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풍으로 점철된 한국 공직선거

By | 2013-02-15T13:42:14+00:00 2013.02.15.|

북풍으로 점철된 한국 공직선거


 


이동훈 상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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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선에서 관권선거 논란, 부정개표 논란 등 한국 공직선거에 대한 논란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한국에서만 있는 분단 상황을 이용하여 기득권을 유지하려고 하는 세력들이 선거 국면에서 사용하는 색깔론을 포함한 북풍도 이번 선거에서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에 북풍은 이른바 항상 있는 것, 상수로 표현되기도 한다. 그러나 북풍은 일반적인 선거부정과 마찬가지로 국민의 민의를 왜곡시키고, 민의를 대변하는 선거의 기본 취지를 어긋나게 만드는 요소이며 반드시 근절시켜야 할 부분이다.


 


18대 대선에서 제기된 북풍 의혹


북풍이란 기득권 세력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북한관련 소재를 악용하여 벌이는 공작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18대 대선에서도 어김없이 북풍으로 의심할 수 있는 사건들이 있었다.



먼저 최근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이른바 국정원 여직원 댓글 사건이 북풍의 일환이라는 의혹이 있다. 국정원 여직원이 단 댓글을 분석한 131일자 한겨레 기사([단독] 국정원 김씨 종북 혐의자 추적 업무만결국 거짓진술’)에 따르면 오늘의 유머사이트에 올린 91개의 글 중 36개의 내용이 북한을 비판하는 것이었고 9건의 기사가 국가보안법과 종북교육을 옹호하는 내용으로써 절반정도가 북한과 관련한 내용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25일자 CBS라디오 김미화의 여러분에서 오늘의 유머 이용자 차익거래와 인터뷰한 것에 따르면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를 리정희라고 표현하는 등 종북 색깔을 씌우기 위해 활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경찰조사결과 국정원 여직원외에 제2의 인물이 활동했다는 정황이 포착되었다는 것이다. 논란이 된 국정원 여직원이 5개의 아이디를 공유하였는데, 26일자 한겨레 보도(수상한 , 국정원 김 씨보다 오유에 글 도배)에 따르면 이 제2의 인물은 국정원 여직원과 공유한 아이디 5개를 포함, 무려 30여 개의 아이디를 이용하여 200건이 넘는 글을 작성하고 2,000회가 넘는 추천, 반대활동을 무차별적으로 벌였다고 한다. 이 자는 경찰의 소환에도 불응하고 잠적하여 궁금증을 키우고 있다. 거기에 213일에는 제 3의 인물이 있을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까지 나와 국정원 댓글과 관련된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님을 짐작하게 한다.


 


국정원에서 20년 동안 근무했던 모 인사는 24일자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70여 명이 소속돼 있는 심리정보국 제2단에서 인터넷 댓글 공작을 벌였다고 주장하였다. 만약 이 70여 명의 직원들이 여직원과 같은 일을 하고 여기에 민간인들도 연계되어 활동을 진행했다면 종북 색깔론 여론조작을 위한 활동이 상당히 광범위하게 벌어졌다고 볼 수 있다.

 


이뿐 아니라 대선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던 쟁점 가운데에는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의 이른바 ‘NLL(Northen Limit Line, 북방한계선) 대화록사건도 있었다. 18대 대선을 두 달 앞둔 2012108, 정문헌 의원은 통일부 국정감사 자리에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두 사람만 참석한 단독회담이 있었고 이 자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NLL을 사실상 포기하는 발언을 했다고 주장하고, 이것을 북한의 통전부에서 녹음하여 한국정부와 비밀리에 공유한 비밀대화록이 존재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10.4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는 서해상 충돌의 원인이 되는 NLL 논란을 넘어서는 획기적인 방안으로 상호존중의 원칙에 따라 민족 공동의 이익과 통일의 실천을 모색한 방안이었다.


 


국정원장 원세훈은 국정원에서 열린 국회 정보위 국정감사에서 배석자 없는 비밀 단독회담은 없었다. 비밀 회담이 없었기 때문에 그와 관련된 비밀 녹취록도 없다고 답변하고 심지어 북한이 정상회담 내용을 녹음해 전달해 준 것도 없다고 확인했다. 그러자 새누리당은 비밀대화록 이야기는 슬쩍 빼고 정상회담 대화록과 국정원 회담록을 공개하라며 계속 정치공세를 퍼부었다. 또한 새누리당은 ‘NLL은 영토선이라는 논리로 과거 민주당 정권이 남북정상회담에서 영토주권과 안보주권을 다 내준 것 마냥 민주당을 공격하였다.

