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재정지출과 경제의 효율성

By | 2013-09-25T15:23:08+00:00 2013.09.25.|

정기국회 시즌이다. 이맘때만 되면 어김없이 정부는 내년 예산계획을 국회에 제출하고 국회는 연말까지 예산을 심의한다. 각종 낭비적 요소들이 비판의 도마위에 오르기도 하고, 반대로 꼭 필요한 지출 항목들이 재정부족이라는 이유로 삭감되기도 한다. 특히 지금과 같이 경기가 좋지 않을 때는 정부의 재정지출 규모와 내용은 국민경제 전체로 볼 때나 서민들의 생활 측면에서 매우 큰 역할을 하게 된다.이렇게 재정 지출 역할이 커지면 필연적으로 재원조달이 이슈가 된다. 이번 주에 공개될 2014년 정부 예산안은 두 가지 점에서 특별히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하나는 내년 조세수입 추정의 근거가 될 성장률 예측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올해 성장률을 4%로 과도하게 예측했다가 조세수입이 약 20조 원가량 부족해서 추경예산을 거의 세입결손에 쏟아 부어야 했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복지지출 필요는 늘어나는데 불황으로 조세수입이 늘지 않는 차이를 무엇으로 메울 것인가 하는 점이다.이 두 가지 이슈와 관련하여 박근혜 대통령은 9월 16일 여야 대표 회동에서 의미 있는 발언을 했다. “경제성장률이 4%를 넘으면 세수 부족은 해소될 것이다. 법인세율 인상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 세출 구조조정과 비과세 축소로 복지재원을 마련하고 그래도 부족하면 국민 공감대하에 증세도 할 수 있다.” 처음으로 증세를 언급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여전히 경제성장률 4%에 기대는 낙관성과 법인세를 절대 늘릴 수 없다는 완고함은 전혀 변하지 않았음을 읽을 수 있다. 아무튼 올해 정기국회에서는 예산을 둘러싸고 내년 경제 전망과 증세 논쟁이 지속적인 이슈가 될 것 같다.이 시점에서 우리는 정부 재정의 역할이라는 기본적인 의제를 다시금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국가의 재정지출을 두고 오랜 동안 일각에서는 민간투자를 방해할 수 있다는 논리로 비판적 주장을 해왔다. 이른바 작은 정부 논리다. 이는 정부의 경제개입이 비효율성과 낭비를 초래할 것이라는 비판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고용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경기가 어려운 데도 민간부문이 이를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재정을 기반으로 정부가 고용과 분배에 개입하는 것이 오히려 효율성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지적도 대단히 많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일찍이 지금부터 80여 년 전, 10퍼센트를 넘는 고실업이 장기화되는데도 손 놓고 있는 영국 정부를 개탄하면서 경제학자 케인스는 다음과 같은 지적을 했다. “우리가 손 놓고 기다리고 있는 동안에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의 사용하지 않은 노동이 훗날 쓸 수 있도록 은행의 구좌에 쌓이는 것이 아니다. 그 노동은 그냥 흘러가 버린다. 그것은 그냥 상실이다.” 실업의 방치 자체가 국민경제적으로 극단적인 비효율임을 주장한 것이다. 그 동안 진보에서 꾸준히 제기되어왔고 부분적으로 수용된 ‘청년고용 의무할당제’ 역시 이런 관점에서 보면 단순한 사회정책 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낭비되고 있는 청년들의 잠재력을 흡수하여 효율을 달성하는 데도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헛되이 버려지지 않고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되어야 할 귀중한 자원 가운데 청년의 잠재력 말고 더 한 것이 있을까?유사한 맥락에서 일본의 경제학자 오노 요시야스 역시 20년째 장기불황을 겪고 있는 일본 경제상황을 분석하면서 정부재정 지출이 경제의 효율성 바로 그것을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역설한다. “노동자원을 활용하지 않고 방치해두면 헛된 낭비만 쌓이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데 활용하면 경제 전체의 효율이 나아진다. 경기 대책은 이를 위하여 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비자발적인 실업이 발생한 경우, 효율화냐 재정지출이냐 하는 대립 축을 설정하는 것은 잘못이다. 왜냐하면 재정지출자체가 효율적이기 때문이다.”이러한 견해들은 상식적으로 지극히 타당하지만 그 동안 우리사회에서는 사실 정 반대의 의견이 지배했다. 예를 들어 강력한 구조조정과 정리해고를 해서 효율성을 제고하는 것이 경기불황에서 해야 할 일이라는 주장이다. 그리고 이로 인해 실업자가 양산되고 민간 구매력이 위축되는 것은 효율성을 위해 불가피하게 치러야 할 대가로 취급되었다. 여기에 정부가 개입할 여지는 없었다. 오히려 정부가 개입하면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예산을 낭비한다는 공격을 받기 일쑤였다.한편 케인스의 승수이론을 받아들이면서 경기불황시의 정부지출의 효율성을 경제학자 스티글츠는 이렇게 표현하기도 했다. “정부지출은 놀라운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정부가 지출을 늘리면 국내 총생산은 정부 지출 증가분의 몇 갑절로 늘어난다. 국내 총생산 증가와 정부지출 증가 간에는 승수 효과가 있다는 말이다.” 물론 승수효과가 잘 살아날 수 있고 특히 고용 파급효과가 큰 곳에 지출되는 조건이라는 단서가 붙어야 할 것이다. 지난 정권 시절의 ‘4대강 사업’같은 곳에 지출되는 재정은 전혀 ‘놀라운 잠재력’을 발휘한 것 같지는 않기 때문이다.*본 글은 매일노동뉴스에 기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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