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대선정국에 몰입해 있던 동안 국제사회에서 중요한 이슈가 하나 있었다. 바로 지난 12월 3일 국제통화기금(IMF)이 자본통제(Capital control)를 제한적으로 승인하는 보고서를 발표한 것이다. 그 동안 미국 재무성의 신자유주의 논리를 따라 국경을 넘는 금융자본의 자유로운 이동, 즉 금융자유화와 금융 세계화를 강력히 옹호하면서 전도사를 자처했던 대표적인 국제기구가 국제통화기금(IMF)이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신흥국들의 거센 비판을 받으면서 수동적이나마 일련의 입장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 변화를 일차 종합하고 2012년 11월 16일에 내부 이사회 논의를 거쳐 12월 3일 대외적으로 공개한 문서가 바로 <자본 자유화와 자본이동관리 – 제도적 관점(“The Liberalization and Management of Capital Flows – An Institutional View”, 2012.11.14)>이다. 자본통제(Capital control)라는 용어는 주로 각 국가가 국내의 금융 안정과 글로벌 금융위기 전이 방지를 위해 국경을 넘는 급격한 자본 유출입을 규제하는 것을 말하고 글로벌 자본이동 자유화(Capital flow Liberalization)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사용한다. 그러면 국제통화기금이 신자유주의를 상징했던 자본이동의 자유화 정책을 버리고 자본 통제정책으로 선회했는가? 결코 그렇지는 않다. 여전히 국제통화기금은 자본 이동 자유화를 이상적인 모델로 신봉하고 있으며, 다만 금융위기라는 현실적인 충격으로 인해 매우 제한된 상황에서 일시적인 조치로서 자본통제를 인정해주고 있을 뿐이다. 그것도 자본통제라는 용어가 아니라, 자본이동관리 방안(CFM :Capital Flow Management Measures)라는 애매한 개념을 사용한다. 자본이동 자유화를 선호하는 쪽에 가깝지만 다양한 견해를 수렴하는 언론매체인 파이낸셜 타임스의 12월 3일자 기사 “국제통화기금이 자본통제에 대한 반대를 철회하다”(IMF drops opposition to capital controls, 2012.12.3)를 통해 이번 국제통화기금의 발표에 대한 평가를 들어보도록 하자. 또한 새사연의 ‘세계의 시선’에서도 여러 차례 소개한 세계화의 비판적인 경제학자 대니 로드릭(Dani Rodrik)은 이 결과에 대해 어떻게 접근하고 있는지 그의 12월 13일자 칼럼을 통해 확인해보도록 하자. 우리나라 기획재정부도 담담하게 해설하는 수준이기는 했으나 국제통화기금의 발표를 12월 4일자 보도 자료로 만들어서 배포하기도 할 정도로 이번 국제통화기금의 자본통제 수용은 공식적인 것이었고 특히 자본유출입 위험에 노출된 우리나라에서는 의미가 큰 주제다. 이번 ‘세계의 시선’에서 동시에 소개하는 두 개의 글은 자본 유출입 통제에 관한 명확한 관점과 정책적 대안을 마련해야 함을 상기시켜줄 수 있을 것이다. 국제통화기금이 자본통제에 대한 반대를 철회하다(IMF drops opposition to capital controls) 2012년 12월 3일자파이낸셜 타임스(Financial Times) 최근 신흥국들에서 자본통제를 도입하면서 국제통화기금(IMF)도 국경을 넘는 자본 이동의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해 직접적인 통제 수단 사용을 수용하는 근본적인 이데올로기적 전환을 확정했다. 국제통화기금은 자본통제가 “분명한 대상에 대해, 투명하면서도, 일반적으로 일시적으로” 사용되어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지만, 12월 3일에 보고서로 공개된 정책은 1990년대 동안 자본계정 자유화를 열망해온 국제통화기금의 정책으로부터는 급격한 변화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초완화적인 통화정책으로 인해 자산시장에 투기자본 유입이 심각해지고 있는 브라질을 포함하여, 대만과 한국경제는 과세나 규제, 또는 자본에 대한 다른 제한을 가하는 조치들을 실험해왔다. IMF의 브라질 대표는 12월 3일 이에 대해, 국제통화기금이 여전히 