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심상치 않다. 박근혜 후보는 2012년 12월 19일,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발표가 난 직후부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구성에서 차질을 빚었다. 박근혜 정부의 인사파행은 2013년 2월 25일 정부가 정식으로 출범할 때는 물론이며 그로부터 45일이 넘는 현 상황까지도 이어져 박근혜 정부는 출범 2달이 다 되어가도록 내각조차 제대로 구성하지 못하고 있다.

인수위부터 예고된 인사파탄

박근혜 정권의 인사파탄은 대통령인수위 시절부터 충분히 예견되던 사안이었다. 박근혜 당선인은 인수위 인선의 키워드를 전문성과 국민대통합이라고 하였지만 실제 임명된 인물들의 속내는 그와 딴판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2년 12월 24일, 윤창중 “칼럼세상” 대표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대변인에 임명하였다. 문제는 윤창중의 너무 강항 보수적 색채와 그의 함량미달의 언행이다. 윤창중은 문재인 후보 지지자들에게 “권력만 주면 신발 벗겨진 것도 모르고 냅다 뛰어가는 ‘정치적 창녀'”라고 비난하였으며 11월 21일, 무소속 안철수 후보에 대해서는 “(단일화는) 한 편의 막장드라마”, “콘텐츠 없는 약장수” 등으로 비난해 해당 방송사가 방송통신위원회 선거방송심의위원회의 경고를 받기까지 하였다. 그러나 윤창중은 이후에도 박근혜 대통령에 의해 중용되어 현재 청와대 대변인에 임명되었다.

1월 12일에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외교·국방·통일 분과 위원을 맡았던 최대석 이화여대 교수가 인수위원직 전격 사퇴를 결심하였다. 그는 외형적으로는 “일신상의 이유”임을 내세웠지만 <통일뉴스>는 2012년 12월 비공식 남북접촉에 따른 경질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하였다.

이미 <서울경제>는 1월 3일 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인수위원 구성을 놓고 ‘현미경 검증’에 나서면서 물망에 올랐던 현역 의원과 대학 교수들이 줄줄이 탈락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하였다.

이렇게 되자 새누리당에서도 인수위 인선작업이 늦어지면서 향후 정부 인수업무에도 차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정부조직도 문제인 것이 국회 인사청문회를 고려할 경우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은 1월 20일경에 마무리돼야 하지만 총리지명이 늦어져 장관 후보자 지명도 함께 늦어지고 말았다.

본격화된 내각 인사 파탄

박근혜 정권의 인사파탄 과정에서 인수위원회 논란은 그 서막에 불과하였다. 박근혜 대통령의 임명자들은 본격적인 정부인사 인선에 들어가면서 그야말로 줄줄이 낙마하였다.

<미디어 오늘>은 박근혜 정부 출범 한 달 만에 정무직 차관급 이상 낙마자가 7명째에 달한다고 보도하였다.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 황철주 중소기업청장 내정자, 김병관 국방부 장관, 김학의 법무부 차관 후보에 이어 한만수 공정위원장 후보까지 줄사퇴가 이어졌다는 것이다. 청와대 비서관과 행정관을 포함하면 변환철 청와대 법무비서관 내정자, 이종원 홍보기획비서관 내정자, 김귀찬 사회안전비서관 내정자, 조응천 민정비서관 내정자, 김원종 보건복지비서관 내정자로 이들은 총 12명에 달해 한 손에 다 꼽을 수도 없다.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에 올랐던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은 1월 24일, 박근혜 대통령에 의해 국무총리 후보에 지명되었다. 그러나 곧바로 두 아들 병역 문제와 더불어 부동산 거래를 7세 아들 명의로 거래하는 등 부동산 투기의혹이 불거져 총리 지명 닷새 만에 물러났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새 정부 초대 총리 지명자가 자진 사퇴하는 불명예 기록을 남긴 것이다.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의 경우는 같이 일하던 판사들이 들고 일어났다. 헌법재판소 내의 대표적 보수성향 재판관이었던 이동흡 후보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당시 경찰 차벽을 이용한 서울 광장 봉쇄에 합헌 판결을 내렸으며 SNS와 인터넷 매체를 이용한 선거운동을 금지하는 공직선거법 조항에 대해서도 합헌 의견을 낸 대표적 보수인사이다.

연이어 터진 내각 후보자들 비리

박근혜 정부의 인사파탄은 그 낙마형태도 매우 다양하였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이제 위장전입은 기본이고 투기와 로비, 청탁의혹과 성접대, 대가성 행위가 난무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는 미국 국적을 소유한 이중국적자인데다가 우리말과 글이 익숙치 않아 의사소통에 문제가 생긴다고 하고, 강남 부동산 투기 의혹도 뒤따랐다. 무엇보다 간과할 수 없는 점은 김종훈 장관 후보가 미 정보기관(CIA) 산하 기업의 고문경력을 가지고 있으며 최근까지도 미 정보기관과 연계가 있었던 인물이란 점이다. 김종훈 전 장관은 온갖 논란이 잇따르자 3월 4일, 돌연 사퇴를 선언하고 이튿날 바로 미국으로 출국해버렸다.




김병관 국방부 장관 내정자는 그야말로 비리백화점이라 불린 인물이었다. KBS에 따르면, 김병관 후보자는 비상장업체인 KMDC의 주식보유 사실을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신고하지 않았다. 2010년 5월 설립된 자원개발 회사 KMDC는 당시 정권실세 개입에 따른 특혜의혹이 제기되었던 기업이다. 뿐만 아니라 김병관 후보자는 군 고위직에 몸담고 있으면서 무기 중개업체 유비엠텍의 로비의혹을 받았으며 아들, 부인의 의혹까지 더해져 결국 장관 후보임명 38일만에 사퇴하였다.

