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새사연의 정태인 원장이 2011년 12월부터 2012년 2월까지 진행한 ‘정태인의 경제학 과외 2부 : 사회경제, 공공경제, 생태경제’ 강연 내용을 수정 보완하여 재구성한 것입니다.보이지 않는 손이 만들어내는 시장의 효율성인간이 이기적이라는 시장경제의 명제가 틀렸음을 확인했다. 그렇다면 시장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주장은 어떨까?시장경제는 단 하나의 그림으로 모든 것이 설명된다. 바로 수요곡선과 공급곡선이 만나는 그림이다. 수요곡선은 각각의 가격에서 수요자, 즉 소비자들이 얼마만큼 재화를 구매하고자 하는지를 나타낸다. 공급곡선은 각각의 가격에서 공급자, 즉 생산자들이 얼마만큼 재화를 판매하고자 하는지를 나타낸다. 수요곡선은 우하향하고, 공급곡선은 우상향한다. 왜 그러한지는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값이 비싸지면 소비자는 덜 사려고 하므로 수요곡선은 우하향하고, 반대로 생산자는 더 팔려고 하므로 공급곡선은 우상향한다. 예를 들어 사과 시장이 있다고 하자. 사과 가격이 매우 비쌀 경우를 생각해보자. 사과 하나에 1만 원일 경우 사과를 팔려는 사람은 많지만 사려고 하는 사람은 적을 것이다. 그러면 사과가 남아돌게 되고 사과의 가격은 떨어진다. 반대로 사과 가격이 매우 쌀 경우를 생각해보자. 사과 하나에 100원일 경우 사과를 사려는 사람은 많지만 팔려고 하는 사람은 적을 것이다. 그러면 사과는 부족하게 되고 사과의 가격은 오른다. 이런 식으로 가격에 의해 수요량과 공급량이 변화하면서 수요량과 공급량이 딱 맞아떨어지는 균형점을 찾아가게 된다.두 곡선이 만나는 곳, 즉 수요와 공급이 맞아 떨어지는 곳을 (시장)균형이라 한다. 이 때의 가격을 균형 가격이라 한다. 그리고 모든 재화가 시장에서 이와 같이 균형 상태에 있는 것을 일반균형이라고 한다. 수요곡선은 소비자의 효용이 극대화되는 점을 모아놓은 것이며, 공급곡선은 생산자의 이윤이 극대화되는 점을 모아놓은 것이다. 따라서 이 둘이 만나는 점은 소비자와 생산자가 모두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점이 된다. 물론 이는 이기적 인간을 상정했을 때의 이야기다.누가 나서서 수요량과 공급량을 조정하지 않아도 저마다 자신의 효용과 이익을 추구하면, 가격 변동에 의해서 적정량이 정해지고, 그 점에서 사회 전체의 효용이 극대화된다는 것. 이것이 시장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주장하는 근거이다. 그리고 이를 표현한 말이 바로 애덤 스미스(Adam Smith)의 ‘보이지 않는 손’이다. “개인들은 자신의 이득을 위해서 그렇게 하는데, 이들의 행동은 보이지 않는 손에 인도되어 그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공공의 이익에 봉사하게 된다. 이들이 행동할 때 공공의 이익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해서 사회에 항상 해가 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이익을 추구함으로써 그가 공공의 이익을 의식적으로 추구했을 때보다 더 효과적으로 사회의 이익 증진에 기여하게 된다.” – 애덤 스미스, ‘국부론(The Wealth of Nations)’ 중시장실패 사례 1 : 공공재그런데 경제학자들도 시장이 해결하지 못하는 일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것이 시장실패이다. 시장실패는 공공재, 외부성, 독점, 정보 불완전성 등으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첫 번째, 공공재는 시장에서 해결할 수 없다. 공공재란 비경합성과 비배제성을 갖고 있는 재화이다. 경합성이란 한 사람이 소비하면 다른 사람의 몫이 그만큼 줄어드는 성질을 말한다. 따라서 비경합성이란 한 사람이 사용해도 다른 사람의 몫이 줄어들지 않음을 뜻한다. 배제성이란 특정 사람의 접근이나 사용을 배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비배제성이란 특정 사람을 배제시킬 수 없으므로 결국 모두가 이용가능함을 뜻한다. 비경합성과 비배제성은 같은 이야기인데 단지 비경합성이 수요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라면, 비배제성은 공급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다. 공중파 방송이나 국방은 대표적인 공공재이다. 공중파 방송은 내가 시청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이 시청할 수 없는 것은 아니므로 비경합적이다. 또한 일부 사람들에게만 시청을 못하도록 막을 수 없으므로 비배제적이다. 국방도 그렇다. 내가 국방 서비스를 누리고 있다고 해서 다른 사람이 누리는 몫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므로 비경합적이다. 또한 국민 중 일부만을 배제하고 국방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므로 비배제적이다. 문제는 이 경우 시장에서는 공공재가 공급되지 못한다. 