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에 “복지사회 제1의 적은 시장에서의 분배 악화”라고 규정했다. 그렇다면 시장에서 분배를 악화시키는 기존의 “바깥으로부터, 위로부터의 성장”을 “안으로부터, 아래로부터의 성장”으로 바꿔야 한다. 바깥으로부터의 성장이란 수출대기업을 위한 거시정책을 말한다. 이명박정부는 2009년부터 세계금융위기 상황에서 한국으로 몰려 드는 달러를 1100원 수준에서 무제한 사들이는 환율정책으로 일관했다. 위로부터의 성장이란 수출이 성장률을 높이면 고용과 세수가 늘어나서 복지도 가능하다는 ‘적하효과’(trickle down effect)를 말한다. 하지만 1980년대 이래로 한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이 주장은 거짓임이 판명되었다. 지속적으로 심화되는 양극화 현상을 지난 호에 지니계수로 확인하지 않았는가?이제 완전히 거시정책의 방향을 바꿔야 한다. 미국, 유럽, 일본이 모두 0~2%의 성장에 허덕이는 현실은 수출에 목을 매다는 경제가 더 이상 지속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은 미국이 “수출만이 살 길”이라는 우리의 오랜 구호를 실천하는 상황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 동안 동아시아 수출을 두 배로 늘릴 것이라고 호언하고 있으며 의회는 ‘환율법’(상대 국가가 환율을 조작한다고 판단할 경우 무역보복을 할 수 있다)이라는 말도 안되는 보호무역 입법을 했다. 환율법은 우선 중국을 노리고 있지만 현재 양국의 세력관계 상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며, 또 2007년 이래 중국의 위안화는 절도있게 절상되고 있다. 그렇다면 그 동안 1100원 선에 머무르고 있는 원화가 첫 번째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래저래 원화 가치는 오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시장에 맡겨서 널뛰는 환율은 경제를 휘청이게 만들 것이다. 자본통제가 그 답이다. 앞으로 국제표준도 일정하게 자본의 흐름을 규제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에 앞서 토빈세나 외환가변유치제와 같이 국내로 유입되는 달러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 한국이 홀로 하기에 부담스럽다면 동일한 고민에 빠져 있는 한·중·일, 아세안과 함께 시행하고 나아가서 5조 달러에 이르는 동아시아의 외환보유고를 공동관리하면 막대한 액수의 개발자금도, 예컨대 북한의 인프라 개선에 활용할 수 있다. 임금도 마찬가지이다. 수출경제라면 임금은 비용으로만 인식되겠지만 내수경제라면 임금은 곧 수요이다. 다행히 중국의 임금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도 임금을 올릴 여유를 가지고 있다. 불행히도 현재 한국의 노동운동 상황으로는 중소기업과 비정규직의 임금을 올리기 어렵다. 일례로 최저임금 결정방식을 바꿀 수 있다. 최저임금을 중위 임금(임금을 낮은 순서부터 일렬로 세웠을 때 중앙에 위치한 노동자의 임금)의 1/3로 정하면 자동적으로 매년 임금의 격차가 줄어들 것이다. 물론 2분의 1인지, 3분의 1이 옳은지 그 비율은 사회적 합의로 정해야 한다. 현재 계속 낮아지고 있는 노동분배율(임금 몫)을 끌어 올리는 정책을 입체적으로 시행해야 한다.이 글은 주간경향에도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