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는 그들이 알고 있는 세계 전체를 1천800명이 나눠 가졌을 때 쇠망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샘 피지개티, <부의 독점은 어떻게 무너지는가>)과거 로마 권력 이상의 위세를 누리고 있는 미국 자본주의도 그 존립을 흔드는 큰 위기를 세 차례 정도 맞게 된다. 첫 번째 시기는 마크 트웨인의 소설 제목에서 이름을 따온 도금시대(Gilled Age)이고, 그 다음이 1929년 대공황(Great Repression)을 불러일으킨 1920년대의 규제완화 시대(또는 포효하는 번영의 20년대, Roaring Twenties)다. 그리고 아마도 지금의 대침체(Great Recession)를 초래하게 했던 지난 30년 동안의 신자유주의를 세 번째 목록에 집어넣을 수 있을 것이다.우선 도금시대는 어떻게 자본주의 체제를 위협했고 어떻게 위기를 회피할 수 있었을까. 도금시대는 1865년 미국에서 남북전쟁이 끝나고 석유까지 발견되면서 엄청난 경제적 붐을 이루던 시기다. 그런데 경제 활황 속에서 소수의 기업들이 부를 집중시키면서 온갖 무법적인 방법까지 동원해 경쟁자들을 짓밟고 거대한 독점체제를 형성한다. 당시 미국 철도를 독점해 철도황제라 불리던 제이 굴드(Jay Gould), 미국 철강시장의 4분의 1을 장악하면서 세계 최대 철강 트러스트인 카네기 철강회사를 이끌었던 앤드류 카네기(Andrew Carnegie), 한때 미국 석유시장의 90%까지 지배하면서 세계 최대 트러스트 반열에 올랐던 스탠더드 오일 트러스트의 존 록펠러(John Davison Rockefeller)가 당대는 물론 후세에까지 이름을 날린 독점 기업가들이다.그리고 로스차일드 가문의 후원 아래 월가 금융계를 좌지우지하면서 미국 중앙은행을 대신해 왔던 J.P. 모건(John Pierpont Morgan)이 그 시대의 끝 무렵에 합류한다. 이 시기에 미국 자본주의는 전에 없는 번영을 구가했지만, 그 과정은 평온하지 않았다. 수많은 중소기업들과 자영업들이 쓰러지고 은밀한 거래와 결탁을 뒷배경으로 광범위한 독과점이 횡행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엄청난 부의 불균형이 나타나면서 기회의 땅 미국에서 더 이상 기회는 없는 것처럼 보였다.그러나 1890년대 중반 미국을 위기에 빠뜨리는 공황이 엄습하자, 도금시대에 누적된 독점과 부의 불평등에 대한 광범한 저항이 사회운동과 정치영역에서 일어나게 된다. 1914년 1차 세계대전 직전까지 확산됐던 ‘진보의 시대’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1911년 연방 대법원이 당시 최대 독점체였던 스탠더드 오일 트러스트를 33개로 분할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민자들과 노동자들의 권익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높아졌다. 그렇게 해서 불평등과 부의 집중으로 치닫던 미국 자본주의의 일탈에 브레이크가 걸렸다.두 번째 위기는 1차 세계대전 이후 정치적으로 보수주의가 시대를 압도하는 가운데 정부가 규제를 풀고 기업과 금융의 자유가 확장되던 1920년대에 잉태된다. 기업들에게 매겨졌던 법인세와 자본이득세가 대폭 경감되거나 폐지되고 정부는 독점 대기업들에게 각종 보조금과 특혜를 주게 된다. 철도와 해운 등에서 민영화가 시도되기도 했다. 주식시장은 과열되고 거품이 형성될 정도로 외형적인 번영이 구가된다. 동시에 다른 편에서는 부의 집중과 불평등이 최고조에 달해 1928년에는 상위 1% 부자의 소득이 전체 미국시민 소득의 23.9%에 이르게 된다. 이로 인해 미국 자본주의는 다시 한 번 존립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1980년대 이후 나타났던 신자유주의와 여러모로 닮았던 1920년대의 짧은 번영은 1929년 대공황으로 무참하게 무너지고 주가는 폭락했으며 미국시민들은 25%가 넘는 대량 실업사태로 극심하고도 기나긴 생존위협에 시달린다. 두 번째 체제 존립위기는 지금은 너무도 유명해진 뉴딜(New Deal)과 2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벗어나게 된다. 노동자들의 권리 신장과 사회보장제도의 확립, 투기적인 금융에 대한 규제, 그리고 고용창출을 위한 대규모 정부투자와 이를 위한 증세로 상징되는 뉴딜시대는 1950~1960년대 미국 자본주의의 황금기까지 이어지게 된다.한편 세 번째 위기는 1980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시작된다. 규제완화·감세·민영화·작은 정부라는 모토 아래 정부 경제정책의 근본적인 역전이 발생했고, 시장에서 금융의 자유화와 노동시장 유연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규제 풀린 금융과 기업들은 ‘신경제’ 시대가 왔다고 소리쳤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2007년에 이르면 다시 1% 상위 부자들의 소득비중은 23.5%까지 치솟는다. 생산성 증가율이 임금상승률을 6배나 앞지를 정도로 노동소득은 정체된다. 그렇게 30년 동안 누적된 정책 전환의 결과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대침체로 결말이 났다.문제는 지금부터다. 미국 자본주의 앞에 닥친 세 번째 도전인 지금의 대침체를 어떻게 치유할 수 있을 것인가. 특히 80여년 만에 다시 극심해진 불평등을 어떻게 완화하고 민주주의와 사회통합을 이뤄 낼 수 있을 것인가. 그런데 조만간 다시 경기가 회복돼 이전 상황으로 되돌아가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은 걸 보면 문제인식 수준이 과거보다 훨씬 취약한 것 같다. 정치권의 문제해결 의지와 능력도 바닥이다. 미국경제 전망이 아직 어두운 이유다.*본 글은 매일노동뉴스에 기고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