공급자 입장에서 돈을 벌기 위해서는 돈을 낸 사람과 내지 않은 사람을 차별할 수 있어야 하는데 공공재는 비배제성을 지녔기 때문이다. 돈을 안 낸다고 해서 공중파 방송을 못 보게 하거나 국방 서비스를 누리지 못하게 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한편 돈을 낸 사람과 내지 않은 사람이 차이가 없다면 수요자 입장에서는 돈을 낼 이유가 없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어느 마을에서 가로등을 세우려고 한다. 이 때 총 비용이 1000원이고, 이 마을에 10명이 산다면 가장 간단한 방법은 10명이 각각 100원씩 내는 것이다. 하지만 시장경제의 원리에 따르면 가로등을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람이 가장 많은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그런데 가로등은 공공재이고, 인간이 이기적이라면 아무도 비용을 내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일단 가로등이 세워지기만 하면, 내가 가로등 불빛을 이용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이 이용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비용을 안냈다고 해서 내가 가로등 불빛을 이용하는 것을 막을 수가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처럼 공공재의 경우 모두가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면 시장이 알아서 해결해준다는 시장경제 원리가 적용되지 않는다. 공공재의 경우 국가가 책임지는 것이 합리적이다. 하지만 공공재 중에도 국가가 가져다 줄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예를 들면 민주주의가 그렇다. 민주주의는 공공재다. 내가 민주주의를 누린다고 해서 다른 사람이 민주주의를 누릴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비경합적이다. 오히려 더 많은 사람이 민주주의를 누릴수록 내가 누릴 수 있는 몫도 커진다. 과거 독재를 휘둘렀던 사람은 빼놓고 민주주의를 적용하고 싶지만 그럴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비배제적이다. 자본주의, 주류경제학자 또는 시장경제주의자들은 말한다. 인류가 누리고 있는 엄청난 발전은 시장의 힘, 이기적 인간의 힘, 경쟁의 힘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만약 모든 사람이 이기적이었다면 우리는 민주주의를 쟁취하지 못했을 것이다. 시장실패 사례 2 : 외부성두 번째, 외부성이 발생한다. 여기서 외부란 시장의 바깥을 말한다. 시장경제에서 시장 바깥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외부성에 해당한다. 시장을 벗어난 행위는 가격에 반영되지 못하므로 균형에 이를 수 없다. 외부성의 이러한 결과를 두고 사적 비용과 사회적 비용이 불일치한다고 표현한다. 외부성은 외부선과 외부악으로 나눌 수 있다. 다른 말로 각각 외부경제와 외부불경제라고도 불린다. 외부선은 타인에게 이득을 주는 방향으로 외부성이 나타나는 경우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과꽃향기를 좋아할 것이라는 가정 하에서 사과꽃향기를 예로 들 수 있다. 사과를 재배하는 과수원 옆에서는 사과꽃향기가 나고, 주변을 지나는 사람들은 이로 인해 기분이 좋아진다. 사과꽃향기가 사람들에게 이익을 주지만 그렇다고 과수원 주인이 그에 대한 대가를 받지는 않는다. 사과꽃향기는 많을수록 좋지만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양보다 적게 생산된다. 즉, 사적 비용이 사회적 비용보다 크다.외부악은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방향으로 외부성이 나타나는 경우이다. 공해물질을 배출하는 볼펜 공장을 예로 들 수 있다. 공해물질은 다른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지만 그 비용이 볼펜 가격에 포함되지 않는다. 만약 공해물질이 미치는 해악을 볼펜 가격에 반영한다면 볼펜 가격은 상승할 것이고 볼펜 생산량은 줄어들 것이다. 공해물질은 적을수록 좋지만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양보다 많이 생산된다. 즉, 사회적 비용이 사적 비용보다 크다. 이 문제를 해결한 사람이 피구(Arthur Cecil Pigou)이다. 피구는 외부악에 대해서 세금을 물리고, 외부선에 대해서는 보조금을 주는 방안을 제시했다. 외부악에 세금을 물리면 생산비용이 늘어나니 생산량이 줄어든다. 이를 피구세(Pigou Tax)라 한다. 외부선에 보조금을 주면 생산비용이 줄어드니 생산량이 늘어난다. 하지만 얼마만큼의 세금과 보조금을 주어야 적정한지 측정할 길이 없다. 한편 코즈(Ronald H. Coase)는 개인 간의 거래비용이 없다면 정부가 세금이나 보조금의 형태로 개입하지 않아도 외부성이 해결될 수 있다고 보았다. 외부악으로 인해 피해를 입는 사람과 외부악을 발생시키는 사람이 서로의 권리를 교환하는 것이다. 