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사연은 ‘현장보고서’라는 이름으로 인터뷰, 현장 답사 및 관찰 등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현실에서 연구 방향을 찾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서 연구 목적을 찾아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는 것이 바로 새사연이 지향하는 연구이기 때문입니다.’공존공생’은 더불어 사는 삶을 지향하며, 협동조합에 관한 이야기를 소개하는 팟캐스트입니다. 미디어콘텐츠창작자협동조합(MCCC)이 제작하고,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의 이수연 연구원과 한겨레 신문의 박기용 기자가 진행자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현장보고서 – 공존공생이 만난 협동조합’은 팟캐스트‘공존공생’을 통해 만나본 협동조합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글로 전해드립니다. (편집자 주)“저는 통번역을 할 능력은 없지만, 통번역을 하는 사람들이 제대로 대접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앞으로 적어도 2년 동안은 열심히 뛰어보려고 합니다. 2년 동안 열심히 했는데도 잘 안되면… 그러면 다시 6개월쯤 더 해보죠, 뭐.” 라고 말하며 웃는 사람은 번역협동조합의 최재직 사무국장이다.번역협동조합은 올해 8월 창립총회를 열었으며, 현재 66명의 조합원이 존재한다. 조합원들은 출자금 10만 원과 월 회비 1만 원을 내고 있다. 영어, 일어, 중국어, 스페인어, 러시아어, 프랑스어, 독일어, 베트남어, 포르투갈어까지 총 아홉 개의 언어를 다룰 수 있다. 얼마 전에는 서울에서 열린 국제사회적경제포럼의 통번역을 담당하기도 했다.높은 수수료, 왜 그 동안 무심히 넘겼을까?최 사무국장은 아주 우연한 기회에 협동조합에 대해 알게 되었다. 동네에서 아이들 장난감을 같이 구매하고 사용해보자는 이웃들의 모임이 있어서 나갔는데, 그곳에서 고민했던 방식이 장난감협동조합이었다. 그래서 이웃들과 함께 『협동조합, 참 좋다』의 저자와 아름다운 가게에서 일하시는 협동조합 전문가들을 모시고 협동조합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던 중 “우리나라 제1호 협동조합이 무엇인지 아세요?” 라는 질문이 나왔다. 최 사무국장은 무언가 대단한 사람들이 만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제1호 협동조합은 대리운전협동조합이었다. 대리운전업체들이 기사들로부터 떼어가는 수수료가 약 30% 가까이 되었는데, 이런 불합리한 구조를 바꾸기 위해 협동조합을 만들었던 것이다.순간 최 사무국장은 뒤통수를 맞은 듯 충격을 받았다. “우리는 아직 젊고, 대학 나와서 배웠다는 사람들이 별 생각없이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실은 최 사무국장의 아내가 프리랜서 번역사로 일하고 있었는데, 보통 번역업체들이 번역사로부터 떼어가는 수수료는 대리운전업계보다 훨씬 더 많았던 것이다. 무엇보다도 자신과 아내는 그런 상황이 부당하다고 생각해보지 못했다는 사실, 그냥 원래 다 이런 거지 하면서 지나쳐왔다는 사실 자체에 놀랐다고 한다.2013년 국제사회적경제포럼에서 통번역 맡아그 일을 계기로 아내는 번역을 하고, 최 사무국장이 일감을 가져오는 방식으로 협동조합을 만들기로 한다. 최 사무국장 역시 대학 시절 언어를 전공했기도 했고, 아내가 오랫동안 번역을 해온 관계로 주변에 이미 통번역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서 처음에는 대학 동창이나 지인들을 중심으로 조합원을 늘려갔다고 한다. 그 후에는 다시 지인의 지인들이 조합원으로 들어오게 되었고, 국제사회적경제포럼과 같은 큰일을 맡게 되면서 조합원의 폭은 더 넓어지게 되었다.현재 66명의 조합원 중에 실제로 통번역을 하는 사람은 38명이라고 한다. 나머지 28명은 감정평가사, 교직원, 기자, 노무사, 디자이너, 법무사, 변리사, 변호사, 약사, 요리사, 은행원, 프로그래머, 펀드매니저, 회사원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지고 있다. 아니, 통번역 협동조합에서 이런 분들이 무슨 일을 하시는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들어보니 통번역사가 아닌 이른바 일반 조합원들은 일종의 영업사원이자 기술감수자라고 한다.