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인상 없는 봄이 아예 관성화되었나?

By | 2012-03-07T10:14:39+00:00 2012.03.07.|

3월이 됐다. 통상 노동자들에게 봄이면 임금인상에 대한 기대와 함께 임금협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이 관례였다. 때문에 3월에는 의례히 노동계가 임금인상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경영계도 안을 내면서 큰 틀의 인상 폭이 사회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하고 국민들도 여기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된다. 그러나 언제부턴지 해마다 봄이 되면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아 왔던 임금인상률에 대한 관심도가 점점 없어지기 시작했다.사회적인 관심만 없어진 것이 아니다. 노동계 내부에도 충분하게 사전에 조사해 무게를 갖고 임금인상 폭을 제시한 지가 꽤 된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임금인상률이 노사 협상의 첨예한 관심사로부터도 밀려난 느낌이다. 올해는 얼마나 더 올릴 수 있을까 하는 기대도 현격히 줄어들었다. 임금인상은 차치하고 고용 자체가 위협을 받고 있기 때문일까. 아니면 직장과 업종마다 임금격차가 워낙 커서 일률적인 인상률이라고 하는 것이 의미가 없어져 버렸기 때문인가.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올해 임금을 2.9% 이내에서 인상하자는 일종의 임금인상 기준안을 6일 발표했다. 최저임금은 아예 동결하자고 했다. 이유는 “세계경제의 성장세 둔화, 국제유가 불안, 양대 선거에 따른 사회적 부담 등 불확실성이 커져 경기둔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나친 임금인상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일자리 창출 기반을 저해한다”고 하는, 물가상승 원인을 임금인상으로 돌리는 그야말로 고전적인 발언도 뒤따랐다. 오랫동안 임금인상 속도가 완만했던 탓에 이제 기업의 제품원가에서 임금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10%도 안 되는 상황인데도 임금이 오르면 제품가격이 오른다는 것이다. 도대체 임금인상에 대한 기준이라는 것이 없다. 2.9% 이하로 인상한다면 물가상승률도 못 따라간다. 정부는 올해 물가상승률을 최소 3.2%로 보고 있다. 노동생산성 증가율에 맞춰야 한다는 것도 없다. 올해 실질 경제성장률을 3.4%로 보고 있는데, 여기에 접근해야 한다는 것도 없다. 노동자들의 소득을 꾸준히 상승시키고 생활수준을 올려 삶을 개선시켜야 한다는 어떤 동의도, 공감도 없다. 그저 형식적으로 던진 숫자가 2.9%인 것 같다. 올해만 그랬던 것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시간당 명목임금이 2008년에는 -0.6%, 2009년에는 0%, 그리고 실질 경제성장률이 무려 6.2%까지 올랐던 2010년에도 명목임금은 겨우 4%밖에 오르지 못했다. 더 문제는 노동계 자신이 임금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이슈에 이제는 상당히 둔감해져 있다는 사실이다. 지금 세계경제는 다시금 경기침체 국면으로 빠지면서 장기 침체의 터널로 향하고 있는 중이다. 각국 정부의 경기부양과 통화 완화정책으로 경제위기를 넘긴 것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휴먼 리세션(Human Recession), 즉 실업과 고용사정 악화, 소득 악화를 거의 개선하지 못했다. 고실업과 소득 정체는 이제 세계경제 회복을 가로막고 있는 가장 강력한 장애물이다.왜 그런가. 사실 신자유주의는 80년 영국과 미국에서 시작될 때부터, 그리고 97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에서 본격화할 때부터 고용불안과 소득정체를 수반했다. 당연히 노동운동에 대한 억압도 뒤따랐다. 그러나 신자유주의는 동시에 각종 금융기법을 발전시키고 노동자에게 부채를 끌어 정체된 소득을 만회할 수 있는 길을 터 줬다. 그 덕분에 매년 소득을 초과하는 소비를 유지해 왔고, 그 결과 민간소비가 증가하면서 경제성장을 지탱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2008년 경제위기로 부채를 동원한 소비로 성장하는 모델은 파산했다. 더는 부채를 쌓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이제는 소득을 100% 소비에 투입해도 경제가 성장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른 것이다.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두 가지 선택이 있을 뿐이다. 소득을 인상시켜 민간소비를 활성화하거나, 아니면 부족한 내수를 해외에서 찾아 수출을 늘려야 한다. 그런데 전 세계의 모든 나라가 내수부족을 수출로 회피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제 부채에 의한 성장은 파산했다. 수출에 의한 성장도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경쟁구도로 인해 현저히 제약될 수밖에 없다. 과거의 모델로는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다는 사실은 명확하다. 위기를 벗어나고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해 남아 있는 유일한 하나의 방법은 소득을 인상해 민간 소비능력을 키워 경제를 성장시키는 것이다. 국제노동기구에서도 제안하는 임금주도 성장(Wage-led Growth), 새사연이 주장하는 소득주도 성장(Income-led Growth) 전략이다. 노동계도 전반적인 소득을 상승시키고 소득 격차를 줄이는 것이 단지 노동자의 이기적 이익이 아니라 경제회복의 유일한 길이라는 것을 자각할 필요가 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지금이 임금인상에 대한 오랜 관성의 동면에서 깨어날 때인 것이다. 관성의 틀을 깨는 봄이 왔다.이 글은 매일노동뉴스에 기고한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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