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개혁 없는 경제 민주화가 가짜인 것은 맞지만.

18대 대선을 불과 4개월 앞두고 있는 지금 여전히 최대 쟁점은 재벌개혁 경제 민주화다. 사실 보편복지에 이어 경제 민주화로 주요 의제가 이동한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것이다. 승자독식과 시장 지상주의가 지배하는 경제영역의 개혁 없이 복지정책만으로 양극화를 해소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쟁점이 전혀 쟁점 같지가 않다. 경제 민주화를 반대하는 정치세력이 없기 때문이다. 보수적인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가 공격적으로 경제 민주화 의제를 꺼내면서 도대체 경제 민주화에 관한 한 보수와 진보, 차별성과 정체성이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선별복지와 보편복지가 선명하게 나눠지던 것과 완전히 다른 구도다. 아마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가 기대하던 것일지도 모른다.

이 상황에서 민주통합당과 대선후보들이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와 차별성을 내세운 것이 바로 ‘재벌개혁 없는’ 경제 민주화에 대한 비판이다.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의 경제 민주화가 “재벌개혁 없는 경제 민주화를 주장하고 있어 허구”라고 민주 통합당은 비판하고 있고, 새누리당은 ‘재벌 때리기’ 방식은 안 된다면서 민주통합당의 재벌개혁론과 일정하게 선을 그으려는 모습에서 약간의 차별성이 보이기는 한다.

시장에 대한 국가의 개입이 불가피하지만.

그런데 새누리당이나 민주통합당이나 모두 현재의 경제 민주화와 관련하여, 양극화를 초래케 하고 있는 시장에 대한 일정한 국가 개입의 불가피성을 인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르지 않다. 특히 시장주의 입장에서 ‘자발적인 동반성장’을 기대했던 이명박 정부와는 달리,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측은 일정하게 박정희식의 권위주의적 시장 개입을 할 개연성도 있다. 그리고 경제 민주화를 명분으로 한 시장 개입은 어느 정도는 재벌 규제 쪽으로 갈 수 밖에 없다.

새누리당 경제 민주화 1호 법안이 재벌총수 경제범죄에 대한 형량 강화이고, 2호 법안이 일감몰아주기 규제이며, 3호 법안이 신규 순환출자 금지와 기존 순환출자 지분 의결권 정지 인 것 등을 보면, 취약하지만 일련의 재벌규제 흉내를 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재벌들은 이 조차 가혹하고 경제활동을 위축시킬 것이라면서 반발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경제 민주화를 위한 국가의 시장 개입은 ‘권위주의 권력’을 동원한 ‘재벌규제’ 형식만 있는 것이 아니다. ‘민주적 의사결정 장치’를 동원한 ‘재벌 규제’도 있다. 예를 들어 과거에 실패한 노, 사, 정위원회를 교훈삼아 더욱 적극적으로 노동조합을 경제민주화 의사결정에 참여시킬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작업장 내부의 민주주의를 위해 노동조합의 경영참여에 물고를 틀수도 있다. 최저임금심의위원회 문호를 확대하여 청년 유니온 등의 대표를 참석시킬 수도 있다. 최소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 고발권을 폐지하여 이해관계자가 직접 재벌의 불공정 행위를 고발하게 할 수도 있다.

재벌개혁 의지보다 더 부족한 것은 민주주의가 아닐까.

더 나아가 보자. 시장에서 권력과 이익을 독식하고 있는 재벌을 규제하는 것이 경제 민주화일 뿐 아니라, 노동자와 중소상인, 중소기업과 소비자 등 다른 경제적 약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협상력을 높이는 것이 사실 더 본원적인 경제 민주화이다. 노동조합 결성요건을 완화하고 단체협상 적용 범위를 확대시킬 수 있는 제도적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그것이다. 중소 상인과 중소기업들 단체에게 납품가격 협상권을 보장해주고 소비자들이 독과점 가격에 맞서 집단소송을 쉽게 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것이 경제 민주화인 것이다.

그런데 유독 새누리당과 새누리당 후보들은 재벌 개혁에 노동자와 국민들을 참여시키는 것에 대해 침묵한다. 노동자와 중소상인, 중소기업과 소비자 등에게 권리를 더 주고 협상력을 더 주는 것에 대해 외면한다. 그렇다. 이들에게 없는 것은 재벌개혁이 아니라 민주주의 그 자체일 수 있다. 재벌개혁은 있는데 경제 민주화는 없는 경우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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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인 칼럼]




협동조합을 꿈꾸는 그대에게(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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