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이 아니라 사람들이 문제다

By | 2012-08-29T11:22:11+00:00 2012.08.29.|

스마트폰 3천만대가 보급됐다는 소식을 들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정말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이슈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단연 으뜸은 삼성과 애플의 특허 분쟁이다. 쌍방이 모두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미국 법원에서 압도적으로 애플의 손을 들어준 것을 가지고 말들이 많다. 실제로 얼마나 특허를 침해했는가 하는 기술적인 엄밀성 문제를 떠나 보호무역주의 같은 정치경제적 관점의 지적들이 우세하다. 애플과 삼성의 분쟁을 보고 있노라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의 도요타 리콜사태에 대한 미국 정치권의 강경한 태도가 연상된다. 쓰러져 가는 미국 디트로이트의 빅3 자동차 회사들인 GM·포드·크라이슬러를 살리기 위한 의도된 미국 정가의 행위였다는 지적이 많았다. 어찌 됐든 그 후 지금까지 도요타는 북미시장에서 고전하고 있고 GM은 세계 1위의 지위를 되찾았다. 그 무대가 2012년에 스마트폰 시장으로 옮겨 갈 만큼 스마트폰 시장의 무게가 커진 것일까.또 다른 분쟁은 경제가 아니라 정치에서 발생하고 있다.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모바일 선거 운영상의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올해 1월 전당대회에서 50만명 이상의 선거인단을 모으면서 엄청난 정치적 흥행의 성공을 가져다준 모바일 선거가 운영 미숙으로 인해 이번에는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올해 상반기 통합진보당의 인터넷 선거나 이번의 모바일 선거 모두 온라인 선거가 갖는 특성을 충분히 예견하고 기술적 준비를 미리 하지 못한 부분들이 발견된다. 분명 인터넷과 모바일을 활용한 정치참여는 정치에서의 상당한 진보를 가져올 수 있는 기술적 혁신이다. 다만 이를 도입하고 적용하려는 정치권의 준비가 문제일 것이다. 이처럼 기술혁신은 그 과정에서 기업의 이윤논리나 국가의 보호무역주의 논리들의 장벽을 만나기도 한다. 이를 지나치게 확대해 애국주의 분위기로 흐를 필요는 없다. 또한 기술혁신이 경제와 정치·사회적 적용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역효과나 심각한 부작용을 수반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기술혁신을 부정적으로 보거나 그 의미를 과소평가할 필요도 없다. 더구나 스마트폰은 우리나라에서도 3년 미만 시기 동안 3천만대 이상이 보급될 만큼 이미 압도적인 생활수단이 되지 않았는가.개인용 컴퓨터의 보급과 인터넷 확산, 그리고 모바일과 SNS에 이르기까지 최근 20년 동안 이룩된 기술혁신의 중심은 정보통신산업이었고 한국은 변화의 중심에 있었다. 정보통신산업 비중의 급격한 팽창에 이어 인터넷 이용 정도와 초고속 통신망 환경, 무선 환경 등에서 세계 최고를 자랑한다. 사람들의 경제활동과 사회생활 방식을 크게 바꿔 놓은 정보통신혁명 흐름의 중심에 한국사회가 있다는 것은 그만큼 다양한 이슈와 논쟁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물론 정보통신 기술혁신 자체를 너무 과대하게 해석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인터넷보다 세탁기가 세상을 더 많이 바꿨다.”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쓴 베스트셀러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에 나오는 네 번째 꼭지다. 장하준 교수는 세탁기의 발명이 여성들의 가사노동을 극적으로 해방시킴으로써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가능하게 했고, 사회적으로도 여성의 역할을 크게 높일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물론 인터넷도 사람들의 생활 방식을 여러 면에서 바꿔 놓고 있지만 “인터넷이 생산 분야에서도 그렇게 혁명적인 영향력을 발휘했는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고 짚어 냈다. 일리가 있는 얘기다.특히 현재의 시장여건에서는 상당 정도 정보통신혁명이 ‘생산’을 촉진하고 ‘고용’을 확대하는 방향에서가 아니라 ‘소비’를 촉진하는 방향에서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 더 문제다. 스마트폰이 라이프 스타일과 직장생활 스타일을 크게 바꾸고 있다고는 하지만 사실 예전에 없었던 더 다양한 상품을 사고 더 많은 정보를 소비하도록 촉진시키는 역할을 하는 데 집중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생활이 편리해질 수는 있다. 그러나 소비할 돈, 소득이 없다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기술은 그 자체로 제도를 바꿀 수 없다. 오히려 기성 제도를 더 나쁜 방향으로 이끌 수도 있다. 그러나 제도를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킬 지렛대로 삼을 수는 있다. 그런데 삼성전자를 선두로 우리의 정보통신기술 발전이 미국의 보호주의를 초래할 만큼 위력적이지만 그만큼 우리 국민의 고용이나 소득여건에도 위력적으로 영향을 줬을까. 세계에서 보기 드물게 모바일을 정치참여에 활용하고 있는 중인데, 정치개혁의 내용이나 쟁점도 첨단을 달리고 있는가. 생각해 볼 일이다.이글은 매일노동뉴스에 기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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