너무 조심스럽고 자본통제를 표준적인 정책수단의 일부가 아니라 최후의 수단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제통화기금의 보고서는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이 일반적으로 이익이 많지만, 금융시스템이 충분히 발전하지 않은 경우에 경제를 불안정하게 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비용보다 많은 이익이 발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잘 계획되고, 적절한 시점에서, 순서에 따라 자본이동 자유화가 진행될 필요가 있다.”고 보고서는 말하고 있다. 또한 “완전한 자본 이동 자유화가 항상 모든 국가에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국제통화기금은 또한 급격한 자본이동에 대한 거시 경제적 대응 – 재정긴축, 금리인하, 환율 절상 등을 포함 – 을 자본통제가 대신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국제통화기금 이사회에서 브라질을 포함해서 11개국을 대표하는 파울로 노이게라 바티스타(Paulo Nogueira Batista)는, 보고서가 여전히 “친 자유주의적으로 경도(Pro-liberalization bios)”되었고, 불안정한 자본흐름을 부채질 하고 있는 선진국들의 역할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브라질 재무장관인 기도 만테가(Guido Mantega)는 계속하여 “환율전쟁(Currency war)”을 경고해왔고, 미국 연준이 제로 금리를 유지함으로써 투자자들이 달러를 싼 값으로 빌려 신흥국에 투자해서 고수익을 얻을 유인을 만들어주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보고서에 대해 파울로 노이게라 바티스타(Paulo Nogueira Batista)는 또한 “과거에 비해서는 다소 진전된 것이긴 하지만, (자본통제에 관해 -역자) 확실한 결과를 만들어내는 데에는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아이슬란드, 스페인, 아일랜드와 중앙 유럽, 동유럽 국가들의 경험은 대규모적이고 변덕스러운 자본 이동의 위험성을 보여주었다. 파울로 노이게라 바티스타(Paulo Nogueira Batista)는 “지금 진행 중인 위기로 인해, 국제통화기금이 자본이동에 대해 고려하고 있는 지금도 여전히 자본이동에 의한 충격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규모적이고 변덕스러운 자본이 유입되는 나라들에서 받는 충격의 정도가 아직 충분히 인식되지 않았다.” 1990년대 동안, 미국 재무성의 압력 아래 국제통화기금은 자본계정 자유화를 촉진하기 위한 기금의 규칙의 변경을 제안했었다. 그러다가 아시아 금융위기로 인해 신흥국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커지자 포기했다. 1998년에는 말레시아가 자본유출을 통제하는 조치를 취했는데, 이 결정에 대해 당시 국제통화기금은 반대했다. 그런데 적어도 한명의 국제통화기금 이사는 찬성을 했는데 퀼러(Horst Kohler)는 나중에 말레시아 결정이 옳았다고 말한 바가 있다. 국제통화기금 보고서는 또한 자본 유출 통제 보다는 유입 통제를 선호하고 있고, 거주자에 기반을 둔 자본이동 규제보다는 은행 감독과 같은 수단을 사용함으로써 국내 투자자와 해외투자자를 차별하지 않는 조치들을 선호한다. 그러나 파울로 노이게라 바티스타(Paulo Nogueira Batista)는, 비거주자(외국인 투자자 – 역자)들은 국내 투자자들과는 시스템적으로 다른 방법으로 행동한다는 것이 명확하다고 주장한다. 글로벌 자본 이동의 규칙(Global Capital Rules) 2012년 12월 13일프로젝트 신디케이트(Project Syndicate)대니 로드릭(Dani Rodrik) 국제통화기금(IMF)이 자본통제(Capital Control)를 승인했고, 따라서 국경을 넘는 금융자본 이동에 대해 과세를 하고 규제를 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것이 공식화되었다. 