 


▲새누리당의 NLL포기 규탄 결의문 채택 장면  ⓒ경향
새누리당의 NLL포기 규탄 결의문 채택 장면 경향

결국 이 문제는 일파만파로 퍼져 대선 선거기간 내내 이슈가 되었고, 선거기간 막바지까지 이용되었다. 국정원은 투표 이틀 전인 1217200710.4 정상회담 당시 북방한계선(NLL) 발언이 담긴 자료를 검찰에 제출하여 새누리당의 북풍공세에 힘을 실어주기도 하여 또 다른 관권선거 논란을 낳기도 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북풍에 가세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1018일 연평도를 방문하여 전쟁위기 고조를 의도한 것으로 의심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 대통령은 연평도 주민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우리 어선도 좀 더 북쪽으로 올라가 조업을 할 수 있게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충격적 발언을 하였다. 이는 어선북상 남북충돌 천배 백배 보복 확전, 전면전이라는 그림이 그려질 수 있는 위험한 발언이었다. 뿐만 아니라 연평도 부대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이 다음에 포격을 해오면 백배 천배 보복을 한다고 한 장교가 말했는데 그런 정신을 갖고 있으면”, “여러분이통일이 될 때까지는 우리 NLL을 목숨을 걸고 지켜야 한다는 발언을 이어가며 서해 긴장을 고조시키기도 하였다.

 


청와대에서는 당시 방문에 대해 연평도 포격전 2주기를 앞두고 안보 의식 고취를 위해 연평도에 방문했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연평도 포격전 1주기 때에는 연평도에 가지 않았고, 2주기도 한 달이나 남은 시점인 1018일에 방문했다는 점에서 이 대통령의 연평도 방문이 연평도 포격전 때문이라는 청와대의 설명은 설득력이 없었다. 오히려 108일 정문헌의 발언으로 시작된 새누리당의 NLL 북풍공세를 지원하기 위해 간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살 수 있는 행동이었다.

 


국방부 역시 색깔론을 펼치며 이른바 종북논란에 가세, 북풍선거의 한 단면을 보여주었다. 대선을 두 달여 남겨둔 20121010, 국방부는 종북세력은 국군의 적이라는 내용의 표준교안을 작성하고 장병 정신교육에 활용하도록 하였다. “주한미군 철수와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하면 종북세력이라고 규정하는 등 국방부가 색깔론을 퍼트린 것이다. 심지어 처음 각급 부대가 자체 제작했던 자료에는 반유신, 반독재 민주화운동까지 종북으로 규정하여 민주진보진영 전체를 색깔론으로 매도하였다. 이런 행위들은 부재자투표의 다수를 차지하는 장병들에게 정치적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국방부의 이런 행위는 특정 후보에게 투표를 강요하는 행위와 다름없는 선거개입 행위라는 여론의 지적까지 있었다.

 


여기에 탈북자 단체까지 반북 전단지를 살포하겠다고 나섰다. 1022, 반북단체들이 임진각으로 출발, 반북전단 살포를 시도했다. 북한은 전단 살포 장소인 임진각과 그 주변을 타격할 것이라고 전단 살포에 대해 강력히 경고하였고, 인근 민간인들에게 대피하라는 경고까지 했다. 국방부 역시 도발 원점을 타격하겠다고 하여 심각한 전쟁위기 상황이 조성되기까지 하였다.

 


공교롭게도 선거를 2달 남겨둔 10월에 들어서 NLL 공세를 시작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연평도 방문, 국방부의 표준교안 논란, 반북단체의 반북전단 살포시도 등 4가지 일이 집중적으로 벌어졌다. 당과 군, 그리고 청와대와 관변단체까지 총동원되어 이 시기 북풍을 시도했다는 의혹을 지우기 어렵다. 뿐만 아니라 통합진보당에 대해 애국가를 부르지 않는다는 식의 터무니없는 종북몰이 역시 전형적인 색깔론 선거의 행태였다.


