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이 어렵다는 말은 이제 더 이상 새로울 것도 없는 사실이라서 특별히 주목을 끌지 못한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치밀하게 내용을 분석하고 관찰해 현실적인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 관찰자에게 더 이상 새로운 사실이 아니라는 말은 곧 당사자에게는 더 이상 견디기 어려운 고통이라는 말과 같기 때문이다. 식상할 정도로 고통의 원인이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만큼 당사자들을 좌절하게 하는 것이 또 있을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자영업 종사자수는 몇 번의 큰 변동을 겪었다. 위기 직후인 2009~2010년에는 주로 형편이 어려운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 중심으로 한 해 동안 30만~40만명이 줄어드는 큰 폭의 변동이 발생했다. 자영업이 경제위기의 충격을 가장 심각하게 감당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기업의 기업형 슈퍼마켓(SSM) 진출에 강력히 저항하기 시작한 시점도 이때부터였다. 정확히 4년 전 이맘때다. 그 이후 대형 유통재벌에 맞선 중소상공인들의 저항은 지금까지 경제민주화의 상징이 됐다. 그런데 2011년이 되면서 자영업자는 20만명 정도 다시 불어나게 된다. 특별히 경기가 호전된 것도 아닌데 왜 다시 팽창했는지에 대한 정확한 분석은 아직 나와 있지 않다. 다만 외환위기 이후에 그랬던 것처럼 어려운 경제상황이 지속되면서 달리 일자리가 없자, 열악한 상황임을 알면서도 자영업을 선택해야 하는 구직자들이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2010년 이후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하면서 이들이 은퇴 후 영세 자영업에 뛰어들었을 개연성이 있다. 하지만 자영업이 다시 팽창하는 경향은 오래가지 못했다. 대체로 지난해 말부터 자영업이 또다시 감소추세로 돌아선 것이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2.0%로 주저앉고 내수가 극히 위축되면서 나타난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최근 편의점과 대리점주들을 중심으로 ‘갑’의 횡포를 근절해 달라는 호소가 이어지고 있는 것도 이런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분간 경기여건이 빠르게 나아질 가능성이 없는 조건에서, 중소상공인들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힘없는 을’들의 저항이 쉽게 수그러들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중소상공인들을 괴롭히는 더 큰 문제는 대형 유통재벌들의 횡포다. 정부가 정책적으로 관심을 집중해야 할 지점도 여기다. 우리 사회경제 구조의 변화와 유통 대기업들의 국내시장 독과점화가 심화하면서 이제 대기업과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사업을 하는 자영업’은 사실상 거의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대기업들과 자영업은 상당히 다층적인 이해관계로 얽혀 있다. 대략 세 가지, 즉 △대기업과 시장 경쟁관계 △대기업에 납품을 하는 관계 △대기업의 가맹점·편의점으로 편입된 관계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너무나 잘 알려진 대형마트의 무분별한 점포 확대로 인해 이들과 도저히 경쟁이 불가능한 자영업이 심각한 경영난에 빠지게 된 경우다. 전국 곳곳에 포화상태인 대형마트, 좁은 골목상권까지 진입하는 SSM, 각종 체인형 편의점들까지 그들의 확장속도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들 앞에서 중소상인들은 장사를 접든지 아니면 대기업에 편입되든지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게 됐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소상공인 적합업종 제도 확대’나 ‘대형 유통기업의 불공정 거래관행 개선’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치권의 수용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두 번째는 중소상공인들이 대형 유통매장에 납품을 하는 관계다. 유통 대기업들이 이른바 ‘수요 독점’을 이용해 판촉행사 비용 전가 등 갖가지 부당한 부담을 납품업체에게 떠넘기는 사례들이 목도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결과 △판촉행사 서면 미약정 △부당반품 △판촉행사 비용 부당전가 행위 발생빈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 납품업체 중 44.9%는 대형 유통업체가 주도하는 판촉행사에 서면약정 체결 없이 참가했으며, 판촉행사 비용도 응답 업체의 29.6%가 절반 이상 부담한 것으로 나타났다.마지막으로 최근에 이슈가 되고 있는 가맹점과 대리점의 노예적(?) 계약관계와 불공정행위가 있다. 2000년대 이후 독립적인 자영업은 감소하는 대신 가맹점이나 대리점 형태의 사업체는 급격히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런데 최근 편의점 사례에서 속속 밝혀지듯이 허위·과장 정보 제공, 24시간 의무영업 강요, 근접 출점으로 인한 영업지역 미보호, 과도한 해지 위약금, 물량 밀어내기와 같은 심각한 불공정 행위들이 드러나고 있는 중이다. 그럼에도 규제할 만한 법적·제도적 근거가 거의 없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고시하는 모범거래기준도 사실상 강제력이 없어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이제 중소상공인들이 대기업들의 영향권을 벗어나서 ‘독립적’으로 장사를 하거나 사업을 하는 것이 쉽지 않게 됐다. 대기업과 경쟁을 하든 대기업에 납품을 하든 아니면 대기업에 편입되든 대기업과 연결되지 않을 방법이 없게 된 것이다. 그러나 대기업과 영세자영업 사이의 비교가 무색할 정도의 힘의 차이는 필연적인 ‘불공정’ 계약과 거래를 만들어 내게 된다. 자유계약이나 자유시장은 아무런 의미도 없다. 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 것은 정부뿐이다. *본 글은 매일노동뉴스에 기고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