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새사연의 정태인 원장이 2011년 12월부터 2012년 2월까지 진행한 ‘정태인의 경제학 과외 2부 : 사회경제, 공공경제, 생태경제’ 강연 내용을 수정 보완하여 재구성한 것입니다.게임이론을 이용한 사회적 딜레마 게임사회적 딜레마의 구조를 이해하고 해법을 찾기 위해, 학자들이 게임이론을 빌려서 고안한 것이 사회적 딜레마 게임이다. 게임이론은 복잡한 상황을 단순화 시켜 주로 두 사람 간의 전략적 상호작용을 분석하는 이론이다. 전략적 상호작용이란 어떤 상황의 결과가 자신 뿐 아니라 상대방의 행동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음을 뜻한다. 여기서 행위자는 자신의 이익을 최대화하고 손실을 최소화하려는 합리적인 행동을 하는 존재로 가정한다. 게임 이론은 행위자 혹은 경기자, 전략, 보수로 구성이 된다. 행위자는 게임에 임하는 주체를 말한다. 전략은 행위자가 취할 수 있는 가능한 모든 행동을 말한다. 보수는 각 행위자들이 선택한 전략의 결과로 얻는 이득을 수치화한 것이다.두 사람 사이의 사회적 딜레마 게임은 3가지가 있다.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 사슴사냥게임(Stag Hunt Game), 치킨게임(Chicken Game)이다. 무수히 많은 게임이 있지만 사회적 딜레마의 상황을 담고 있는 게임은 이 세 가지뿐이다. 따라서 이 세 가지 게임을 잘 이해하고 있다면, 어떤 상황이 사회적 딜레마인지를 판단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 용이해진다. 사회적 딜레마 게임 1 : 죄수의 딜레마죄수의 딜레마부터 살펴보자. 앞서 언급했듯이 두 명의 범인이 잡혀왔는데 물증이 없다. 범인들이 묵비권을 행사하면 6개월 형을 산다. 검사는 자백을 받기 위해 두 범인을 분리시켜놓고 자백하는 사람은 풀어주겠다고 제안한다. 대신에 자백하지 않은 사람은 10년 형을 산다. 만약 두 범인이 모두 자백하면 각각 5년 형을 산다. 이를 게임이론의 요소인 행위자, 전략, 보수로 표현하면 이렇다. 행위자는 두 명의 범인 A와 B이다. 전략은 협력(cooperation)과 배판(defect) 두 가지가 있고 각각 C와 D로 표시한다. 여기서 협력은 자백하지 않는 것이고, 배반은 자백하는 것이다. 가로축이 A의 전략이며, 세로축이 B의 전략이다. A와 B가 각각 협력 또는 배반이라는 두 가지 전략을 택할 수 있으므로 총 네 가지 결과가 나온다. A와 B 모두 협력하는 경우는 (C,C), A와 B 모두 배반하는 경우는 (D,D), A는 협력하고 B는 배반하는 경우는 (C,D), A는 배반하고 B는 협력하는 경우는 (D,C) 이다. 보수는 석방될 경우를 4, 6개월 형을 살 경우를 3, 5년 형을 살 경우를 2, 10년 형을 살 경우를 1이라 하자. 숫자가 클수록 얻는 이익이 큰 것이다. 앞서 살펴본 네 가지 결과의 보수를 다음과 같이 표기한다. A와 B 모두 협력하는 경우는 (3,3), A와 B 모두 배반하는 경우는 (2,2), A는 협력하고 B는 배반하는 경우는 (1,4), A는 배반하고 B는 협력하는 경우는 (4,1) 이다. 먼저 쓴 것이 A의 몫이고, 나중 쓴 것이 B의 몫이다. 이제 A와 B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먼저 B가 협력할 경우 A의 선택을 생각해보자. 이 경우 A도 협력하면 (3,3)의 결과가 되어 A는 3을 얻는다. 반면 A가 배반하면 (4,1)의 결과가 되어 A는 4를 얻는다. 따라서 B가 협력할 경우 A는 배반하는 것이 이득이다. 다음으로 B가 배반할 경우 A의 선택을 생각해보자. 이 경우 A가 협력하면 (1,4)의 결과가 되어 A는 1을 얻는다. 반면 A가 배반하면 (2,2)의 결과가 되어 A는 2를 얻는다. 