사퇴후보자들 가운데 가장 엽기적인 경우는 김학의 법무부차관 후보였다. 김학의 차관 후보는 건설업자 윤씨의 원주 별장에서 윤씨로부터 온갖 성행위를 접대받다가 심지어는 2분여 가량의 동영상까지 세간에 공개되어 결국 사퇴하였다. 한국일보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김학의 전 법무차관의 성접대 증거로 알려진 2분여 분량의 동영상에 대해 “얼굴 형태 윤곽선이 유사하게 관찰돼 동일 인물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 결과를 경찰에 통보하였다고 보도하였다.

미디어 오늘에 따르면, 김앤장 변호사 출신으로 전격 발탁된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도 3월 24일, 사의를 표명했다고 한다. 이화여대 교수인 한만수 후보자는 대기업을 대변하면서 거액의 수익을 올리고 있는 김앤장 및 율촌 등 대형 로펌 출신으로서 박근혜 정부 경제민주화의 첨병 역할을 해야 할 공정위원장에 부적격이라는 비판과 함께 그의 재산조성 과정에 집중적인 추궁을 받아왔다고 한다.

문제투성이 박근혜 인사

박근혜 정부에서 낙마한 인물들의 문제점이 상당하다고 해서 인사청문회에서 낙마하지 않은 임명자들이 청렴결백하다고 생각하면 커다란 오산이다. 경향신문은 3월 25일자 기사에서 황교안 법무부 장관, 윤병세 외교부 장관 등이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전관예우로 거액의 돈벌이를 한 점이 입에 올랐고.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은 부동산을 채무와 함께 증여해 세금을 즐이는 ‘부담부 증여’라는 ‘세테크’ 기법을 이용한 것이 논란이 됐다고 보도하였다.

결국,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정치쇄신특위위원으로 활동했던 이상돈 전 중앙대 교수가 3월 27일, 청와대 인사 참사의 책임자로 허태열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목하며 허태열 실장의 사퇴를 제기하였다. 한겨레신문의 보도에 의하면 이상돈은 정부 출범 한 달을 갓 넘긴 박근혜 대통령의 낮은 지지도를 거론하며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에게 투표했던 ‘51%’의 지지자들이 빠져 나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인사는 만사라고 인사문제의 총파산은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책임져야 한다. 사실 따지고 보면 지금 나타나는 인사파탄은 박근혜 대통령의 잘못된 인사방침이 빚어낸 예고된 참극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겉으로는 전문성과 국민대통합을 이야기했을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군대와 검찰의 역할을 늘리는 방향으로 인사를 밀어붙였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청와대 경호실장, 국방부장관, 국정원장이 모두 육군장성들로 구성되었다. 여기에 김희철 국가안보실 위기관리 비서관과 서용석 국가안보실 정보융합비서관은 육사 37기이며, 연제욱 외교안보수석실 국방비서관은 육사 38기 출신이다.

낙마한 이동흡 후보자와 더불어,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도 대검찰청 공안부장 출신이다. 지난 1988년 헌재가 생긴 이래 검사 출신, 그것도 공안검사 출신이 헌재소장에 지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한철 후보자는 재직 당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와 미네르바 사건 등 주요 공안사건 수사를 지휘했다.

그야말로 70년대 유신시대의 군부 전성시대, 공안탄압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인사가 파탄나는 이유

박근혜 정부의 내각인사는 1달여만에 무려 12명이 낙마해 해외언론에 토픽으로 다뤄져도 고개를 들 수 없게 되었다.

박근혜 정부의 인사가 파탄나는 이유는 박근혜 정부 주변의 인물들이 유신독재의 향수에 젖어있기 때문이다. 능력과 실력은 제쳐두고 연줄과 권위로 출세했던 70년대 시절부터 권력에 결탁해 아부굴종했던 행위가 생활화된 보수인사들에게 엄정한 법질서와 모범적인 생활을 기대한다면 이보다 더 어리석은 일은 없을 것이다.

실제로 박근혜 내각에는 박정희 정권 시절부터 무려 40년째 박정희에게 충성하려는 인물들이 빠짐없이 포진해있다. 허태열 청와대 비서실장은 박정희 정권에서 청와대 비서실에 근무하던 유신의 정통후예이며 현오석 기획재정부 장관은 박정희 정권에서 사무관으로 근무하였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은 박정희 정권에서 국방부장관을 한 서종철 장관의 아들이며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박정희 시절 국가재건최고회의에서 활동한 류형진 고문의 아들이다.

권력아부형 인사들은 대체로 자기 일보다도 통수권자의 심기를 살피는데 하루정력을 다 쏟아바친다.

유신시절의 박근혜 정부 인사들 역시 국민을 중심에 두지 않고 전형적으로 권력자 중심으로 사고한다. 권력에 아부하기 바쁜 사람은 민의를 파악하는데 관심을 돌릴 시간이 없다. 아첨꾼의 모든 관심은 민의가 아닌 최고권력자에게 있다.

이렇듯 유신독재는 후진국 체제이며, 나라의 법질서체계 위에 박정희 대통령이 올라앉아 국가질서가 완전히 붕괴된 사회였다. 약자에게는 폭력적이고 권위적이지만, 강자에게는 한없이 온순하고 약한 것은 독재정권의 하수인들에게는 응당 발견되는 성향이다. 이들 보수진영은 당연히 집단적인 도덕불감증에 빠져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러한 가신집단으로 나라정치를 운영하려 하면 안된다. 주변에 아첨꾼만 득실대면 대통령의 시야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 망국의 지름길이다.

70년대 후진국적 사고방식에 의거한 유신세력들은 법치주의를 표방하는 21세기에 정치권에 발붙일 자격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