우선 영업사원으로서, 이들은 자신들의 일터에서 통번역이 필요한 일이 있으면 번역협동조합으로 일감을 소개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실제 현재까지 번역협동조합에서 창출한 매출 중 70%는 일반 조합원들이 만들어낸 일거리에서 나왔다고 한다. 일거리를 소개해준 조합원에게는 소정의 소개료도 지급하고 있다고 한다. 외부 홍보 비용을 쓰는 대신 조합원들에게 소개료로 돌려주겠다는 생각이다.또한 일반 조합원들은 통번역사들이 번역을 끝낸 전문 자료들이 각 분야별 전문 용어의 쓰임에 맡게 번역되었는지 감수하는 역할을 한다. 번역은 일차적으로 외국어를 우리말로 옮기는 것이지만, 우리말로 옮긴 후에도 그것이 독자들이 이해하기 쉬운 우리말이 될 수 있도록 다듬는 일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대체로 이러한 후반작업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비용이 책정되지 않는 것이 현재 번역 업계의 상황이다. 최 사무국장은 “예전에 번역된 책을 읽다보면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아서 좌절하던 때가 있었는데, 이는 독자의 능력 문제이기도 하지만 번역 자체의 문제인 경우도 많다.”며 번역협동조합에서는 우리말을 다듬는 후반작업을 소홀히 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물론 그렇게 할 경우 추가작업이 필요하고, 그에 따른 추가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그래서 일반 번역업체에서 2만 원이면 해 줄 작업도, 번역협동조합에서는 2만 5천 원이 소용될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번역을 해서, 제대로 된 가격을 받는 것이 목표이다. 현재 번역을 맡긴 고객은 돈을 들였음에도 불구하고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지 않아 불만이고, 번역사는 비용을 적게 주니 그만큼의 수준밖에 나올 수 없다고 불만을 이야기한다. 번역협동조합은 그런 상황을 개선하고 싶다.”고 최 사무국장은 말한다. 그러기 위해 조합 내부에서 우리말 교육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통번역을 하지 않는 조합원도 있다?일반 조합원 중에는 최 사무국장처럼 대학시절 언어를 전공했거나 언어에 대한 로망을 갖고 있는 사람, 나중에는 직접 통번역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그리고 협동조합이라는 말에, 자신이 다니는 직장에서는 경험해보지 못하는 1인 1표의 민주주의를 경험해보고 싶어서 들어온 조합원도 있다고 했다.사실 번역협동조합의 조합원이라면 당연히 통번역을 직업으로 하는 분들이라 생각했는데, 다양한 조합원이 섞여 있어서 조금 의아했다. 과연 잘 운영될 수 있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협동조합은 조합원들이 다양해질수록 이해관계가 달라지기 때문에 의사수렴과 민주적 운영이 어려워진다. 그래서 협동조합에서는 조합원 수를 많이 늘리는 것보다는 조금 느리더라도 조합의 가치를 잘 인식하고 그에 동의하는 조합원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끊임없이 조합원 사이에서 교육과 훈련이 지속되어야 한다. 아직까지 번역협동조합은 조합원 간의 이질성으로 인한 문제를 겪고 있지는 않다. 일단은 통번역사 조합원과 일반 조합원이 각자 자기의 역할을 잘 분배하여 맡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리고 최 사무국장이 조합의 구심점으로서의 역할을 잘 해주고 있다는 점이 조합원 간의 통합을 유지하는 중요한 요인인 것으로 보였다. 최 사무국장은 전국 각지, 심지어 해외에까지 흩어져 있는 조합원들을 위해 아주 소소한 일들까지 조합 홈페이지에 보고를 하고 있다. 또한 조합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최 사무국장을 직접 만나서 조합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 동의할 수 있어야 한다. 조합에 가입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는 질문에 “일단 저를 만나셔야 합니다. 제가 어디라도 가겠습니다. 제주도라도 갈 수 있습니다.”고 말하는 최 사무국장.“저희는 법인통장을 공개합니다.”최 사무국장에게 번역협동조합이 일반 번역업체와 가장 다른 점은 무엇인지를 물었다. “저희가 일반 번역업체보다 반드시 더 많은 돈을 번역사들에게 드린다고 말하지는 못합니다. 