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사연 회원님들! 안녕하신지요? 본격적인 여름을 알리는 하지가 얼마 안 남았군요. 아침 저녁으로는 그래도 습기가 적어 선선하지만 금새 더워지고 목에 땀이 흐르곤 합니다. 건강 잘 챙기셔야 겠습니다. 어제는 삼성전자 LCD공장에서 일하다 재생불량성 빈혈에 걸려 13년간의 투병생활 끝에 돌아가신 고 윤슬기님의 장례기사를 읽었습니다. 요즘 같이 어려운 시절에 남의 어려움을 자기 문제로 생각해 볼 수 있는 여유를 가진다는 그 자체 만으로 오지랍이라고 타박당하기 일쑤입니다. ‘지 코가 석자인데 지나 잘하지” 라고 말하면서 괜히 남의 일에 신경쓰지 말라고 하십니다. 하지만 “나와 너”가 만나 또 다른 우리가 될 때 남의 문제가 나의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더구나 일터에서 발생한 문제라고 의심된다면 이는 나 자신의 건강에도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는 문제이기도합니다. 우리는 일을 하면서 살아갑니다. 하루를 대부분 직장에서 보냅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늘 일만 하는 것은 아니지요. 일도 열심히 하고 쉬기도 하고 놀기도 하며 다른 사람들에게 자기 자신을 아낌없이 주기도 합니다. 우리는 자기 의지대로 태어난 것은 아닙니다. 내가 태어나고 싶다고 태어난 게 아니라 부모님의 은덕에 의해서 태어난 것입니다. 하지만 직장은 우리의 의지대로 계약을 합니다. 그 계약은 불변한 게 아니라 유지 되기도 하고 취소 되기도 합니다. 일을 하면 그에 맞는 돈을 받습니다. 돈을 많이 벌어서 집도 사고 자동차도 삽니다. 그래서 우리는 생산도 하고 소비도 하면서 살아가는 거지요. 생산의 주체이자 소비의 주체인 생활인이 만일 그 기초인 건강을 잃는다면 생산도 소비도 되지 않는 죽은 사회가 되어가는 것이지요. 돈을 벌기 위해서 뼈빠지게 일을 해야만 하는 사정을 이해못하지는 않지만, 사용자와 노동자가 욕망의 수레바퀴에 올라타서 멈추지 않는 질주를 한다면 몸과 마음은 피폐해지고 결국은 공멸의 길로 접어들게 되지요. 더구나 그 작업장에서 56번째의 희생자가 나왔다면 이는 간과할 문제가 아니라고 봅니다. 무슨 유령의 집도 아니고 56번째 죽임을 당했다면 삼척동자라도 진상을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함에도 모두 다 쉬쉬하고 근로계약의 대리업체인 노동조합도 못 만들게 하고, 더구나 산재처리도 안해준다는 사실을 목도했을 때는 고 윤슬기님의 한에 서린 몸부림이 떠오르게 됩니다. 괜찮은 회사를 다닌다고 혹 질시하거나 홀대할 수는 있지만 같은 처지의 생활인들에게 이 문제가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한 사람의 영혼과 몸뚱아리가 대부분 투영되는 직장의 근로조건을 개선하는 노력은 사용자도 동참해야만 합니다. 생산과 놀이 그리고 쉴 수 있는 생활공동체를 만드는 일은 제 2의 고 윤슬기님을 만들지 않겠다는 사회적인 다짐이고 출발이어야 합니다. 인간의 삶속에서 일은 1/n입니다. 자기 직장의 삶이 건강해야 일도 하고 돈도 벌고 나라가 부강해집니다. 경영은 사람을 부리는 게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얻는다는 것이 말 뿐만 아니라 실제 현장속에서, 정치적인 법률속에 녹아나기를 기대해 봅니다. 윤슬기님의 아픔과 고독을 서로 지지하고연대하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고 윤슬기님께 고맙고 감사함을 전하며,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