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 스마트폰 요지경

By | 2012-05-08T11:36:14+00:00 2012.05.08.|

최근에 휴대전화기를 스마트폰이란 걸로 바꿨다. 하지만 전화 이외에는 잘 사용하지 않기도 하고, 바빠서 기능들을 다 섭렵하지 못해서 첨단기기를 그저 휴대전화 정도로만 이용하는 부진함을 보이고 있다. 나의 관심사도 요즘은 나를 괴롭히는 스마트폰인데, 오늘은 그 얘기를 할까 한다. 휴대전화기든, 스마트폰이든 공공장소나 회의석상에서는 특별히 조심해야 한다는 게 일반적인 상식으로 누구나 알고 있다. 진료실에 있으면 환자나 보호자들의 휴대전화기 혹은 요즘 유행하는 스마트폰과 관련된 여러 양상들을 볼 수 있다. 실제 있는 모습들을 여러 장면으로 그려보자. (장면 1)이런 모습은 주로 중고등학생들에게서 보이는데… 감기에 심하게 걸렸다고 하면서 의자에 앉더니만 내가 증상을 물어보는 중에도 자기는 두 손 모아 계속 문자질을 하고 있는 고등학생. 요즘은 그것을 ‘카카오 톡’이라고 한다는데… 눈과 손은 스마트폰에서 놀고 있으면서도 내가 묻는 말에는 대답을 잘 한다. “언제부터 아팠는데?”(계속 문자를 누르며) “어제요.”(못마땅하지만 금방 그만 둘 거라 여기면서) “기침이나 콧물이 심하니?”“예….. 아, 아니오. 기침만 좀 해요.” 잠깐 고개를 들어 나를 보고 짧게 대답을 하자마자 다시 고개를 숙이고 손가락을 놀린다. 더 못 참아서 나는 핀잔주듯이 그 학생에게 그만 두라고 얘기한다. 그러면 대부분의 학생들이 얼굴이 빨개지면서 그만두는데, 어떤 녀석들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하면서 탁자위에 자기 스마트폰을 ‘탁’ 소리 나게 놓고는 전혀 미안한 마음도 없이 빤히 쳐다본다. 더 가관인 것은 내가 그렇게 핀잔을 주거나 그만하도록 얘기를 할 때, 옆에 있는 부모들의 아무렇지도 않은 듯한 행동이다. 많은 경우에는 아이에게 잔소리를 하면서 내게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만, 어떤 부모는 상관하지 말란 말을 하며 기분 안좋게 만들기도 한다. “얘는 말해도 안 들어요. 어서 진료나 해주세요.” 어서 진료나 하라고? 부르르르… 여기서 더 말하면 싸움이 난다. 기분 나쁜 나는 그 때부터는 진료 모니터만 보면서 처방을 간단히 하고 보내버린다. (장면 2)가끔은 이런 경우도 있다. 부부이거나 연인들에게서 생기는 경우인데… 얼마 전, 20대 초반인 여대생이 아파서 왔다. 남자 친구는 흑기사처럼 자기 여자 친구를 보호해야 한다는 정신으로 진료실에 같이 들어와서 보호자 의자에 앉았다. 나는 보통 때 젊은 여자가 들어왔을 때에는 웬만하면 남자들은 밖으로 보내버린다. 그 이유는 여자의 경우에 비밀스럽게 해야 할 얘기들이 많기 때문이다. 오늘은 그냥 둬보기로 하고 남자 친구인 듯한 청년의 입장을 허하기로 했다. 내가 여자에게 문진을 하면서 살짝 남자 친구 모습을 보니 참, 어이없다. 자기 여자 친구가 열 펄펄 나면서 아픈 상태이고, 같이 들어왔으면 어떻게 되는 건지 관심 가지고 지켜보는 게 진정한 친구이거늘, 이건 오자마자부터 계속 문자질이다. 뭐, 카카오 톡인지, 야자수 퍽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여자의 문진과 진찰을 마치고 처방을 주는 순간까지도 계속 똑같은 자세. 나는 또 성질을 못 이기고 한 마디 하였다. “여자 친구가 아파서 왔으면 남자 친구로서 쳐다보고, 어떻게 아픈지 궁금해 하는 게 도리 아닌가요?” 이렇게 말하니 그 남자 친구는 급히 스마트폰을 끄고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순간 나도 괜한 말을 한 건 아닌가 후회가 되어, 기분 나빠하지 말고 그냥 가볍게 들으라는 소리였다고 말해주고는 보냈다. 하지만 그 때 마음 속으로는 ‘아픈 사람 두고 딴짓이나 하는 남자 친구와는 헤어지는 게 좋지 않겠어’라고 말하고 싶었다. 친구나 연인이라는 사람들은 의무감이나 형식적으로만 자기 친구와 동행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같이 와주면 친구라는 인증을 받는 거라고 착각하는 건 아닌가? 이런 모습들은 연인이 아니라 가족 간에도 가끔 볼 수 있다. 부인이 아파서 진료 받는데, 남편은 저 쪽에 앉아서 문자질이다. 의사가 아이 아픈 곳을 물어보면서 진찰 중인데, 정작 엄마는 아이를 앉혀놓고 옆에 서서 문자질이다. 정말 너무 예의가 없고, 분별이 없는 경우들이 아닌가? 도대체 어떻게 이런 비상식적인 모습들을 보이는 걸까? 사람들이 예의에 대해서 무신경해진 걸까? 아니면 내가 고리타분한 ‘꼰대’가 되어서일까? 그 후 어느 날인가, 아내가 아이 학부모 모임에서 나누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여보, 동동이 친구 OO가 아파서 엄마와 병원엘 갔는데, 의사가 기분 나쁘게 해서 진료 받다가 나와버렸데요.”“왜?”“아, 글쎄. OO 엄마가 스마트폰으로 문자 몇 개 주고받고 있었는데, 진료하던 의사가 아이 아픈데 옆에서 그런 거 할 생각 나세요 하면서 빈정댔다네요.”“혼날 짓 했네, 뭐.”“아니, 그러면 안돼요. 고객인데….. 그러다가 환자 끊기면 어떡해요? 당신은 절대 그런 거 보고도 모른 채 해야 해요.” 내 성격을 잘 아는 아내는 꼴 보기 싫어도 눈 꼭 감으라고 신신당부한다. 순간 뜨끔했다. 사실, 그런 이유로 몇 번 환자들과 안 좋은 일도 있었던 터였기 때문이다. 문명의 이기가 발달되는 것은 좋은데, 우리가 제대로 된 사용법을 모르는 것 아닌가 모르겠다. 스마트폰의 복잡한 기능과 사용법 말고, 인간적인 것이 강화되는 스마트폰 사용법이나 서로에 대한 예의가 지켜지는 사용법 말이다. 이런 거는 공익광고로 방송 안 해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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