특히 번역은 얼마나 어려운 내용의 문서인지와 얼마나 빨리 처리해야 할 일인지에 따라서 비용이 달라집니다. 그래서 구체적인 금액을 말씀드리고, 그것을 가지고 일반업체와 비교하기는 힘듭니다. 다만 저희는 원가를 공개합니다. 일반 번역업체에서는 소매가만을 공개하고 있죠. 저희는 번역사에게 원가를 공개한 후, 번역사와 협의하여 지불하는 금액을 정합니다. 저희는 법인통장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이게 가장 큰 차이점입니다.” 수입은 대부분이 번역사에게 돌아가고, 일부를 조합의 운영비를 위해 사용하며, 또 일부는 일거리를 소개해준 조합원에게 돌아간다고 한다.또한 협동조합으로서 사회공헌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이주노동자를 위한 통번역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실 처음부터 거창한 계획을 가지고 이를 시작한 건 아니라고 한다. 일반조합원이면서 노무사이신 분이 베트남에서 온 이주노동자의 산재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통번역이 필요하게 되었고, 그 때 베트남 출신의 조합원이 실비만 받고 선뜻 나서주었다고 한다. 이후 조합원들 사이에서 이를 번역협동조합의 특징을 살린 사회공헌 활동의 하나로 만들어보자고 이야기가 되었다.2014년 브라질 월드컵, 2016년 브라질 올림픽을 향해그렇다면 꼭 협동조합의 형태로 했어야 할까? “일반 번역업체라고 해서 꼭 지탄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건 아니죠. 그런 업체 중에서도 협동조합보다 더 민주적으로 운영되고, 번역사들을 배려해주는 곳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곳은 사장님 마음이 바뀌면 그만입니다. 협동조합은 이사장이나 사무국장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닙니다. 조합원들이 존재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원래 뜻하는 바대로,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협동조합의 형태가 필요한 거죠.”최 사무국장은 앞으로 2년 동안은 번역협동조합을 위해 열심히 뛸 것이라고 했다. 사실 번역협동조합의 사무국장으로서 받는 임금은 적다. 그리고 이제 막 생긴 조직을 운영하고, 각기 다른 조합원을 챙기고, 일거리를 만드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년이라는 시간을 투자할 만큼의 가치가 있는 것일까? “제 나이가 38살입니다. 일반 직장에 갔으면 과장 이상이겠죠. 그 친구들 돈 잘 법니다. 그래서 부럽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친구들에게 제 일을 이야기하면 또 저를 부러워하기도 합니다. 저는 일단 언어를 다루는 일이 즐겁습니다. 직접 번역을 하지는 않지만 글을 보고 다듬는 일이 좋은데,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 아내를 비롯한 통번역사들이 자신의 노동에 대한 대가를 제대로 받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게 좋습니다. 또한 덕분에 어린아들과 보내는 시간도 훨씬 많아졌어요. 어린이집에 아이를 데려다주고 데려오는 일을 제가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할 수 있는 아빠가 별로 없어요. 물론 이런 생활이 오래갈 수는 없겠지만, 딱 2년 동안 열심히 투자하면 좋은 결과가 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일거리와 조합원을 조금씩 더 늘려나가서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자리를 잡아 놓을 생각입니다.”번역협동조합은 내년에 있을 브라질 월드컵과, 2016년에 있을 브라질 올림픽을 노리고 있다. 그 때까지 실력도 쌓고, 영업도 열심히 뛸 생각이다. 월드컵과 올림픽에서 멋지게 활약하는 번역협동조합을 기대해본다. 보고서 전문을 보시려면 PDF 아이콘을 눌러 파일을 다운로드 받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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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의 대가를 제대로 받게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