따라서 B가 배반할 경우에도 A는 배반하는 것이 이득이다. 즉, A는 언제나 배반하는 것이 이익이다. 이러한 선택 과정은 B에게도 똑같이 적용되어 B 역시 언제나 배반하는 것이 이익이다. 결국 A와 B는 서로 배반하고 (2,2)를 얻게 된다. 경제학 200년의 역사를 뒤집은 내쉬균형서로를 배반하여 (2,2)를 얻는 상황은 내쉬균형(Nash Equilibrium)이다. 내쉬균형이란 상대방의 전략에 대해서 자신이 최선의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상태이다. 내쉬균형은 상대방이 전략을 바꾸지 않는 한 다른 전략을 선택할 유인이 없는 상태이다. 지금의 선택을 바꿀 이유가 없는 상태로 매우 강력한 균형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장 좋은 상태는 아니다. 위의 그림에서도 (2,2)의 내쉬균형보다 개인적으로나 전체적으로나 더 좋은 결과인 (3,3)이 존재한다. 개인적으로는 A와 B 모두 2보다 큰 3을 얻을 수 있고, 전체적으로는 4(=2+2)보다 큰 6(=3+3)을 얻을 수 있다. 만약 두 범인이 사전에 미리 만나서 자백을 하지 않기로 약속을 했고, 서로를 굳게 신뢰한다면 (3,3)이라는 더 좋은 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내쉬균형은 영화 <뷰티풀 마인드(Beautiful Mind)>의 주인공이기도 하며,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미국의 수학자 존 내쉬(John Nash)가 22살의 나이에 발표한 박사학위논문에서 나왔다. 영화를 보면 대학원생이던 내쉬가 박사학위논문을 가지고 교수를 찾아가자, 교수가 “자네는 경제학 200년의 역사를 뒤집었네.” 라고 말한다. 영화적 상상력이 더해진 장면이겠지만 내쉬균형이 가져온 파장에 대한 정확한 평가이다. 애덤 스미스(Adam Smith)의 보이지 않는 손에서 시작된 주류경제학은 인간이 이기심에 따라 행동하면 가장 효율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내쉬균형은 개인이 이기적인 선택을 했을 때 사회 전체적으로는 비효율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음을 보여준다.또한 (2,2)의 결과는 우월전략균형(Dominant Strategy Equilibrium)이기도 하다. 우월전략이란 상대방이 어떤 전략을 택하느냐에 관계없이 자신이 최선의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전략이다. 우월전략균형은 서로가 우월전략을 선택한 상황이다. 죄수의 딜레마에서는 상대방이 협력하든 배반하든 상관없이 배반하는 것이 최선의 결과를 가져오므로 이는 우월전략균형이 된다. 우월전략균형은 내쉬균형이 된다. 어떤 상황이 죄수의 딜레마인지 쉽게 판단하기 위해서는 보수의 크기 순서를 확인하면 된다. 가로축 행위자의 보수를 기준으로 해서, ‘내가 배반하고 상대방이 협력할 때(D,C)의 보수 > 서로 협력할 때(C,C)의 보수 > 서로 배반할 때(D,D)의 보수 > 나는 협력하고 상대방은 배반할 때(C,D)의 보수’ 의 순서와 같아서 N의 형태가 되면 죄수의 딜레마이다. 이 크기 순서만 지켜진다면 어떤 숫자를 넣어도 상관없다. 앞의 표에서도 A의 이익을 기준으로 했을 때 보수의 크기를 따라가보면 ‘4 > 3 > 2 > 1’로 N자를 그린다.광고 경쟁과 공유지의 비극몇 가지 게임을 더 살펴보자. A와 B라는 커피 전문점 두 곳이 있다. 두 업체는 TV광고를 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A와 B가 선택할 수 있는 전략은 ‘광고를 한다’와 ‘광고를 하지 않는다’이다. 광고를 하지 않는 것이 두 업체 사이의 협력이고, 광고를 하는 것이 배반이 된다. 