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이다.


부러 경제성장율을 낮춰서 추경예산을 확보하려는 꼼수라는 비판이 많지만 나는 그래도 객관을 인정한 박근혜 정부를 칭찬한다. 비난받아야 할 사람들은 지금 박근혜 정부에 그대로 남아 있는 경제관료들이다. 놀랍게도 2012년 9월, 4%의 경제성장을 전제로 예산을 짠 사람이나 지금 2.3%를 들고 나온 사람은 똑같다. 한 나라의 경제, 그것도 세계 10위권 GDP 규모의 경제 성장율이 불과 6개월 만에 1.7%p 수정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한국은행이나 정부의 경제성장 예측 모형(이른바 동태확률일반균형(DSGE)모형으로 수천개의 방정식으로 구성돼 있다)의 전망치가 이렇게 급격하게 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지금과 같은 위기 시에는 파라메터(방정식의 상수들)가 변화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한국은행이나 정부가 요 며칠 사이에 갑자기 그 수치들을 수정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2012년 경제성장률이 높은 이유, 모델이 잘못됐거나, 뻥튀기했거나


이번 발표에서 왜 갑자기 성장률 전망치를 낮췄는지를 조목 조목 밝히지 않았지만, 그 이유를 알고 싶은 독자들은 위에서 인용한 새사연의 보고서를 읽으면 된다. 요악하자면 “대외 경제 여건의 호전”이라는 모호한 이유로 정부가 기대를 건 수출은 플러스를 기록하면 다행이고 내수 부문은 저임금과 가계 부채 때문에 오히려 마이너스일 것이기 때문에 기껏해야 2% 정도의 성장에 그칠 것이라는 게다. 결국 2012년 하반기 발표는, 모델이 잘못 됐거나, 정부의 의도 때문에 성장률을 뻥튀기했다는 게 새사연의 주장이었다.


 


어쨌든 정부가 우리 예측대로 성장률 전망을 대폭 하향 수정한 건 바람직한 일이다.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면 당연히 세입도 줄어든다. 하여 증세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나도 주장했고, 심지어 부자증세가 아닌 국채에 의한 추경도 찬성한다고 썼다. 도토리 키재기인 여야가 어떤 수사를 동원해서 갑론을박한다 해도 10조 원 이상의 추경에 합의할 것은 거의 확실하다.


 


경제성장 기조가 바뀌어야, ‘안으로부터, 아래로부터’


그런데 그 돈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무리하게 수출진작책을 쓴다면 국제적인 통화전쟁에 직면할 것이고 건설경기를 일으키면 내년이나 후년에 더 큰 보복을 당할 것이다. 결국 지난 50년간 지속된 ‘밖으로부터, 위로부터의 성장’ 기조를 ‘안으로부터, 아래로부터’로 바꾸는 길 밖에 없다.”(정태인, 2013년, 한국경제 ‘국민 행복시대’로 갈 수 있나,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2013.1.9) 이것이 우리의 답이다. 다행히 정부도 수출 증가가 그리 녹록치 않다는 점을 알아차렸다. 그러므로 내수를 늘려야 한다는 것도 인정했다. 그 방법은 최저임금 인상 등 임금의 상승, 중소기업의 생산성 향상, 그리고 사회적 경제의 확충 밖에는 없다. 나아가서 동아시아에 5조 달러 이상 쌓아 놓은 외환보유고를 공동으로 이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박근혜정부의 상상력이 여기까지 이르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


 


하지만 정부는, 정확히 말해서 관료들은(박근혜 대통령은 아무 생각이 없는 것 같고 주위의 청와대 경제비서관들은 다 경제관료 출신들이다) 부동산 붐에서 내수 확대의 길을 찾았다. 맞다. 현재 내수의 걸림돌인 가계부채를 해소하기 위해, 또는 공포스러운 파국을 막기 위해 부동산 가격을 올려야 한다는 것은 아이큐가 두자리 이상이라면 자연스레 찾을 해법이긴 하다. 그 자체도 실현되기 어렵겠지만(모든 수단이 다 동원된 이번 정책에 대해서도 사람들이 반응하지 않는다면 그 다음에는 아무런 방법이 없다) 혹여 성공한다 하더라도 그 다음에는 어찌 할 것인가? 새로운 거품으로 과거의 거품이 꺼진 자리를 채우는 방법은 이미 미국에서 실패한 것이 증명되지 않았는가?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폭탄 돌리기” 게임을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닐 테다. 새사연 <리셋 코리아>를 통해 주장했고, 앞으로 계속 제시할 대안인 “안으로부터, 아래로부터” 외에는 길이 없다.


 


 


[더보기] 새사연 관련 보고서 “한국경제 ‘국민 행복시대’로 갈 수 있나 (정태인, 20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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