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을 위한 ‘무릎팍 도사’가 왔다!

By | 2013-07-25T14:02:04+00:00 2013.07.25.|

박근혜 정부의 고민을 해결할 수 있다.내 오지랖도 엔간한 모양이다. 조지프 스티글리츠의 책, <불평등의 대가>(이순희 옮김, 열린책들 펴냄)를 읽으면서 엉뚱하게도(!) 줄곧 박근혜 대통령을 떠올렸으니 말이다. 예컨대 재정을 늘리지 않으면서도 불평등을 완화할 수 있다는 대목이 그렇다. 지금 박 대통령은 돈 때문에 고민일 것이다. 대선 승리를 위해 내세운 “맞춤형 복지”를 절반만 실행하려 해도, 쓸 돈은 태산인데 금년 5월까지 세수는 계획의 41퍼센트밖에 걷히지 않았으니 말이다.스티글리츠는 “(1) 상위 계층에 대한 세율을 인상하는 방법. 이들은 국민소득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세율을 소폭 인상하는 조치만으로도 상당한 세수가 확보된다. (2) 조세회피 통로를 차단하고 상위 계층에게 편중되어 있는 특정 소득에 대한 특혜 대우를 폐지하는 방법(자본이득이나 배당금 세율 인상-필자), (3) 개인세 및 법인세와 관련하여 (…) 조세회피 통로를 차단하고 특혜 조항을 폐지하는 방법(이명박 대통령 때 낮춘 세율만 원상 복귀해도 된다-필자), (4) 지대에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방법(참여정부의 종부세를 부활시키면 된다-필자), (5) 오염을 유발한 자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방법(예컨대 국회에 제출되어 있는 탄소세법을 통과시키면 된다-필자 주), (6) 금융부문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법(예컨대 파생상품 거래세를 부과하면 된다-필자 주) (7) 국가자원(…)을 이용하거나 개발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온전한 대가를 치르게 하는 방법, 이상의 세입원들은 경제의 효율성을 강화하고 재정적자를 감축시킬 뿐 아니라 불평등을 완화한다”(363쪽)고 주장한다. 괄호 안은 우리나라에서 이미 제기되었던 유사한 항목을 적시한 것인데, 주먹구구로 계산해 봐도 박 대통령의 고민을 해결하고도 남는다.이 책은 이런 구체적인 제안들로 가득 차 있다. 미국은 레이건 대통령 시대 이래로 1퍼센트는 더욱 부자가 된 반면 99퍼센트는 가난해졌다. 한국의 기점은 1990년대 중반이었고 양상은 거의 똑같다. 단지 기획재정부와 금융 자본가들의 절절한 소원에도 불구하고, 투자은행을 만들지 못해 아직 제대로 망하지 못했을 뿐이다. 이 책의 제안을 우리가 실행한다면, 스티글리츠가 미국에서 보기를 소망하는 효율적이면서도 공정한 사회를 한국에서 먼저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바보야, 문제는 정치야”▲ <불평등의 대가>(조지프 스티글리츠 지음, 이순희 옮김, 열린책들 펴냄). ⓒ열린책들 스티글리츠의 정보경제학을 접한 사람, 1990년대의 3대 논쟁에서 그가 역설한 바를 아는 사람이라면 이 책에서 그다지 새로운 걸 발견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이 책은 지난 20여년 스티글리츠 주장의 종합판이라 할 만하다. 특히 사회주의 몰락 후 동구권 이행기 국가들에게 한 조언을 엮은 <시장으로 가는 길>(Whither the Socialism, 1996/한국어판 강신욱 옮김, 한울 펴냄, 2009)의 미국판이라고 해도 좋다.여느 책과 다른 점이 있다면 “바보야, 문제는 정치야”를 외친다는 점이다. 베이츠 클라크 메달과 노벨상을 수상할 만큼 정통 경제학에서 인정받았지만, 그는 드물게 ‘효율적 시장’이라는 색안경을 벗고 맨 눈으로 세상을 들여다 볼 줄 아는 경제학자다. 이번에 그는 명시적으로 제도주의적 방법론을 도입해서 미국의 경제와 정치가 어떻게 결합되어 있는지를 분석했다.이 책 내내 그는 미국과 유럽, 특히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을 비교한다.”시장이 주요 원동력이라면, 엇비슷한 조건을 가진 선진 공업국가들의 상황이 이처럼 큰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무얼까? 우리의 가설은 시장의 힘은 실제로 존재하지만 그것은 정치적 과정에 의해 형성된다는 것이다. 시장은 법률 및 규정, 그리고 제도에 의해 만들어진다. 모든 법률, 모든 규정, 모든 제도가 분배방식에 영향을 미친다. (…) 사회의 규범과 제도는 진공 상태에 놓여 있는 것은 아니다. (…) 그 가운데 상당히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바로 상위 1퍼센트이다.”