두 업체가 모두 광고를 하지 않을 경우 각각 50억 원의 이익을 얻는다. 한 업체는 광고를 하는데 다른 업체는 광고를 하지 않을 경우, 광고를 한 업체의 이익은 80억 원으로 늘어나지만 광고비로 10억 원을 지출하여 70억 원의 이익을 얻는다. 광고를 하지 않은 업체는 매출이 줄어서 20억 원의 이익을 얻는다. 두 업체 모두 광고를 할 경우 매출의 변화는 없지만 광고비가 지출되어 40억 원의 이익을 얻는다. 이를 게임이론의 전개표로 그리면 다음과 같다. B업체가 광고를 하지 않을 때, A업체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 경우 A업체는 광고를 하지 않으면 50의 이익을 얻지만, 광고를 하면 80의 이익을 얻는다. 따라서 광고를 하는 선택을 한다. B업체가 광고를 할 때, A업체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 경우 A업체는 광고를 하지 않으면 20의 이익을 얻지만, 광고를 하면 40의 이익을 얻는다. 따라서 역시 광고를 하는 선택을 한다. 결국 B업체가 어떤 선택을 하든지 A업체는 광고를 하는 것이 이득이다. B업체도 A업체와 똑같이 생각할 것이고, 두 업체 모두 광고를 하는 것이 내쉬균형이자 우월전략균형이 된다. 결과는 어떠한가? 두 업체가 광고를 하지 않았다면 각각 50억 원의 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두 업체 모두 광고를 하면서 광고비 10억 원만 낭비하고, 이익은 40억 원으로 줄어들었다. 개인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경쟁이 사회 전체적으로는 자원의 낭비를 가져올 수 있음을 보여준다. 사회적 딜레마의 대표적 사례로 소개했던 공유지의 비극 역시 죄수의 딜레마 형태로 표현할 수 있다. 한 어촌 마을이 있고, 인근 해역은 이 마을 모든 사람이 고기를 잡을 수 있는 공유지라고 하자.(최정규, 2010, <이타적 인간의 출현> 중) 마을 사람들이 자신의 이득을 최대화하기 위해 물고기를 남획하면 인근 해역의 물고기는 곧 고갈된다. 때문에 마을 사람들은 서로 협조해서 어획량을 규제하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모두 어획량 규제를 지킨다면 나는 마음껏 고기를 잡아서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 모든 마을 사람들이 어획량 규제에 협조할 경우 각각 10의 이익을 얻는다. 어획량 규제를 지키지 않는 사람이 등장할 경우, 그 사람은 15의 이익을 얻고 다른 사람들은 피해를 입어서 3의 이익을 얻는다. 모든 마을 사람들이 어획량 규제를 지키지 않을 경우 각각 5의 이익을 얻는다. 이를 마을 사람 A와 B의 관계로 단순화시켜 게임이론의 전개표로 그려보자.B가 어획량 규제를 준수할 때 A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 경우 A는 어획량 규제를 준수하면 10의 이익을 얻고, 물고기를 남획하면 15의 이익을 얻는다. 따라서 물고기를 최대한 많이 잡는 것이 이득이다. B가 물고기를 남획할 때 A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 경우 A는 어획량 규제를 준수하면 3의 이익을 얻고, 물고기를 남획하면 5의 이익을 얻는다. 따라서 물고기를 최대한 많이 잡는 것이 이득이다. 결국 B가 약속을 지키든 안 지키든 상관없이 A는 어획량 규제를 지키지 않고 물고기를 남획하는 것이 이득이다. B 역시 똑같이 생각할 것이므로, 모두가 물고기를 마구잡이하는 (5,5)가 내쉬균형이자 우월전략균형이 된다. 환경과 미래세대, 공동체 따위는 생각하지 않는 파괴적 결론이다. 우리 생활 속 죄수의 딜레마이처럼 죄수의 딜레마로 설명할 수 있는 현상은 매우 많다. 