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먼 사태 5년, 머나먼 회복의 길

By | 2013-09-13T14:28:11+00:00 2013.09.13.|

“우리의 현대 시장경제 아래에서는 자본이 기회를 노리며 끊임없이 움직이기 때문에 경제는 어떤 문제가 생기더라도 스스로 회복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시장은 스스로 개선책을 찾아냅니다. 이런 변화는 이미 서브프라임 시장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리먼 사태가 터지던 해인 2008년 초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멤버였던 데니스 록하트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한 말이다. 그랬다. 이때까지만 해도 미국의 주요 경제정책 결정자들은 시장의 자율적 조정능력에 대한 굳건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때문에 시장의 파국이 걷잡을 수 없이 번져 나가는 것을 목도하면서도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다. 시장이 스스로 조정될 것을 기대하면서.이런 기대는 2008년 9월15일 리먼 파산과 함께 파산됐다. 그리고 그해 말까지 미국 정부가 7천억달러의 자금을 은행구제에 쏟아붓기 시작하고 중앙은행이 제로 금리시대를 열어젖히는 것을 보면서 월가의 저널리스트 데이비드 웨슬은 놀라움을 이렇게 표현했다.“공화당의 자칭 보수적인 대통령(조지 부시)이 임명했던 재무장관(헨리 폴슨)과 연방준비제도 의장(벤 버냉키)이 한 해 전(2007년)까지만 해도 도저히 넘을 수 없을 것 같은 선을 넘었다는 사실에 의문을 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자유시장의 옹호자이며 냉전의 승리자인 미국 정부가 민간은행의 주식을 매입하고 있었던 것이다.”(데이비드 웨슬, 2009, )그런데 당시 가장 많은 의문 중의 하나는 그렇게 많은 경제학자들 대부분이 왜 리먼 사태와 같은 엄청난 경제위기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는가 하는 것이었다.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런던 정경대학을 방문했을 때 같은 질문을 던져 경제학자들을 당황케 했다는 일화가 유명해진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지금은 또 다른 의문을 던져봄 직하지 않을까. 과연 2008년 리먼 사태가 터졌을 당시에 5년이 넘도록 출구를 찾지 못하고 헤맬 것으로 예측한 사람은 얼마나 됐을까.이에 대한 대답 또한 부정적이다. 리먼 사태가 터지고 한 해쯤 지난 뒤에 섣불리 출구전략(Exit Strategy)을 거론하면서 위기에서 벗어났다고 주장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 다음해인 2010년에는 그리스 위기가 터지면서 경제회복이 또다시 좌절됐다. 2011년에는 남유럽 전체 위기와 미국 신용등급 강등으로 오히려 위기가 확대되기도 했다. 그리고 5년이 지난 지금 조심스럽게 경제회복을 진단하는 부류도 있지만 5년간의 예측실패 경험 학습 탓인지 누구도 자신감은 없어 보인다. 흘러간 5년 이외에 앞으로 위기가 또 얼마나 더 남았을지도 오리무중이다.설령 지금 회복조짐이 확실하다고 해도 정상적인 회복 과정에 진입하려면 아마도 위기 이후 걸린 5년 정도의 세월이 더 필요할지 모른다. 마치 단식기간만큼의 복식기간이 필요한 것처럼 말이다. 지금의 비정상적인 제로금리는 언제부터 어느 정도 시간을 두고 정상화시킬 수 있을까. 수조달러를 퍼부은 양적완화를 어떤 속도로 줄여 나가서 연방준비제도의 자산구조를 정상화(?)시킬 수 있을까. 그러는 동안 신흥국들에서의 자본 유출입 변동으로 인한 불안요인들은 어떻게 진정될 수 있을까. 재정구조와 국가부채 구조는 얼마나 빨리 정상화될까. 아무것도 확실한 것은 없다. 한국경제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과도한 거품과 과도한 위험요인은 반드시 조정해야 회복을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부동산과 가계부채다. 물론 우리 경제는 미국처럼 부동산 거품이 터지고 가계부채 위험이 폭발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바로 그것 때문에 조정을 거치지 않고 위험요인이 계속 확대돼 온 것도 사실이다. 예를 들어 미국의 경우 주택가격은 고점 대비 평균적으로 30% 이상 하락하는 혹독한 조정 과정을 겪었다. 500만가구 정도가 집을 잃어 주택 소비율이 69.2%에서 65%까지 떨어졌다. 소득 대비 가계부채도 2007년 130%를 넘었다가 지금은 110% 수준으로 내려갔다. 이런 결과가 있었기에 지난해부터 조심스럽게 바닥을 지났다는 얘기를 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우리 경제는 기껏해야 수도권 대형주택 부문에서 얼마간의 가격조정이 있었을 뿐이다. 전체적으로 큰 폭의 주택가격 조정은 일어나지 않았다. 더욱이 가계부채는 경제위기 이후에도 계속 경제성장률을 웃도는 증가율을 보이면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조정 과정이 전혀 없었다는 얘기다. 게다가 박근혜 정부의 4·1 대책과 8·28 부동산 대책은 부채를 늘려 부동산 가격을 다시 올리려는 정책이라는 점에서 조정이 아니라 상황을 악화시키려는 정책이 아닐 수 없다. 조정이 안 되면 회복은 없다는 사실을 우리가 피해 갈 수 있다고 착각하지 않길 바란다.*본 글은 매일노동뉴스에 기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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