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자유화 대신 경제 민주화가 대세가 되다.

2007년, 그러니까 5년 전에는 ‘성장과 경제 자유화’ 라는 구호가 대통령 선거의 지배했었다. 경부 대운하 공약, 줄,푸,세 공약, 747 공약이 또한 그랬다. 소득 불평등과 양극화 해소 같은 문제들은 성장률을 높이고 시장경제를 확대하면 부수적으로 해결될 것처럼 여겨졌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기 직전의 한국 정치 상황이었다.

다시 찾아온 선거의 계절. 이미 보편 복지의 파고가 한국사회를 한차례 휩쓸고 이어 재벌개혁과 경제 민주화의 담론이 급격히 부상하고 있다. 5년 전의 ‘성장과 경제 자유화’ 의제 대신에 지금은 ‘복지와 경제 민주화’ 의제가 선거 공약을 좌우하는 판이한 지각변동이 일어난 셈이다. 이러한 변화의 이유는 무엇일까? 극적으로 등장한 경제 민주화라는 말의 의미를 짚어 볼 필요가 있다. 재벌개혁만이 경제 민주화인가. 소득 불평등을 완화하는 분배개혁을 말하는가. 아니 경제 민주화를 넘어서 아예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는 어떤 관계인가.

자유 시장은 반드시 민주주의와 충돌한다.

외환위기 직후 국민의 정부가 내건 모토는 시장경제와 민주주의였다. 하지만 시장경제라고 도입했던 신자유주의는 고용불안과 가계부채, 소득 불평등과 양극화라고 하는 결과를 초래했고 이는 참여정부까지 계속되었다. 금융과 교육, 보건과 보육 등 더 많은 삶의 영역이 자유 시장에서 거래 되도록 작동했고,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민주적인 의사결정은 설자리를 잃게 되었다. 자유 시장은 민주주의와 함께 작동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 결과 2012년, 우리는 시장의 자유가 아니라 경제의 민주화라는 국민적 요구 앞에 서게 되었다.

우리 헌법 119조 1항은 “대한민국의 경제 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고 되어 있다. 일종의 ‘자유 시장 존중’으로 해석될 수 있는 조항이다. 곧바로 이어서 2항은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흔히 말하는 ‘경제 민주화’ 조항이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경제 민주화 이전에 자유시장이 먼저 옹호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한참 앞의 헌법 제 1조 1항은 잘 알다시피 우리나라가 민주 공화국임을 선언하고 있다. 민주주의가 모든 가치에 우선한다는 뜻이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시장 경제와 경제 주체들의 자유를 옹호한다면 그 역시 민주주의에 가장 부합하는 경제 형태이기에 선택한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시장 경제는 선험적인 절대 선이 아니기 때문이다. 시장이 잘 작동하는 영역이 있는가 하면 보건이나 교육처럼 시장 메커니즘으로 해결이 안 되는 생활 영역도 있을 것이다. 금융처럼 시장에서 작동시키되 일정한 규제나 공공의 참여가 필요한 영역도 있다.

모두 민주주의라는 가치 안에서 작동해야 한다. 자유 시장을 해치지 않는 한도에서 경제 민주화를 말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가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시장의 자유가 있는 것이다. 새로운 체제를 만드는 화두가 경제 민주화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리고 제 1 과제는 민주주의 허용범위를 심각한 수준에서 일탈한 동시에 자유 경쟁시장 조차 넘어서고 있는 재벌의 이익추구 행위를 개혁하는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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