좀 더 일상적이고, 재미있는 사례로 우버먼(Huberman)과 글랜스(Glance)가 제기한 저녁 값의 딜레마(Dinder’s Dilemma)가 있다. 친구들 여럿이 저녁을 먹으러 갔는데, 각자 먹고 싶은 것을 시키되 계산은 총액을 사람 머릿수로 나누어서 똑같이 내기로 했다고 하자. 단순화를 위해 메뉴로는 2000원짜리 김밥과 6000원짜리 스파게티가 있다고 하자. 친구들이 김밥을 시키면 나는 비싼 스파게티를 시켜서 친구들에게 비용을 부담시키는 게 이익이다. 친구들이 스파게티를 시키면 내가 굳이 김밥을 먹으면서 스파게티 값까지 부담할 이유가 없다. 즉, 다른 사람이 어떤 메뉴를 시키든지 상관없이 나는 비싼 스파게티를 먹는 것이 이익이다. 모두들 이렇게 생각하여 비싼 스파게티를 시키게 된다. 이 역시 죄수의 딜레마이다. 한국의 부모와 아이들을 가장 괴롭게 만드는 사교육 역시 바로 죄수의 딜레마이다. 이 경우 선택할 수 있는 전략은 ‘사교육을 시킨다’와 ‘사교육을 시키지 않는다’이다. 상대방이 사교육을 시킨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내 아이만 사교육을 안 시키면 뒤처질 수 있으니 나도 사교육을 시킨다. 상대방이 사교육을 안 시킨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내 아이만 사교육을 시켜서 성적을 올리고 싶으니 나는 사교육을 시킨다. 결국 상대방이 사교육을 시키든 안 시키든 나는 사교육을 시킨다. 전국의 학부모들이 다 이렇게 생각한다. 모두 죄수의 딜레마에 걸려 있다. 한미 FTA도 죄수의 딜레마를 이용하여 체결되었다. 한미 FTA를 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과정에서 우리 정부가 했던 설명은 다음의 두 가지였다. 첫째, “다른 국가가 미국과 FTA를 맺기 전에 우리가 먼저 맺어야 한다. 그래야 미국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 둘째, “다른 국가들이 미국과 FTA를 맺고 있는데 우리만 안할 수는 없다. 우리만 뒤처지기 때문이다.” 결국 다른 국가가 미국과 FTA를 체결하든 안하든 우리는 FTA를 맺어야 한다는 것이다. 죄수의 딜레마이다. 죄수의 딜레마에 빠지면 해결하기 어렵다. 강력한 균형상태인 내쉬균형이기 때문에 서로 전략을 바꿀 유인이 없다. 사교육도 한미 FTA도 그렇다. 만약 전국의 학부모들이 사교육을 시키지 않기로 약속한다면 문제는 해결된다. 세계 각국이 미국과의 FTA를 체결하지 않겠다고 약속한다면 문제는 해결된다. (물론 FTA 자체가 가져오는 장단점을 명확히 파악하고 신중히 결정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방법이겠지만, 여기서 게임이론의 구조만을 고려하여 해법을 찾자면 그렇다.) 서로 배반하지 않겠다는 약속, 서로 협력할 것이라는 신뢰가 있다면 (3,3)이라는 더 좋은 해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서로 믿지 못하니 (2,2)라는 해밖에 선택할 수 없다. 어떻게 하면 (2,2)에서 (3,3)으로 갈 수 있을까? 이 답은 두 번째 사회적 딜레마 게임인 사슴사냥게임을 통해서 찾아보자. * 정리 :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정태인의 ‘네박자로 가는 사회적 경제’ (5)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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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수의 딜레마에 갇힌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