 


역사적으로 드러난 북풍선거 1 : 1987KAL858기 사건 조작 의혹


한국 공직선거에서 북풍논란은 비단 이번 18대 대선에 국한되지 않는다. 북풍공작은 분단을 이용한 기득권 세력이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 예전부터 선거철마다 자주 이용해왔다. 독재정권 시절이었던 이승만, 박정희 정권에서는 기본적으로 반북, 반공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과 더불어 광범위한 관권, 금권선거와 투개표부정을 통해 자신의 정권을 유지하였고, 박정희의 경우 유신을 통해 아예 선거를 없애버리기까지 하였다. 그러나 876월 항쟁 이후 전두환 정권은 국민들의 뜨거운 민주화 열기에 어쩔 수 없이 대통령 직선제를 도입했기 때문에 이승만, 박정희와 같이 폭압적인 형태로 부정선거를 하기 어려웠다. 따라서 전두환 정권은 편법을 동원하여 공무원 조직을 이용한 관권선거를 진행하는 동시에 기득권세력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 북풍을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북풍의 대표적 사례는 198713대 대선 직전의 대한항공(KAL)858기 사건이다. 대선을 18일 앞둔 1129, 대한항공(KAL)858기가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출발하여 운행하던 중 인도양 상공에서 실종되었다. 블랙박스, 유품, 유해 등이 발견되지 않았음에도 안기부는 기다렸다는 듯이 1987122일경 대한항공기 폭파사건 북괴음모 폭로 공작(무지개 공작)’ 계획을 수립하였다. 이 계획은 안기부는 물론 범정부적 차원에서 대한항공(KAL)858기 폭파사건을 대선에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기 위해 활용하는 계획이었다.

 


전두환 정부는 이른바 무지개 공작에 따라 전국적인 ‘KAL기 폭파 사건 관련 북괴 만행 규탄 궐기 행사 개최 계획을 세웠는가 하면 122일에는 긴급국무회의를 통해 이 사건을 북한의 테러에 의한 공중폭발 사건으로 규정하였다. ‘무지개 공작의 핵심은 대선 하루 전인 1215일까지 김현희를 압송해 와서 주요뉴스에 김현희를 노출시키는 것이었다. 이 계획에 따라 대선 하루 전날인 1215, 범인으로 지목된 하치야 마유미(김현희)가 한국으로 압송되어 마스크를 낀 채로 비행기에서 내리는 장면이 전국에 방송되었고, 투표당일 신문에는 김현희가 비행장에 내리는 장면으로 도배되었다. 결국 1216일 대선에서는 집권당 민정당의 노태우 후보가 36.6%의 득표율로 청와대에 들어가는 상황이 발생하고 말았다.

 


▲ 김현희 입국장면  ⓒ중앙포토
김현희 입국장면 중앙포토

한국정부는 지금도 KAL858기 사건을 김현희가 북한의 사주를 받아 저지른 테러에 의한 공중폭발 사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가족회와 시민대책위원회에서는 블랙박스가 발견되지 않았고 대한항공 858편 폭파사고 사망자의 시체와 유품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으며 당시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이 매우 빠른 속도로 수사를 종결 처리하였고 범인이라고 주장하는 김현희의 진술이 앞뒤가 맞지 않고 정부발표에도 의문점이 있는 등의 이유로 조작 사건이 아니냐며 강력하게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국정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200681전두환 정권이 KAL기 폭파사건을 대통령 선거에 활용했다면서 “13대 대선 하루 전인 19871215일까지 김현희를 압송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북풍이 선거에 이용됐음을 공식적으로 명시했다. 이처럼 대한항공(KAL)858기 폭파사건은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기도 전에 전두환 정부와 여당인 노태우 후보에 의해 철저히 정치적으로 이용되었다.

 


역사적으로 드러난 북풍선거 2 :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 사건 조작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 사건은 199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106일 안기부가 남로당 이후 최대 간첩단 사건이라고 주장하며, 95여명을 간첩 혐의로 적발한 사건이다. 당시 안기부는 ” ‘남한 조선노동당가담자 95명을 적발해 이 가운데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총책 황인오씨 등 62명을 구속하고 300여명을 추적중이다라고 발표하였다. 동시에 안기부는 간첩단과 정치인 관련설’, ‘북한의 민주당 지지지령의 정보를 공개하였다. 당시 여당이었던 노태우 정권은 북한의 민주당 지지지령을 언급하며 민주당에 대한 색깔공세를 폈고, 여당인 민자당도 민주당이 간첩단과 관련이 있다는 공세를 폈다.