국제통화기금이 부국과 빈국에 상관없이 외국 금융자본 개방을 강력히 요구해왔던 것이 그리 오래전 일이 아니다. 그런데 지금은 금융 세계화가 파괴적일 수 있다는 사실, 금융위기라든지 경제적 차원에서 부정적인 통화 운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이 인정되고 있는 것이다. 1914년까지 지배적이었던 금본위제도 아래에서는 자유로운 자본 이동이 신성불가침의 것이었다. 그러나 양차 대전 사이의 혼란기로 접어들면서 존 메이너드 케인스와 같은 많은 사람들은 개방된 자본계정이 거시경제 안정성과 양립할 수 없다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 1944년에 체결된 브레튼 우즈(Bretton Woods) 합의는 이러한 새로운 공감대를 반영하는 것이었고 국제통화기금의 협정문에 자본통제를 명기하게 되었다. 그 당시 케인스 말에 따르면 “이단이라고 여겨지던 것이 지금 정통으로 취급되었다” 그러나 1980년대 후반까지, 정책결정자들은 다시 자본의 이동성에 매혹되기 시작했다. 유럽연합(EU)은 1992년에 자본통제를 불법으로 만들었고, OECD는 새로운 회원국들에게 금융 자유화를 강요했다. 그 결과 1994년과 1997년에 각각 멕시코와 한국이 금융위기로 가도록 만들었다. 국제통화기금은 금융 자유화를 진지하게 의제로 채택했고, (성공적이지는 못했지만) 회원국들의 자본계정 정책에 관해 국제통화기금에게 공식적인 권력을 부여하도록 협정문을 수정하는 시도를 하기도 했다. 그런데 당시에는 글로벌 금융에 의해 이중으로 피해를 입게 된 개발도상국 나라들을 오히려 비난하는 것이 유행이 되기도 했다. 자본 이동의 활용성을 높이면서 위기를 막는데 필요하다고 주장되는 규제완화, 재정 긴축과 통화정책 등을 멕시코와 한국, 브라질, 터키 등 피해를 입은 정부들이 채택하지 않았기 때문에 위기가 왔다고 국제통화기금과 서구 경제학자들이 주장했던 것이다. 문제는 금융 세계화가 아니라 국내 정책이라는 것이었고, 그래서 해법도 국경을 넘는 금융 이동에 대한 통제가 아니라 국내적 개혁이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2008년 금융 세계화의 피해자가 선진국이 되는 순간, 이런 유형이 주장이 더 이상 존속되기가 어려워졌다. (자본유입으로 인한 – 역자) 한바탕의 도취와 거품, 뒤를 이어서 갑작스런 중단과 급격한 반전(외국 자본 유입이 갑작스럽게 중단된 후 대규모 자본 유출이 발생하는 소위 자본 이동의 반전되는 것 – 역자)은 통제되지 않고 규제 풀린 금융시장에서 비롯된다는 것, 글로벌 금융시장 그 자체의 불안정성이 문제라는 것이 더욱 명백해졌다. 각 국가들이 이러한 세계적인 불안정성으로부터 자국을 보호하려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것을 국제통화기금이 인정한 것은 따라서 당연한 것이며 적절한 시점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국제통화기금이 진정으로 변했다고 과장하면 안 된다. 국제통화기금은 여전히 모든 나라들이 점진적으로 도달해야 할 이상적인 모델로서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성을 고수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다만 모든 국가들이 충분한 “금융적, 제도적 발전(financial and institutional development)”이라고 하는 최소조건(threshold condition)에 도달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또한 국제통화기금은 자본통제를 매우 제한된 환경에서만 적용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으로 간주하고 있다. 예를 들어 다른 거시적, 금융적, 신중한 조치들이 자본의 급격한 유입을 저지하는데 실패했을 때, 환율이 결정적으로 과대평가되어 있을 때, 경제가 과열되고, 외환보유고가 이미 충분할 때 등이다. 그 때문에 국제통화기금이 “자본 이동 자유화에 대한 통합적 접근”을 설계하고 이를 위한 상세한 개혁절차를 규정하려 하고 있지만, 그런 식의 자본통제와 자본이동 자유화에 관한 조금이라도 비교해볼 만한 사례는 존재하지 않는다. 여기에는 다음의 두 가지 점에 대한 지나친 낙관론이 있기 때문이다. 