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매년 주민신협의 조합원 배당금 중 1%를 성남 지역의 협동기금 조성에 사용할 것을 결정합니다.” 올해 1월 18일 성남시민회관 대극장에서 성남 주민신협의 제33차 정기총회가 열렸다. 이 날 참석한 1600여명의 조합원들은 자신들이 받아가야 할 배당금의 1%를 지역사회를 위해 기부하는데 박수로 찬성했다.주민신협 이현배 전무는 당시 총회에서 조합원들에게 협동기금 조성에 관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한 후, 조금은 긴장된 마음으로 의결 과정을 지켜보았다고 한다. ‘자기 몫의 1%를 떼어낸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데, 과연 조합원들이 이를 승인해줄까?’ 하는 걱정 때문이었다. 하지만 조합원들은 오히려 “1%는 너무 적은 것 아니냐?”, “앞으로 더 늘려가도록 하자.” 라며 이의없이 협동기금 조성을 결의했다. 조합원 교육을 게을리하지 않고, 지역주민들과 생활을 함께하며 협동조합으로서의 정체성을 잃지 않았던 주민신협의 노력이 만들어낸 결과일 것이다.1979년 주민교회를 모태로 하여 생겨난 성남 주민신협은 현재 1500억 원의 자산 규모, 2만 명의 조합원, 110억 원의 출자금, 3개의 점포를 자랑하는 튼튼한 금융기관이다. 지난 총회에서 결정된 조합원 배당금은 3억 9천만 원으로 이 중 1%인 390여만 원이 성남지역의 협동기금으로 조성되었다. 390만 원이라는 돈은 기금이라 불리기에는 아직 적은 액수이지만, 지역을 위해 금융기관이 기금을 조성했다는 점과 특히 협동조합의 조합원들이 흔쾌히 이러한 결정을 내렸다는 점에서는 그 액수보다 큰 의미를 지닌다.특히 주민신협은 이전에도 지역의 생협에 2000만 원, 의료생협에 1000만 원을 출자했으며, 성남주민생활관을 만들어서 조합원과 지역주민 그리고 지역의 시민단체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함께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올해부터는 성남 지역의 생활협동조합, 학교·단체,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등을 모아서 성남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를 구성하고 협동기금 조성사업에 함께하고 있다. 지역발전을 위한 금융기관, 사회적경제 발전을 위한 금융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협동조합이나 사회적기업 등 사회적경제 조직들은 일반기업에 비해 자금조달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은행은 사회적경제 조직들에게 대출하기를 꺼린다. 은행이 보기에 협동조합의 출자금은 언제나 빠져나갈 수 있는 부채이다. 또한 협동조합이나 사회적기업은 수익 추구가 최우선 목표가 아니기 때문에 지표상의 순이이익도 높지 않다. 대출을 해주기에는 부실한 기업으로 평가된다. 그래서 많은 전문가들은 사회적경제의 발전을 위해서는 이 분야의 조직들을 지원할 수 있는 기금조성이 필수 요소라고 입을 모은다. 사회적경제가 발전한 해외사례를 보아도 모두 튼튼한 금융기관들이 존재했다. 몬드라곤의 노동인민금고, 퀘벡의 데자르뎅 금융협동조합이 대표적이다.하지만 우리사회에는 사회적경제를 위한 금융기관이나 기금이 전무한 상태이다. 그렇다고 당장 협동조합을 위한 금융기관이나 기금을 만들어내기도 어렵고, 그것을 운용할 역량도 부족하다. 그래서 더욱 중요해지는 것이 신협의 역할이다. 신협은 1960년 최초로 설립되어 5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협동조합계의 선배이다. 신협만 잘 활용해도 맹아기에 놓인 우리 사회적경제에는 많은 도움이 된다. 성남 주민신협의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문제는 현재 신협법 중 일부요소가 신협의 협동조합 지원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현재 신협은 개인대출만 가능할 뿐 법인대출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지역의 협동조합이나 사회적경제 영역의 사업체에게 아예 대출을 해줄 수가 없다. 신협이 법인대출이 가능하도록, 적어도 협동조합에 대한 대출이 가능하도록 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대출 외에 투자 개념의 지원도 가능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사람들의 생활 범위가 넓어진 만큼 지역신협의 공동유대를 인접 시군구까지 포함할 수 있도록 현실화하는 것도 필요하다.이러한 제도적 개선과 함께 근본적으로 중요한 것은 신협이 협동조합으로서의 정체성을 스스로 명확히 해야 한다는 점이다. 신협은 협동조합을 위한 금융기관, 지역을 위한 금융기관이 되어야 한다. 그럴 때에 신협도 자신만의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