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사연은 지난 해’한국사회 분노의 숫자’라는 타이틀로 우리사회의 불평등과 불공정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기획 연재를 진행했습니다. 1년이 지난 현재 우리사회의 불평등은더욱더 다양한양상으로 나타나고 있고, 최근에는 불평등에 대한 감수성이 ‘갑과 을’이라문구를통해 보편화 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새사연은 2013년 7월부터 “분노의 숫자 시즌2″라는 제목으로 우리사회의 불평등을 더욱 세밀하게 분석해 보고자 합니다.(편집자 주)▶ 용어 해설 현금성 자산 현금성 자산이란 “대차대조표상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에 단기 금융상품을 더한 합계” 금액을 말한다. 다시 말해서 영업 잉여 가운데에서 투자되거나 배당으로 지불되지 않고 금고에 쌓인 자금이라고 할 수 있으며, 사업상 필요에 따라서 쉽게 동원할 수 있는 예치 자금이기도 하다.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통화, 수표 등 통화대용증권과 당좌예금, 그리고 보통예금을 포함한다. 또한 단기금융상품은 금융기관에서 취급하는 정형화된 금융상품 가운데 이자율 변동에 따른 가치변동의 위험이 중요하지 않고, 단기 자금운용목적으로 소유하거나 기한이 1년 이내에 도래하는 것을 말한다. ▶ 문제 현상 2006년에서 2012년까지 3.5배 늘어난 현금성 자산 2000년대 이후 재벌의 ‘나 홀로 성장’과 이윤 독점 현상은 재벌 현금 창고에 쌓인 자금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그럼 간단하게 재벌 현금창고 안을 살펴보기로 하자. 기업은 영업 이익을 남기면 국가에 세금내고 주주들에게 배당을 지급하고 나서, 시설투자나 금융투자, 또는 부동산 투자를 하거나 사내에 현금 유보를 하게 된다. 그렇게 해서 쌓인 돈이 현금성 자산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 거래소 공시 자료에 의하면 한국의 10대 재벌들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포함되어 있었던 지난 6년 동안 현금성 자산이 평균 3.5배가 늘었다. 삼성그룹 3.7배, 현대차 그룹 4.5배, SK그룹은 무려 14.5배에 이른다. 그 결과 삼성그룹은 현재 44조 3천 억 원이 금고에 쌓여 있고 현대 자동차가 34.5조 원으로 그 뒤를 잇고 있다. 10대 그룹 전체로 보면 무려 123조 7천억 원이다. 6년 전에는 27.7조에 불과했다. 이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를 비교하기 위해 우리나라에서 한 해 동안 지출하는 예산과 비교해보자. 2012년 지출된 국가예산은 325조원이었다. 10대 그룹 현금창고 자금의 1.6배에 불과하다. 2006년 국가예산은 224조원이었다. 당시 10대그룹 현금보유보다 무려 7배가 많았다. 그 사이 격차가 확 줄어들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대기업 금고가 얼마나 빠르게 늘어났지 짐작이 갈 것이다. 재벌들의 자본금 대비 비교를 해봐도 잘 알 수 있다. 보통 기업의 자본금 대비 현금성 자산 비율을 사내 유보율이라고 한다. 2012년 10대 그룹 상장사들의 평균 유보율은 무려 1천 442퍼센트에 달했다. 자본금의 14배가 현금으로 쌓여있다는 말이 된다. 한 가지 주의할 것은 위의 통계표는 재벌계열사 전부가 아니라, 상장기업에 국한한다는 사실이다. 위의 10대 재벌 현금자산은 그룹 내 덩치가 큰 83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한 것이지만 실제 10대그룹 계열사는 629개에 이르기 때문에 10대그룹 전체의 현금 규모는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 문제 진단과 해법 돈이 없어 투자 안하는 것 아니었다 현금성 자산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얘기는 기업 활동으로 벌어들인 수익은 막대하게 늘어났는데, 늘어난 만큼 노동자나 협력사에 분배하지도 않았고, 국가에 세금을 충분히 내지도 않았으며, 더욱 결정적으로 그 만큼 투자를 늘리지는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이것은 재벌들에게 감세를 해서 세금을 깎아주면 투자를 많이 할 것이라던 기존의 보수 논리가 잘못되었음을 명확히 보여주는 것이다. 지금 재벌들은 은행에서 돈을 빌릴 필요도 없고, 세금을 면제 받아야 투자를 할 만큼 자금 여유가 없는 것도 아니다. 돈이 없어 하청기업들에게 납품가격을 후려치는 것도 아니다. 다만 경기가 안 좋고 마땅한 투자처가 없다는 이유로 막대하게 벌어들인 자금을 쌓아두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경기가 않 좋으니 ‘위험에 대비’한다는 차원에서 현금을 비축한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국의 재벌쯤 되면 개별 기업이 아니라 전체 경제 생태계를 고려한 사회적 책임을 생각해야 한다. 노동자와 중소기업, 그리고 국민경제는 수년 째 경기침체로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데 재벌만 ‘위험에 대비’한다고 대비가 되겠는가? 오히려 노동자와 하청기업, 국가경제와 ‘상생’하여 전체의 위험을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재벌들이 적정 납품가도 지키지 않고, 불법 파견이나 불법 비정규 노동을 고용하며, 지극히 적은 실효세율로 세금을 내면서도 투자가 아닌 현금창고를 불려나간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리는 필요하다면 ‘유보자산에 대한 특별 과세’와 같은 방식을 통해서라도 이를 국민경제와 사회복지를 위한 재원으로 돌리는 방안을 검토해야만 한다. 그렇게라도 재분배를 하는 것이 국가의 책무다. 그게 싫으면 다른 경제주체들과 자발적으로 이익을 공유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