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했다. 내년에 중국에서는 시진핑이 국가주석의 자리에 오를 것이 확실하다. G2의 수장이 결정된 것이다. 물론 한국의 대통령도 바뀐다. 세계경제는 장기 침체에 들어갔고 지난 4년 동안 중국의 위상은 부쩍 높아졌다.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중·일분쟁 때 그 힘이 유감없이 발휘됐다. 세계적 위기의 시대, 긴축통화도 패권국가의 지위도 흔들리는 시대, “아시아 중심으로”(Pivot to Asia)를 선언한 미국과 지역 패권을 노릴 중국은 동아시아에서 힘을 겨룰 것이다.이 세계사의 전환기에 우리는 어떤 전략을 가지고 있는가? 대선 유력 주자라면 당연히 제시해야 할 필수적인 국가 비전이다. 복지국가와 경제민주화의 공약들이 어슷비슷해진 지금 차별화를 시도할 만한 굵직한 주제이다. 너무 큰 문제라서 유권자들의 관심 밖이라고 지레 짐작하는 것일까, 나는 아직 귀가 솔깃한 전략을 듣지 못했다. 남북관계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에 관해서만 간간이 소식이 들릴 뿐이다. 롬니가 아니라 오바마가 당선된 것이 상대적으로 낫긴 하다지만 미국의 두 후보는 한목소리로 중국의 환율조작과 무역불균형을 비난했다. 미국은 이미 제재 수단도 갖추고 있다. 말 그대로 자의적인 보호주의라 할 만한 ‘환율법’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이 치명적 무기를 함부로 휘두르지는 못할 것이다. 중국과 일본이 마찰을 일으킬 때 희토류 수출 금지가 그랬던 것처럼 미국에 대해서도 중국은 가공할 무기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3조달러에 이르는 외환보유액 자체가 그렇다. 이 중 일부만 시장에 내다 팔아도, 아니 그럴 계획이 있다고 슬쩍 흘리기만 해도 달러 가치는 롤러코스터를 탈 것이기 때문이다.과연 이런 경제전쟁의 와중에 한반도는 무사할까? 불행히도 그렇지 않다. 중국에 대해서 쓰지 못할 무기는 한국을 먼저 겨냥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위기가 시작된 2007년 이후의 환율변화 추이를 보면 위안화보다 원화가 덜 절상됐다.앉아서 당할 수는 없으니 과연 무엇을 할 것인가? 두 강대국 사이에서 한국이 할 수 있는 것은 설득밖에 없다. 세계경제의 회복을 위해서라도 동아시아의 대미(對美) 흑자는 줄어들어야 한다. 그렇다면 공동 대응을 하는 것이 낫다. 이미 4조달러를 훌쩍 넘은 동아시아의 외환보유액과 환율을 공동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중국을 설득해야 한다. 물론 미국은 아시아통화기금(AMF)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이 계획을 견제하겠지만 이에 대해서는 동아시아 역내 수요를 증가시켜 미국의 대동아시아 적자를 해소할 수 있다고 설득할 수 있다. 외환위기의 위험 때문에 동아시아 각국은 ‘과도하게’ 많은 달러를 쌓아 놓고 있다. 만일 공동으로 관리한다면 이 중 1조달러 이상을 ‘동아시아 개발기금’으로 만들어 역내에 투자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이나 중국 내륙, 그리고 아세안에 투자할 곳은 얼마든지 많다. 말하자면 동아시아판 마셜 플랜을 스스로의 돈으로 실행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외에도 역내 협력 프로그램은 얼마든지 개발할 수 있다. 예컨대 동아시아 국가들이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 계획을 세우고 공동으로 재생에너지 기술개발을 한다든가, 작게는 사막화와 황사를 방지하기 위한 중국 북부의 조림사업, 홍수를 예방하기 위한 북한의 조림사업도 할 수 있다. 나아가서 분산형 에너지체제에 필수적인 스마트그리드 등 각종 네트워크의 표준도 공동으로 제정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북한의 철도와 전력망, IT망을 동아시아의 돈으로 함께 건설할 수도 있다. 요컨대 세계경제의 회복을 돕는 동아시아의 역내 협력 사업을 제안하는 것이다. 10년 전 고 노무현 대통령이 국정과제로 내세웠던 ‘동북아 공동체론’을 부활시키는 사업이기도 하다. 당시에는 너무 앞서가서 단순한 구상에 그쳤지만 현재의 세계와 동아시아 상황에서 이 사업은 생생한 현실이 되었다. 누가 이런 구상으로 G2를 설득할 수 있을 것인가?* 이 글은 경향신문에 기고 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