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 열풍이 다시 불고 있다. 남양유업 사태를 계기로 가맹사업자나 대리점사업자들에 대한 본사 대기업의 도를 넘는 전횡이 시민들의 분노를 사게 되면서다. ‘슈퍼갑’에 대한 ‘힘없는 을’의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자 제1 야당인 민주당이 지도부 교체와 함께 적극적으로 이슈를 수용했다. “이제는 경제민주화가 경제적 불평등 해소 차원을 넘어 모든 국민이 인간답게 살 권리를 지킨다는 인권 문제를 포함하는 개념으로 확장돼야 한다.” 민주당의 수장이 된 김한길 대표의 발언이다. 굉장히 적극적이며 전진적인 발언이다. 지지부진했던 4월 임시국회와 다른 6월 임시국회를 기대하게 된다.우리사회의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을’은 말할 것도 없이 취업자의 72%를 차지하고 있는 1천800만 노동자다. 때문에 ‘을’ 노동자의 권리를 지켜 주는 가장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수단은 법적으로 명문화돼 있는 노동권과 노조다. 현실에서는 엄연히 존재하는 노동권도 ‘갑’인 사업주에 의해 무시되는 것이 다반사이며, 노조 울타리에 있는 노동자는 겨우 10%에 머물고 있어 ‘을’로서의 노동자 처지가 여전히 위험하고 불안하다는 사실은 말할 필요가 없다.노동자와 다르게 ‘자기 사업’을 하고 있는 자영업인이나 중소상공인의 권리보호나 협상력 등은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지 않았다. 규모가 작아도 자기 자본을 가지고 스스로 영업해 소득을 만들고 있고, 과거에는 노동자 소득보다 많이 버는 중산층 이상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황이 바뀌었다. 상당수 중소상공인들의 경제적 처지가 정규직 노동자보다 못한 현실이 됐다. 실제로도 해고나 명예퇴직 등으로 직장에서 나온 과거 노동자들이 경제생활을 지속시키기 위해 자영업을 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또한 완전한 의미에서 ‘독립적인 자영업’을 하는 경우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대형 유통재벌들의 골목상권 잠식으로 인해 동네 가게들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됐다. 점점 더 많은 동네 가게들은 독립하지 못한 채 대기업 본점의 체인점이나 대리점으로 존재하고 있다. 320만개 사업체 중에서 가맹점이 20만개, 대리점이 80만개라고 하니 전체의 3분의 1에 가까운 엄청난 수치다. 거대 독점대기업들의 시장팽창과 신자유주의 노동유연화가 결합되면서 나타난 새로운 경제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대기업에게 시장을 빼앗기든지 아니면 대기업 밑으로 가맹점이나 대리점이 되든지 하는 방법 외에 ‘독립적인 자영업’을 하는 길은 점점 더 좁아지고 있다. 독립적인 자영업자들이 서로 힘을 합쳐 ‘사업자협동조합’같은 것을 구성하는 것이 새로운 대안이 있을 수 있지만 아직은 시도되지 않고 있다. 그러다 보니 무늬만 자영업이고 실제로는 ‘대기업의 영향권 아래 놓여 있는 자영업’이 점점 늘어 가고 있는 중이다. 이들도 이제 힘을 모아 대기업으로부터 자신들의 몫과 권리를 지켜야 한다는 점에서 노동자와 다를 바 없는 처지에 놓인 셈이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한다. 노동자는 자본주의 수백년 역사에서 치열한 싸움을 통해 확보한 노동권과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을 갖고 있지만 자영업자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24시간 심야영업을 강요해도, 과도한 위약금을 요구해도, 물량 밀어내기로 부담을 전가해도 이를 방어할 수단이 별로 없다. 가게 문을 닫아도 실업급여를 거의 받지 못한다. 목숨을 내놓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경제민주화에 영세상공인들이 가장 적극적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재 시점에서 노동자가 아닌 자영업자들이 경제민주화의 상징이 된 것은 지극히 자연스런 현상이라는 것이다. 이제 이들에게도 권리를 줘야 한다. 그것은 스스로를 지킬 법적 권리다. 경제적 약자가 단체를 만들어서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에 있는 기업에 대응하는 것이 그것이다. 이는 시장에서의 ‘자유계약’과 ‘자유거래’로는 절대 해결되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손을 대신해 ‘보이는 손’이 개입해야 한다. 결국 보이는 손의 시장 개입을 요구하는 것, 그것이 경제민주화다. *이 글은 매일노동뉴스에 기고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