(149~150쪽)즉 시장의 힘은 분명 강력하지만, 내 식으로 비유하자면 그것은 물과 같아서(아래로 흐르지만) 주변의 지형에 따라 완전히 다른 속도와 주변 생태계를 지니게 된다. 결국 나라들 간의 차이는 시장을 둘러싸고 있는 제도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고 그 차이는 다시 정치와 사회적 역관계가 만들어 내는 것이다.미국의 제도들은 1퍼센트, 특히 금융자본가의 지대추구 행위를 부추겼다. 스티글리츠가 지대를 내세운 것은 시장실패론 쪽에서 본다면 당연한 것으로 보이지만 자못 의미심장하다. 공공선택이론이 정부 실패를 주장하기 위해 내세운 개념이 바로 지대추구 행위이기 때문이다. 스티글리츠는 정부 실패를 인정하는데 그것은 1퍼센트의 상류계층, 특히 금융가들이 정치, 그리고 언론과 사법부까지 포획했기 때문이다. 단지 돈뿐 아니라 사상/이론적으로도 시장만능주의로 정치와 사회를 물들였다(“인지포획”, cognitive capture). 해서 99퍼센트가 자신의 이익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시장만능의 정책, 즉 금융세계화, 개방, 민영화, 규제완화를 받아들이고 있다.(또 하나, 스티글리츠는 이 책에서 행동/실험경제학의 성과를 곳곳에 반영하고 있다. 스티글리츠는 참으로 이단 경제학이나 새로운 학설을 스펀지처럼 흡수하고 있다. 다른 예를 들자면 2005년 만해도 사회적 경제에 부정적이었던 그가 2008년부터는 적극적으로 사회적 경제를 옹호하고, 여느 경제학자처럼 생태 문제를 기술의 대체 가능성에 의해 일축했던 그가 요즘은 생태 문제에 관한 글을 끊임없이 쏟아내고 있다.)통합된 나라, 통합된 사회과학그렇다면 문제 해결의 실마리도 정치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나에게 이 책은 스티글리츠가 자신의 능력을 한껏 뽑아내서 미국 민주당에 제안한 정책 지침서로 보인다.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이 작년에 <리셋 코리아>(미래를소유한사람들 펴냄)를 펴낸 것과 그리 다르지 않을 것이다(실제로 이 책과 <리셋 코리아>의 싱크로율은 거의 100퍼센트이다).이 책의 제목인 ‘불평등의 대가’는 한마디로 “경제의 효율성과 공정성을 파괴해서 결국 사회는 분열되고 사람들은 절망에 빠지는 것”이다. 미국의 자랑이었던 민주주의와 사법부마저 파산했다. 주류경제학에는 (파레토)효율성이라는 가치만 존재하지만, 그가 공정성 개념을 명시적으로 도입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이 책의 핵심은 1퍼센트의 미국을 99퍼센트에게 되돌리기 위한 구체적인 정책 방안들이다. 이 정책들은 효율성과 공정성의 동시 제고를 꾀하고 있다. 8장(예산과 재정), 9장(거시경제정책과 중앙은행), 10장(경제개혁과 정치개혁)은 사회의 재통합을 위해 필수적인 정책들이다.스티글리츠의 이런 노력은 분열된 사회과학의 통합 과정이 될 수도 있다. 폴리(Poley, D)가 <아담의 오류>(김덕민·김민수 옮김, 후마니타스 펴냄)에서 한탄한 경제와 사회의 분리, 프리만(Freeman, E)이 비판한 경영과 윤리의 분리, 그리고 보울스(Bowles, S)가 요즘 천착중인 물질적 인센티브와 사회규범의 분리는 모두 (경제학이 주도한) 사회과학의 파탄을 의미한다. 어쩌면 절망적인 현 세계를 구하기 위해서 사회과학부터 재통합해야 하는 건지도 모른다. 그런 맥락에서도 이 책은 선구의 위치를 점한다.이 책을 읽으면서 독자들은 자동적으로 우리 사회를 떠올리게 될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시장만능주의를 구현한 미국의 사회정치 제도들은 한국의 재벌들과 정치가들, 그리고 경제학자들이 이 땅에 그대로 복사하려 한 원본이기 때문이다. 선대인은 해제, ‘불평등의 대가와 한국의 현실’에서 숫자로 한국과 미국이 놀랄 만큼 닮았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불행하게도 지금 박근혜 정부의 눈길은 온통 민영화로 쏠리고 있다. 이 정책은 스티글리츠가 지적한대로 1퍼센트의 지대를 양산함으로써 비효율과 불평등을 낳을 것이고 우리는 결국 낭떠러지로 떨어지고 말 것이다. 그야말로 만에 하나, 박 대통령이 대중적으로 쓰인 이 책도 이해할 수준이 안 된다면(7개 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분이 그럴 리는 없지만) 요즘 존재감이 없다고 비판받는 현오석 부총리야말로 꼭 읽기 바란다. 그가 1퍼센트 부자들과 금융가들에게 ‘인지포획’되지 않았다면 이 책만으로도 우리 경제의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은프레시안에 기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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