 


그런데 2007년 발행된 국가정보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의 종합보고서에 따르면 중부지역당 사건은 개별조직사건으로서 용의자들이 남한 조선노동당이라는 단일한 조직을 결성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또한 무전간첩망의 조직원 수를 400여명이라고 발표한 것은 구체적 진술이나 증거를 가지고 판단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안기부는 대선을 두 달 앞둔 상황에서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사건을 공개하면서 북한의 일방적인 의사표현인 북한의 민주당지지 지령같은 내용을 발표문에 포함시킴으로써 북한과 민주당이 연결된 것처럼 뉘앙스를 풍기기도 했다. 보고서에서는 대통령선거라는 중대한 시기에 정치적 목적을 위해 공안사건을 정략적으로 활용하려 하였다는 점에서 엄정한 비판을 피할 수 없음이라고 하여 이 사건을 안기부에서 북풍에 이용하였음을 시인하였다.

 


역사적으로 드러난 북풍선거 3 : “판문점 북풍사건

 


1996년 총선에는 이른바 판문점 무력시위라고 이름 붙여진 북풍 조작 사건이 일어났다. 총선을 일주일 남짓 남겨놓은 46일 즈음 국방부가 나서 판문점 부근 북한군의 군사적 움직임을 왜곡 과장하여 이른바 판문점 무력시위라고 이름을 붙여 언론에 대대적으로 유포하는 일이 발생하였다. 이 사건은 김영삼 정부 수석비서관실에서 작성한 ‘96415대 총선 직전 발생한 판문점 북풍사건 관련 보고가 밝혀지면서 진상이 드러났다.

 


보고서에서는 당시 청와대와 국방부, 합참은 사건 내용과 상황을 알지 못하는 일반 국민들에게 북한이 당장 전쟁이라도 일으킬 것처럼 과장·왜곡해 공포와 불안 및 긴장을 조성해 15대 총선에 이용했다는 명백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미국 정부와 주한미군은 판문점 지역을 제외한 모든 전선에서 북한군의 특이한 군사동향이 없어 심각한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상황을 과장하여 정부가 군사적으로 엄격히 통제돼 기밀이 유지돼야 하는 합참의 핵심시설인 지휘통제실을 언론에 공개하는가 하면 전투복 차림을 한 합참의 장군들이 판문점뿐만 아니라 서해5도와 군사분계선(DMZ) 등 다른 지역에서 도발이 일어날 듯 예단하며 국민에게 위기의식과 긴장감을 확산시켜 여당에 유리한 득표환경을 조성했다는 것이다.


 


신동아에 따르면, 보고서 작성자는 당시 군 수뇌부가 북풍조작을 통해 조직적으로 총선에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즉 유권자들의 안보의식을 자극해 여론을 15% 이상 반등시켜 특히 수도권과 강원도 지역에서 당시 집권당인 신한국당 후보를 압도적으로 당선시키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15대 총선에서 득표율 10% 이내 표차로 국민회의 후보가 2위로 낙선한 선거구는 38개에 이르렀다. 이를 두고 보고자는 판문점에서 일어난 북한군의 사소한 무력시위 동향을 빌미로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을 위반한 행위가 명백하다고 결론짓고 있다.

 


역사적으로 드러난 북풍선거 4 – 천안함 사건을 악용한 5.24 조치

 


민주정부 10년 동안 정부차원에서 남북관계를 악용하여 선거에 영향을 끼치려는 움직임은 없었다. 2000, 2007년 남북정상회담과 이어진 남북교류로 남북관계가 비교적 좋은 상황에서 남북관계가 나빠질 수 있는 북풍이 일어나지 않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 들어서서 남북관계가 악화되자 다시 북풍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2010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었던 5.24 조치가 그러했다.


20106.2 지방선거를 앞두고 10개 부처 정책보좌관들이 매주 수요일 청와대에 모여 대통령의 정무적 관심사를 논의한 모임인 묵우회에서 20103월 초순 놀라운 내용이 논의되었다. 201296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묵우회 참석자 중 한 명은 그 사소한 국지적인 충돌이나 이런 것도 나는 오히려 보수성향의 표심을 자극할 수 있다고 본다는 발언을 하며 북풍 의도를 드러내었다. 공교롭게도 이 발언 직후인 2010326, 천안함 사건이 일어났다.


