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아시아경제, 한국은 안전한가

By | 2013-09-04T15:02:32+00:00 2013.09.04.|

세계경제 대침체(Great Recession)가 5년을 꽉 채워 가고 있는데도 출구는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이번 경제위기가 1929년 대공황 이후 가장 심각한 국면이라는 데 큰 이견은 없지만, 사실 우리에게는 16년 전 아시아 전체를 휩쓸었던 외환위기 충격보다는 체감 정도가 덜한 것도 사실이다. 98년 한 해 동안 100만명 이상의 실업자들이 쏟아져 나오고 경제가 무려 마이너스 5.7% 뒷걸음쳤다. 현재의 경제침체는 좀 더 장기적으로 바닥을 기고 있는 중이지만 충격의 강도가 센 것은 아니다. 왜 그럴까. 하나의 이유는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지역경제가 다른 지역들보다 선방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아시아경제의 중심 국가이면서 세계경제 부동의 2위로 안착한 중국경제는 지난해 7.8% 성장률을 기록한 것을 제외하면 2008~2011년 줄곧 9% 이상의 고성장세를 유지했다. 성장률만 놓고 보면 대침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최상의 성장세다. 때문에 중국을 역내 분업의 동심원으로 해서 아시아 국가들은 대체로 큰 충격 없이 경제성장을 이어 왔다. 중국과 홍콩, 아세안을 합하면 무역비중이 50%를 훌쩍 넘는 한국이 특별히 급격한 경제추락을 할 이유가 없는 것이 당연하다. 또한 97년 외환위기 경험은 아시아 국가들로 하여금 경상수지 관리와 외환보유고 준비에 경각심을 갖도록 했다. 그 결과 이번 대침체 국면에서 아시아는 가장 위기의 영향을 덜 받은 지역이 된 것이다. 그런데 최근 아시아의 선방이라는 공식에 금이 가는 조짐들이 발견된다. 그 시점은 지난 5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에서 올해 연말부터 양적완화를 축소할 예정이라는 발표를 한 이후부터다. 아시아 대부분 국가들에서 주가가 폭락하고 환율이 폭등하며 국채금리가 상승하는 현상이 벌어지면서 경제불안이 가중됐던 것이다. 예를 들어 인도의 주가는 지난 3개월 동안 11% 가량 추락했고, 달러 대비 루피화 환율은 54루피에서 64루피까지 15%가 뛰어올랐으며 10년물 국채금리도 30% 가깝게 상승했다. 그러다 보니 일부에서는 성급하게 아시아의 금융위기설을 진단하기도 한다. 한국 정부도 “여타 아시아 신흥국들과 차별화되고 있어 걱정할 필요 없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도대체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왜 아시아경제를 흔들고 있는 것일까. 경제추락시 행정부가 주도하는 재정확대정책과 달리 중앙은행이 주도하는 양적완화는 금융시장에서 대규모로 장기국채를 매입함으로써 시중에 자금을 풀어 신용경색을 해소하고 경기활성화를 촉진하는 것이다. 동시에 안전자산인 국채 수익률을 떨어뜨림으로써 시중에 풀린 자금이 국채투자가 아니라 기업이나 가계로 흘러 들어가게 하면서 실물경제가 살아나기를 기대하는 것이다.그런데 중앙은행이 양적완화로 풀어놓은 자금은 기대한 것처럼 꼭 실물경제로만 흘러들어 기업의 투자와 민간의 소비를 촉진하고 그 결과 고용을 늘리는 방향으로 활용되는 것은 아니다. 거의 비용 없이(이자 제로) 자금을 공급받은 은행들은 다시 중앙은행에 예치해 버리거나 아니면 아예 해외에 자금을 투자하는 선택을 할 수도 있다. 실제로 미국의 양적완화로 풀린 자금들 가운데 상당 부분은 경제여건이 좋고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신흥국들, 특히 아시아 국가로 대거 유입됐다. 그 결과 아시아 국가에서 실물경제 성장 이상으로 금융자산 가격이 올라 일부에서는 거품을 우려할 정도가 된 것이다. 더욱이 양적완화 자금이 신흥국으로 이동하면서 신흥국의 화폐가치가 절상(환율하락)되면서 수출에 불리한 여건이 조성되기도 한다. 미국이 양적완화를 축소하기 시작하면 정확히 반대의 현상이 발생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유입된 자금은 다시 미국으로 환류되고 올랐던 주가는 폭락하고, 환율은 상승하며 국채금리가 오르면서 금융시장이 불안해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지금 아시아 국가들이 처해 있는 현주소가 바로 이것이다. 경상수지 적자가 큰 인도와 인도네시아가 상대적으로 더 크게 동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9% 이상 고성장을 이어 가던 중국이 지난해부터 7% 수준의 완화된 성장기조로 바뀌고 있어 실물경제 동력까지 약화된 상황이니 아시아경제가 앞으로 이전과 같은 호조를 보이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런 가운데 정부 발표대로 우리나라는 경상수지 흑자기조가 계속되고 있고 외환보유고나 대외채무구조가 건전해 큰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일까. 당연히 그렇지 않다. 명심할 것은 지금은 미국 정부가 아무런 양적완화 조치를 취한 것이 없다는 것이다. 그냥 축소 계획만 밝힌 것만으로 금융불안이 온 것이다. 실제 내년부터 양적완화 축소를 할 만큼 미국경제의 회복세가 견실한 것인지는 논란이 있지만 양적완화 축소를 현실화할 경우 충격은 지금보다 훨씬 더 클 수도 있다. 현재 우리나라 주식 시가총액의 30% 이상, 채권의 7.5% 이상은 외국인이 보유하고 있다. 한국 금융시장을 흔들 만한 상당한 규모다. 급격한 자본 유출입을 규제할 만한 장치도 미약한 수준이다. 여전히 한국은 글로벌 자본 유출입으로부터 자유로운 안전지대가 아니다. 경각심을 늦추지 말아야 하며 동시에 추가적인 자본 유출입 규제장치가 필요한지 여부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본 글은 매일노동뉴스에 기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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