첫째로, 글로벌 금융을 불안정하게 하는 근원적인 실패지점들을 직접 조준하여 적절한 정책을 적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둘째는, 각 국가들이 국내 금융규제를 어느 정도까지 유사하게 수렴시키면 국경을 넘는 금융 흐름에 대한 관리의 필요성을 줄여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첫 번째 주장은 총기 규제 논쟁과 유사하다. 자본 유출입과 마찬가지로 총기는 적정한 사용법이 있지만, 사고가 나거나 위험한 사람들이 사용하게 되면 파멸적인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이 마지못해 자본통제를 승인한 것은 총기규제 반대론자들의 태도와 유사하다. 즉, 개인의 (총기소지 -역자) 자유를 포괄적으로 규제하기 보다는 정책 결정자들이 (총기 소지자의 -역자) 위험한 행동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총기 로비 집단이 그를 빗대 “총이 사람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사람을 죽인다.”는 논리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총기 유통을 제한하지 말고 총으로 공격한 사람을 처벌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사한 논리로, 특정 유형의 금융거래에 과세하거나 규제를 하지 말고, 그들이 예상하고 있는 금융의 위험을 금융시장 참가자들이 완전히 스스로 감수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프린스턴 대학 경제학자 애비너시 딕시트(Avinash Kamalakar Dixit)가 즐겨 표현하듯이, 세상은 기껏해야 늘 (최선이 아닌- 역자) 차선을 선택하는 것일 뿐이다. 문제가 되는 행동을 식별해서 그것만 정확하게 규제할 수 있다고 가정하는 접근법은 비현실적이라는 말이다. 잘못된 행동을 완벽하게 모니터링 해서 규율할 수가 없기 때문에, 그리고 규율에 실패할 경우의 사회적 비용이 크기 때문에 대부분의 국가들은 (총기를 잘못 사용하는 사람의 행동이 아니라 – 역자) 총기를 규제하는 것이다. 비슷하게, 국경을 넘는 자본의 이동을 직접 규제하자는 것이다. 두 가지 경우 모두 특정 거래를 규제하거나 금지하는 것이 이상적인 모델이 실현 불가능할 수 있는 상황에서의 차선의 전략인 것이다. 두 번째 주장은 국내적 금융규제가 하나의 방식으로 수렴하기 보다는 다양하며 이는 잘 발달된 조직을 가지고 있는 선진국도 마찬가지라는 점에서 비판받는다. 금융 규제의 효용한계를 따라서 금융혁신과 금융 안정성 사이의 상충효과(trade off)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금융혁신과 금융 안정성 가운데 한쪽이 더 강화되면 그만큼 다른 쪽이 더 약화되기 때문이다. 일부 국가들은 자국 은행들의 자본과 유동성에 대해 엄격한 요구사항을 부과함으로써 안정성 쪽에 좀 더 초점을 맞추려 할 수 있고, 다른 국가들의 경우에는 금융혁신을 좀 더 선호하여 가벼운 정도의 금융규제를 채택할 수 있다. 자유로운 자본 이동은 이 지점에서 매우 어려운 문제를 제기한다. 차입자나 대부자들은 국내 규제를 피하기 위해서 국경을 넘는 금융 이동에 의지할 수 있는데, 그로 인해 국내의 온전한 규제체제가 무력화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한 규제차익을 방지하기 위해, (조세 피난처 같은 – 역자) 느슨한 규제 지역으로부터 유입 금융거래에 대해서 별도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압력을 국내적 규제 당국자들이 받게 된다. 각 국가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금융을 규제하는 세상은, 각 국내 정책들을 서로 구분해내는 교차점 관리를 위한 교통 규칙이 필요하게 된다. 모든 국가들이 자유로운 자본이동의 이상으로 수렴될 것이라는 가정을 하게 되면, 이런 규칙을 만들어내야 하는 난제에 제대로 주의를 돌리지 못하게 할 수 있다. ▶ 원문 보러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