 


천안함 사건은 백령도 근처 해상에서 한국 해군의 초계함인 PCC-772 천안이 침몰된 사건이다. 한국정부는 사건이 일어나고 보름가량 지난 411, 천안함 침몰 원인을 규명할 민간·군인 합동조사단을 구성하였다. 한국을 포함한 오스트레일리아, 미국, 스웨덴, 영국 등 5개국에서 24여 명으로 구성된 합동조사단은 515일 사고해역 근방에서 수거된 것으로 알려진 ‘1어뢰 파편을 핵심적인 증거로 하여 2010520일 천안함이 북한의 어뢰공격으로 침몰한 것이라고 공식 발표하였다. 이후 지방선거를 1주일 남긴 524, 이명박 대통령은 천안함 사건 담화문을 발표하며 중단상태였던 대북 심리전 재개 서해상 대규모 한미합동군사훈련 실시 개성공단 재제 6자회담 재개 불가라는 내용의 5.24 조치를 발표하였다.

 


▲ 전쟁기념관에서 '5.24 조치'를 발표하는 이명박 대통령 ⓒ뉴시스
전쟁기념관에서 ‘5.24 조치를 발표하는 이명박 대통령 뉴시스

 


그러나 러시아의 경우 어뢰가 아닌 기뢰에 의한 폭발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고, 국내외 언론 및 전문가에 의해 국방부의 공식발표에 대한 반박이 이루어지는가 하면, 국방부의 실험, 최종 보고서의 내용 중 틀린 부분이 후속 실험에 의해 밝혀지는 등 조사단의 결과 발표에 대한 의문점이 끊임없이 제기되었다. 그리고 어뢰공격설이 아닌 좌초설, 좌초 후 충돌설 등 이견이 있었고, 사건 초기 국방부의 진술이 번복되고, 정보를 은폐한 정황이 나타나는 등 국방부의 공식발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꾸준히 있어왔다. 현재도 이 문제는 재판을 통해 공방 중에 있다.

 


정리해보면 정부와 합동조사단은 천안함 사건의 여러 가지 의문점과 오류에도 불구하고 조사기간 불과 40일 여일 만에 북한의 소행이라는 최종결론을 내리고 4일 만에 북한에 대한 제재조치인 5.24 조치를 취했다. 공식발표 이후 있었던 여러 공방과 오류를 감안하면 북한이 어뢰를 이용하여 천안함을 침몰시켰다는 결론은 성급한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천안함이 북한의 소행이라고 발표하고 북한을 제재한 것이 62일 있었던 지방선거에 영향력을 끼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천안함 사건과 5.24 조치에도 불구하고 선거 결과는 전통적으로 보수적인 성향이 강한 강원도, 충청도, 경남에서 개혁진영이 당선되는 등 야권이 약진하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다. 민주정부 10년 동안 두 번의 정상회담과 다양한 남북교류를 거치면서 북풍의 영향력이 감소한 것이다. 정부에서 5.24 조치를 통해 북풍을 시도하였으나 진보개혁진영에 통하지 않았고 오히려 전쟁이냐 평화냐는 구도가 만들어지면서 당시 여권이었던 한나라당에 불리하게 작용한 측면도 있었다.

 


남북관계 전면개선으로 북풍선거를 끝장내자

 


18대 대선에 출마했던 강지원 변호사는 24일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 세상 오늘, 서종빈입니다>에 출연해 국정원 여직원 관권선거와 관련하여 만일 국정원이나 경찰이 이런 식으로 선거에 개입한 사실이 드러난다면 이건 4·19 혁명이 일어났던 상황과 비슷해지는 것이다. 대단히 심각한 문제다고 주장했다. 북풍 공작은 국정원과 경찰의 선거개입을 넘어 당, , 청와대가 총동원되어 벌어진 것으로 일반적인 관권선거보다 더 심각한 부정이다. 게다가 분단모순을 격화시키는 것으로 하여 더욱 악질적인 형태라고 볼 수 있다.

 


남북관계가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는 분단을 이용한 북풍을 막기 어렵다. 북풍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지난 민주정부 10년이 그러했던 것처럼 남북이 화해를 통해 관계가 개선되어야 비로소 가능해질 것이다. 국정원 댓글알바 의혹 사건을 계기로 국정원의 관권선거 뿐 아니라 북풍공작까지 밝혀내고 북풍공작을 끝장낼 수 있도록 감시와 더불어 남북관계 전면개선을 위해 노력해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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