이는 외부악을 발생시킬 수 있는 권리를 판매하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환경오염이라는 외부악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된 탄소배출권이 바로 이 원리에 기반한 것이다. 이를 코즈의 정리(Caose Theorem)이라 하며, 주로 국가가 시장에 개입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의 근거로 사용된다. 하지만 이 덕분에 노벨경제학상을 탄 코즈는 “적절한 제도가 없이는 어떤 시장경제도 불가능하다” 며 코즈의 정리를 탐탁치 않게 여겼다.시장실패 사례 3 : 독점세 번째, 독점이 있다. 독점은 공급자가 혼자인 경우이다. 이 경우 공급자는 균형 생산량보다 더 적게 생산하고, 균형 가격보다 더 비싸게 판매할 수 있다. 효율적인 균형 상태에 도달하지 못하는 것이다. 시장이 효율적인 이유는 수많은 공급자와 수요자가 있어서 그 누구도 가격을 결정하지 못한다는 전제 하에서, 모든 정보가 가격을 통해 반영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독점이 되면 가격을 결정할 수 있다. 실제 우리 생활에 사용되는 재화의 대부분은 독점까지는 아니어도 과점 체제 아래서 생산되고 있다. TV와 냉장고 등 가전제품, 자동차, 휴대폰 등 서너 군데 기업에서 생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시장실패 사례 4 : 정보 불완전성네 번째, 정보의 불완전성이다. 이에 대해 다룬 학문이 정보경제학인데 애커로프(George Akerlof)와 스티글리츠(Joseph E. Stiglitz)가 대표적 학자이다. 먼저 역선택은 애커로프가 발표한 ‘레몬시장(Market for Lemons)’이라는 논문에 잘 나타나 있다. 중고차를 거래하는 시장이 있다. 자신이 타던 중고차를 팔려는 사람은 중고차를 사려는 사람보다 그 차에 대해서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 이를 정보의 비대칭성이라 한다. 이 상황에서 중고차 시장에서 가격이 400만 원으로 형성되었다고 가정하자. 400만 원보다 더 높은 품질을 가진 중고차를 보유한 사람들은 차를 판매하지 않고 시장을 떠난다. 그러면 전체 중고차의 품질은 낮아지고, 가격은 400만 원보다 낮아진다. 다시 좀 더 나은 품질을 가진 중고차 보유자들이 시장을 떠나고 자동차의 품질과 가격은 낮아지는 일이 반복된다. 이처럼 정보의 비대칭으로 인해 사전에 비정상적인 선택이 일어나는 것을 역선택이라 한다. 정보 불완전성의 다음 문제는 도덕적 해이다. 이는 원래 보험시장에서 사용하던 용어이다. 보험가입자들이 부도덕한 행위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예를 들어 자동차 보험에 가입한 사람이 보험을 믿고 운전을 거칠게 하는 경우가 해당된다. 만약 이 사람이 운전을 거칠게 하는 사람이라는 정보를 보험회사가 알고 있었다면 보험에 가입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 역시 정보의 비대칭성에 의해 생긴다.시장이 효율적이어도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지금까지 시장이 언제나 효율적이지만은 않다는 것을 확인해보았다. 마지막으로 가장 강조하고 싶은 지점은 시장이 가진 근원적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수요곡선에는 돈 없는 사람들의 수요는 반영되지 않는다. 사과시장의 수요공급곡선을 생각해보자. 사과값이 아무리 높아도 수요는 존재한다. 이 사람들은 사과를 굉장히 좋아하거나 혹은 돈이 매우 많은 사람들이다. 반대로 사과를 사지 않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사과를 싫어하거나 혹은 돈이 없어서 사과를 사먹을 수 없는 사람들이다. 시장이 아무리 효율적으로 작동되어도 높은 가격에서 균형이 이루어지면 돈이 없는 사람들은 사과를 공급받을 수 없다. 만약 이것이 사과가 아니라 식량이라면, 의약품이라면 어떤가? 지금 세계에서 식량이 가장 필요한 국가 중 한 곳이 북한이지만 이들은 돈이 없다. 따라서 이들에게 식량은 공급되지 않는다. 에이즈 약이 가장 필요한 곳은 아프리카이지만 이들은 돈이 없다. 따라서 이들에게 에이즈 약은 공급되지 않는다. 시장은 돈이 없는 사람들의 존재를 아예 무시한다. 시장의 근원적 한계는 또 있다. 시장은 가격이 변동하면서, 즉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균형을 찾아간다. 하지만 극심한 가격 변동은 위기와 혼란을 가져온다. 2008년 발생한 금융위기가 그러한 예이다. 특히 가격 변동이 사람의 생명을 좌우한다면 큰 문제이다. 쉽게 생각해서 전쟁을 시장에 맡겨놓는 사회가 어디 있는가? 생명이 걸린 일들을 시장에 맡기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 정리 :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정태인의 ‘네박자로 가는 사회적 경제론’ (3)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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