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우리가 종교를 걸고 싸워야 할 우상입니다. 주여…우상이 우리의 존엄함을 빼앗아 갔습니다. 불공정한 (경제)체제가 우리로부터 희망을 빼앗아 갔습니다….주여, 우리를 홀로 버려두지 마소서. 서로서로 돕게 하소서. 그리하여 이기심을 버리게 하소서. 우리들 마음 속에 있는 ‘우리’를 듣게 하여 우리 모두가 앞으로 나아가게 있게 하소서.” 최악의 경제위기, ‘돈의 우상’ 산물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9월 22일, 이탈리아 사르디니아의 주도 칼리아리에 방문해 수많은 사람들에게 한 말이다. 교황은 즉위 이후 이 지역을 벌써 두 번이나 방문했다. 다 아다시피 이탈리아는 최악의 경제위기에 빠져 있고 섬인 사르디니아는 더욱 상황이 나쁠 터, 일자리가 불안정하거나 아예 없는 사람들이 안쓰러웠을 것이다. 교황은 불공한 경제체제를 비판했고 그것은 돈이라는 우상에서 비롯되었다고 파악했으며 종교를 걸고서라도 이 우상과 싸우겠다는 다짐까지 했다. 즉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사람들의 일자리를 빼앗았고 그것이 인간의 희망과 존엄성까지 탈취했다는 것이다. 해법은 ‘우리’를 깨닫는 것 교황의 해법은 서로 서로 돕는 것, 이기심을 버리는 것이며 그리하여 “우리”를 깨닫는 것이다. 교황의 이런 염원이 이뤄진 세상은 지상에 없고 오로지 천국에만 있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어쩌면 교황은 스페인의 몬드라곤이나 이탈리아의 에밀리아 로마냐를 마음 속에 그리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2011년부터 유럽을 휩쓴 재정위기로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실업률은 두자릿수로 치솟았다. 생산물의 절반을 수출하는 에밀리아 로마냐나 몬드라곤도 힘들긴 마찬가지일 텐데 이 지역의 실업률은 나라 전체 수치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잘 아다시피 이 지역은 협동조합의 천국으로 알려진 곳이며 일반 기업도 신뢰를 바탕으로 움직인다. 30% 해고냐, 30%의 임금 낮추기냐 이유는 간단하다. 예컨대 경제가 나빠져서 비용을 30% 줄이지 않으면 조합 전체가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고 가정해 보자. 만일 협동조합의 원칙대로 중요한 의사결정을 1인 1표로 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자본주의 기업이 흔히 하는대로 30%의 인원을 해고할까(쌍용자동차나 한진조선에서 일어난 일이다), 아니면 모두 임금을 30% 깎자고 할까? 분명 후자로 결론이 날 것이다. 이곳에서는 월급이 줄어들었을망정 일자리를 잃고 희망과 존엄성을 상실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 사회적경제가 경제위기에 대해서 고용조정보다 임금조정으로 대응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관찰되는 현상이다. 경제위기에 강한 협동조합 경제학의 예측은 사회적경제에 잘 들어맞지 않는다. 아주 유명한 예로 협동조합은 현재 조합원의 수익을 극대화할 것이기 때문에 장기투자가 잘 일어나지 않고 경기가 좋을 때도 고용을 늘리지 않을 것이라는 경제학적 추론(이른바 “워드-도마-바넥 비판”)은 현실에 의해 이미 기각되었다. 실제로 협동조합은 평소에도 조합원 배당보다 내부 유보를 더 많이 하는 편이며 경제위기 때 더 높은 생존율을 보인다. 그 이유 역시 간단하다. 경제학은 인간이 이기적이라는 가정(‘호모 에코노미쿠스’) 위에서 전개된 논리이므로 만일 어떤 기업의 구성원이 이기적으로 행동하지 않는다면 그 예측은 틀릴 수밖에 없다. ‘우리’라는 집단 정체성의 힘 사회적경제의 핵심 원리인 신뢰와 협동은 인간의 상호성(reciprocity)에서 비롯된다. 즉 사회적 경제의 인간은 (특정 조건 하에서는) 이기적으로 행동하지 않는다. ‘우리’라는 집단 정체성이 대단히 강한 몬드라곤이나 에밀리아 로마냐에서 교황의 기도는 이미 이뤄진 것이다. 만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가톨릭의 어떤 전통을 대변하고 있다면 이들 지역의 종교가 가톨릭이라는 것도 전혀 우연한 일은 아닐 것이다. *본 글은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뉴스레터 ‘세모편지’에 실린 글입니다.*원문링크 :http://sehub.blog.me/1501764396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