에 전망했던 작년 성장률은 3.5% 언저리였지만 실적치는 2% 후반대에 머물렀다. 바꿔 말하면 이른바 ‘하방 위험’이 터지지는 않았지만 매년 예측이 빗나가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나아가 2009년 런던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 한목소리를 냈던 금융규제 강화도 거의 진전이 없으니 버블은 또 한번 골칫덩어리가 될 수 있고 일본의 아베노믹스는 벌써 수명이 다한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 유럽의 역내 불균형이나 중국의 각종 격차를 해소하는 일도 실로 요원한 일이다.만일 세계경제가 3.6% 성장한다면 지난해 12월27일의 정부 발표대로 한국 경제도 3.9%를 달성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이건 전망이라기보다 차라리 희망이다. 지난 몇 년간 정부의 경제전망이 1% 이상 틀린 것은 투자와 소비, 즉 내수 증가율을 한껏 낙관적으로 보았기 때문인데 금년도 예외가 아니다.설비투자 실적은 2012년 마이너스 1.9%, 2013년(3분기까지) 마이너스 1.6%였는데 정부는 금년에 6.2%로 치솟을 것으로 전망했다. 2012년 12월에 했던 2013년 전망치가 3.5%였으니 이번 수치 역시 미덥지 못하다. 박근혜 정부는 작년 네 번에 걸친 ‘투자활성화 대책’을 통해 몇 십년 묵은 재벌들의 숙원을 다 들어 주었다. 수도권 규제 완화 등 각종 규제완화, 나아가 지금 전방위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공공서비스 산업의 민영화가 그것이다. 해서 이런 수치가 나왔을 것이다. 하지만 수출이 획기적으로 늘지 않으면 정부의 희망은 한낱 꿈으로 판명날 가능성이 높다.투자야 원래 ‘동물적 본능’에 따르는 것이니 그럴 수 있다 하더라도 소비는 그다지 크게 출렁거리지 않는다. 2011년부터 3년 연속 정부는 민간소비가 3% 이상 증가할 거라고 예측했지만 실적은 1%대였다. 정부는 가계흑자율과 고용의 증가를 근거로 댔지만 가계부채가 1000조원을 넘어 계속 증가하는 추세인 데다 사교육비, 의료비, 주택 관련 비용이 여전히 ‘등골 브레이커’인 한 다른 소비를 늘리기 어렵다. 또 고용이 증가하곤 있다지만 주로 50대 여성의 재취업이 늘어나고 있을 뿐이다. 결국 요약하자면 별다른 대형사고가 터지지 않는다 해도 세계경제와 우리 경제 성장률은 3% 언저리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 이 정도도 규제완화에 따른 건설경기의 덕을 톡톡히 본 결과일 것이다.하지만 진정한 문제는 이런 총량 수치와 관계없이 사회의 양극화가 더욱더 심각해질 거라는 데 있다. 빈부격차야말로 세계경제가 7년째 수렁에서 허우적거리게 만든 가장 중요한 구조적 원인이다. 그사이 양극화는 더 심해졌고 따라서 세계의 총수요도 증가할 길이 없으니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더구나 박근혜 대통령의 ‘진격의 줄푸세’는 세계에서도 최악이다.지난해 11월의 통계청 조사에서 국민 절반(46.7%)은 자신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하층이라고 대답했다. 1988년 처음 조사를 실시한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나아가 “일생 동안 노력하면 사회적·경제적 지위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없다”고 응답한 국민이 57.9%였다. 다음 조사에서 또 최고치를 경신할 것이다. 일대 혼란이 벌어질 수 있다. 제발 ‘독재의 추억’을 벗어나 현실을 보기 바란다.* 본 글은 경향신문에 기고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